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불러오는 책
은유 에세이 『쓰기의 말들』(유유, 2016)을 읽고
그물을 끌어 올리 듯 또 다른 책을 불러 오는 책을 만났다. 글을 잘 쓰고, 글쓰기 선생으로도 유명한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은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만든 책이기 때문에 쓰기에 방점이 찍혔다. 책에서 명문장을 고르고, 한 페이지씩 사유가 적힌 방식으로 읽고 쓰기를 강조한다. 이 책의 다른 버전도 나왔다. 2021년에 김겨울 작가가 쓴 『책의 말들』도 같은 방식의 책인데 책 읽기를 독려하는 책이다.
두 책 모두, 얼마큼 책을 읽으면 이렇게 많은 명문장을 골라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책에서 진액만 뽑아낸 문장들은 나를 흔들었다. 한 문장도 빠짐없이 중요한 문구이고 빛나는 글이라서 밑줄을 긋고 접어가며 읽었다. 작가가 골라낸 문장을 풀어낸 글에서 은유 작가의 빛나는 문장에도 밑줄을 그었다.
『쓰기의 말들』은 리베카 솔닛, 나탈리 골드버그, 황현산 님의 책들을 찾아 읽게 했다. 글쓰기를 연마하려 애쓰던 시간이 떠오른다. 잘 쓰고 싶은데, 생활이 늘 바빴다. 16년 동안 아픈 시어머니 수발과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27살이 된 둘째 아이 보살핌, 독학 등 하루는 너무 짧아서 글 쓸 시간이 없었다. 솔직히, 글 쓸 시간만 있으면 그럴듯하게 글을 잘 써낼 어설픈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 시간이 쌓여 갈수록 마음속엔 슬픔인지 무기력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차올랐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줄여서 피를 토하듯 글을 써 보면, 너무 부끄러워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보여주기에 민망했다. 에세이를 쓸 때면 망설여졌다. 내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여줘도 되는가가 벽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라는 문장들이 용기로 다가왔다.
“벌거벗은 자신을 쓰라. 추방된 상태의, 피투성이인.” - 데니스 존슨(p106)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다.” - 리베카 솔닛(p220)
“쓰는 고통이 크면 안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 은유(p75)
『쓰기의 말들』은 삶이 어려울수록 글쓰기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또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고 채찍질하고 있었다. 내 삶을 깨를 털 듯 탈탈 털어 내면, 한 꼭지라도 중요하다고 접을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에도 밑줄 그을 한 문장쯤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읽기와 쓰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책에 적힌 오채영롱한 미끼들이 탐나서 덥석 베어 문 한 마리 물고기였다. 서툴지만 더듬더듬 글쓰기의 바다를 배우면서 헤쳐 나가고 있다.
첫댓글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라는 책의 부제가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글을 쓰고자 하는 제 자신의 얼마나 한심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글쓰기의 눈뜸이자 발견이라는 사실에 용기를 가집니다. 늘 바쁜 일상에서도 학우님의 글쓰기를 위한 열정과 노력이 탄탄한 글쓰기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인생에세이" 시간을 통해 천천히 따라가며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쓰기를 위한 마음을 다지는 첫 책을 정말 잘 선택해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책 속에 한~~~참 머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쁜 책이네요. 어차피 다 못 읽을게 뻔한데 읽고 싶은 책들만 괜히 많아지게 만드는. 그렇다면 한 권이라도 잡아 볼까요.
한 권을 깊이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감사합니다~~
발달 장애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닫습니다.. 장애인 분들과 호흡했던 시절을 소환해 주었습니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최고의 행복 인지를 비 장애인들은 모르지요.
책과 글을 통해 민금순 님에게 에너지와 용기가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상속에 함께 있는 용어로 조금 다르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작은 것에 기쁨을 누리는 순간도 생기더라구요~ 따뜻한 시선,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