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노인대학 단상
청야 김민식
글렌모어 호숫가의 둘레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카톡방의 벨이 울렸다.
3월 37일 개강하니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다. 일년에 봄 가을 두 번,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하루 3시간 수업. 10주간 다양한 춘계 프로그램의 소개가 즉흥적인 관심과 흥미를 일으켰다.
나는 인터넷에서 지난 행사 정보를 습득한 후, 바로 행사장인 한인 장로교회에 도착했다. 2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노인대학에 처음 등록을 했다. 아직도 식당을 하고 있어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이미 100여명이 넘게 등록을 마치고 개강식이 진행 중 이었다. 1시간 개강 특강이 끝난 후 미술반, 댄스반, 컴퓨터반, 합창반 등 7개 특별활동반 중에서 합창반 등록을 하고 2층 합창반 교실로 갔다.
20여 명의 노인 학생이 참석했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 망설임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발병한 부비동염(sinusitis)이 만성질환으로 진행되면서 노래하는데 매우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손지현 합창반 지도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대면인데도 활기가 넘친다. 등록한 20여명의 합창반원들을 위해 10주 동안 학습할 16곡의 합창곡 악보 교재들을 미리 프린트해서 일일이 바인더를 만들고. 손 글씨로 편집해서 부연 설명을 해 놓고, 앞 자리에 가지런히 준비해 놓고 있었다.
열정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순박한 모습의 지휘자를 노년에 만나는 이 기쁨,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첫 수업 시간, 손지현 선생의 첫 일성이다.”여러분들은 그 많은 한인 노인들 중에서 배움의 열정이 있어 노인대학에 등록을 하고 그 중에서도 합창반에 지원을 한 실력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 해 낼 수 있습니다” 나는 그 한마디에 이 수업을 끝까지 수강하리라 결심을 했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합창단, 성가대를 떠나지 않고 경험한 결론은 ‘합창단 지휘자의 첫 덕목은 순박하고 열정적이어야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런 분을 오래간만에 만났다.첫날부터 성악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시간마다 발성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내 옆 자리의 노인 학생은 85세이다. 젊어서는 목소리에 자신이 넘쳤는데 지금은 힘들다고 연신 푸념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노인들의 목소리가 다듬어 지고. 나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어느새 성대가 치유되는 놀라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해박한 발성 지식 노인 전문 성악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강대욱 학장과 임원들의 높은 지도력 때문이리라.
시간 시간 진행이 매우 빠르다. 1교시, 2교시가 끝나면 곧 30분간 점심시간이다. 국밥, 짜장면, 카레라이스, 미역국 등 메뉴가 담백하고 정갈하다. 오전 광고 시간에 설거지 당번은 돌아가면서 자발적으로 봉사하자는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
나는 30년 식당을 운영 하면서 지금까지 자신 있는 것이 설거지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을 뛰어 내려와 먼저 배식을 받는다. 주방의 식사 요리 담당자들의 수십 년 요리 실력이 일품이다. 훌훌 국물 들여 마시 듯 5분내로 식사를 끝내고 주방으로 밀려드는 설거지를 구분해서 처리하면 자빌적으로 봉사 노인학생들이 몰려온다. 모두 경험이 있어 처리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오후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뛰어 올라가야 한다.
노년의 일상생활 중 남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봉사하는 것, 이 기쁨을 무엇에 비유할까. 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 복중의 복이니 봉사의 기회를 준 노인대학에 감사를 드린다.
학장은 수시로 실내 청소를 하고 임원들이 배식을 배달하는 등 각자 역할에 분주하다. 30분 안에 120여명의 식기와 기타 설거지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하다. 그리고 교실로 뛰어 가야 한다. 봉사하기 위해서 허리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식기세척 담당 봉사를 고정적으로 신청했다.
노년의 봉사는 신통력이 있다. 봉사하면 할수록 스스로 고통의 치유능력을 생성한다고 믿는다. 봉사하는 순간은 근력이 강화되고 기쁨이 넘치고 걱정이 사라진다. 마음이 맑아진다. 노쇠 현상은 지연될 것이고 요즈음 회자되는 <내재 역량의 강화>의 한 원인을 될 것이다.
특강 시간에 장례문화, 일본의 고전 역사이야기 Calgary Fair Entry 교육 등을 통해 노년의 순간은 죽음을 늘 생각할 때 삶의 보람과 용기가 생기고 활기가 넘친다는 것을 깨닫는다.
10주간 교실 학습이 끝나고 5월29일 반별 학습발표회 날이다.미술반은 지하에서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댄스반은 학생 전원이 참석하는 라인댄스 율동시간, 나도 앞자리에서 열심히 따라 춤을 추었다.
탁구반은 조별 토너먼트 시합으로 우승자를 가리었고 컴퓨터반은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핸드폰 AI 교육이 있었다. 합창반은 연습한 곡들 중에서 5곡을 선정해 무대에서 첫 순서로 발표회를 가졌다.
노래와 장기 자랑이 이어지고, 전원이 상품을 받았다.
근간에 캘거리 노인회 회원인 우림 이상목 회원의 예술작품 전시회가 Korean Art Club(김경숙 회장)에서 열렸다. 3일간 정형시집, 사진, 수석 작품들 절반 이상이 매진 되는 등 보기 드물게 성황리에 끝났다. 나도 사진 3점을 구매해서 식당 벽에 걸어 놓았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복제품과 함께 걸어 놓았는데 손님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우림 시인의 창의력 계발, 꿈과 노익장은 줄기차다. 이미 발표한 정형시 17 편이 한국에서 각기 다른 작곡가와 성악가, 유명 합창단들에 의해서 무대에서 불려지고 있다. 딸을 시집 보내며 지은 헌정 시 ‘죽복’은 한국과 에드몬톤 한인 결혼 식장에서 심심찮게 불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알버타는 캐나다 다른 주 정부보다 노년의 예술 체육 활동 지원이 풍부하다.
8월11일 오전, 전아나 캘거리 한인 방송국(전아나 원장)이 주관하는 노인들을 위한 부채춤 강습이 한인회관 강당에서 시작되었다. 광고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즉시 신청했는데 금새 정원이 마감 되었다. 매주 월요일 11시부터 1시간 강습이다. 15명의 남녀 노인이 참석하고 부부 팀도 2팀 참석하고 나도 참석했다, 이어서 노인회 산하 탁구 동호회 운동 모임이 계속됐다.
노년의 배움과 창조 그리고 봉사의 기회가 지속하는 한, 알버타는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노인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 노년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복된 선물이라고 믿는다. 육체의 근력을 강화하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 새로운 봉사,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 할 것이다.
벌써부터 노인대학 가을 학기가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