올봄에 아내와 수원 화성을 거닐었다.
수원화성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성이다.
그런데 한영미 작가가 수원화성을 이야기하는
동화 <나뭇잎 성의 성주>라는 동화책을 발간했다.
책의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성주는 극성스런 엄마에 이끌려
수원화성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조선시대 소년 부길이와 만난다.
부길이는 화성을 축조한 목수의 아들로
아빠 목수의 연장을 찾으려 왔다.
성주의 아빠는 골동품인 조선시대 목수 연장을
찾으면 큰돈을 벌 거라는 생각에
성곽을 파헤치다 문화재 훼손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갔다 훈방된다.....
큰 줄거리에 극적인 반전은 없다.
하지만 동화의 묘미는 줄거리를 채워주는
세세한 사건들에 있다.
작가는 제목부터 세심한 배려를 했다.
나뭇잎 성은 무엇이며
성주는 또 누구란 말인가....
제목의 궁금증 때문에
독자는 한번 동화책을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나뭇잎 성은 수원화성을 암시한다.
정조는 수원화성 건설로 피해보는 백성을 배려하여
설계도와는 달리 성을 꾸불꾸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곽의 형태가 나뭇잎 모양이 된다.
그럼 성주는 정조를 뜻할까?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유성주 라고 지어주고
현대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원화성을 알리고 싶어 한다.
한영미 작가는 장편동화 <나뭇잎 성의 성주>
제 19회 MBC 창작동화 장편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영미 작가는 눈높이 아동문학 대전을 수상했고
아르코 창작 기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세세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지적을 하고 있다.
공부에 별 관심 없는 주인공 유성주를 통해
자식이 영재이기를 갈망하는 학부모의 심리를 묘사했고
엄마의 과잉 기대에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심리와 반응도 잘 묘사했다.
경제적으로 큰 짐을 지고 살아가는
가장 아빠의 무거운 짐을 조명하기도 했다.
초등학생의 이성에 대한 풋풋한 감성을
담아내는데도 성공했고,
젊은 여성들의
외모 지상주의 세태를 조명하기도 했다.
남편을 돈 벌어오는 기계로 보는
아내의 심리도 섬세하게 묘사했다.
작가는 섬세한 터치로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런데 한영미 작가가 동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데 있는 듯하다.
동화 <나뭇잎 성의 성주>를 읽어 내려가면
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수원화성을 축조했으며
효심이 지극하고 백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조선시대의 건축술이며 조선시대의 장인의
삶과 애환도 이해하게 된다.
수원화성의 각 위치의 건축물의 기능과
이 성을 설계한 조상들의 지혜도 알게 된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었는데
사실은 역사책 한권을 독파한 것이다.
나는 <나뭇잎 성의 성주>를 읽으면서
성인에게도 흥미있는 동화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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