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에서 추억의 애니매이션에 대해 잠시
이야기가 나왔었다.
황금박귀,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 우주소년 아톰
요술 공주 세리, 캔디, 미래소년 코난 등등...
과거 어릴 적 기억을 곱씹게 해 준 추억의 만화영화들..
그 중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 어린 심장을 마구
짓밟았던 만화 영화가 있다.
바로...
"프란다스의 개"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프란다스의 개를 처음 본 것은..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 인 듯 싶다.
하지만 당시 받은 충격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네로와 파트라슈가 박물관에서 루벤스의 그림을
보며 얼어 죽었을 때...
반나절을 엉엉거리며 울었다.
엄마 아버지, 형제들은 만화 영화 보고
반나절을 슬프디 슬프게 우는 나를 보고
반대로 깔깔거리며 웃어 댔고...
정말 지치고 지칠 때까지 울었다.
그런 후...
초등학교 고학년 때도 다시 한 번 봤고..
중학교 때도 보았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보았다.
그런데... 그 충격은... 한결 같았다.
언제나 그, 메인 타이틀 OST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였고...
주방기구 파는 그 쓰레기 새퀴가 파트라슈
를 패는 장면을 보면 주먹이 불끈 쥐어 졌다.
나중에..
미야자끼 하야오에 푹 빠져서...
본격적으로 일본 애니를 후벼 파면서..
성인의 시각으로 프란다스의 개를 보니까...
사실..
진짜... 아이들 동심에는 어울리지 않는
진짜.. 잔인한 내용이었다.
뚜렷이 나뉘어진 신분과 계층..
가난에 허덕이면서 죽어라고 일을
해 보지만 할아버지와 네로에게 미래란 없다.
마치 평생동안 학대 받고 죽도록 일하다가
두들겨 맞고 개울가에 버려진 파트라슈 처럼..
할아버지와 네로도 그 무섭고 잔인한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무섭디 무서운 신분의 벽은...
아직 어리기만 한 네로와 아로아의 천진난만한
우정조차 허용치 않는다.
네로가 힘들어 괴로워 할 때... 그의 옆을 지켜 준
것은 그와 똑같은 처지의 파트라슈 밖에 없다.
그렇게 네로와 파트라슈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였던 것...
복기를 해 보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동심을 그리 무참히, 처절하게..
그토록 무서운 내용으로 짓밟아야 했나?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충격과
상처와 슬픔 아니었던가?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성인이 되어 살아가야
할 그 땅의 현실을 거짓없이 보여 준 것이든..
또는 아이들 만화로 위장한 어른들을 위한 처절한 반추
의 화살표 기능을 의도한 것이든...
프란다스의 개의 그러한 솔직함이 충격으로 울려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서 지워지지 못 한 듯 싶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 긴 시간 동안...
끈질기게... 줄기차게...
내 물러터진 감성을 강타 했던 영화, 애니 통 털어서...
프란다스의 개 펀치가 가장 쎘던 것 같다.
첫댓글 "프란다스의 개" 영화감상평 내 물러터진 감성을 건드린 핵펀치군요 감사합니다.
1.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남다르지요.
2. 지금이야 월트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해 만화 영화를 독점하지만 우리
어릴 땐 일본 만화영화가 안방극장을 점령했지요.
3. 일본 애니매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은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스토리지요.
애니메이션에도 남다르시네요. 젊었을 때 미아자키 하야오에
잠시 빠졌더랬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