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2010년 7월 17일 씀)
여기저기 온통 물, 물, 물기.......
해마다 어김없이 이맘때면
잦은 비로 인해서
습도가 높은 건 당연하지만
올 여름은 그 여느 해 보다도
유난히 더 습한 것 같다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축축한 이부자리
물 먹은 하마처럼
축 늘어진 가죽 쇼파
수시로 갈아 입지 않고는
못 견디는 눅눅한 일상복
온 몸에서 무한정 샘솟는
뾰루지 같은 땀
거기에 더 보태
손자 녀석이 즐기는 분무기 놀이
다림질 할때 쓰는 물뿌리개를
장난감 물총으로 활용해
집안 여기저기 물을 난사 분사하고 다닌다
화분에 물 주듯 온 사방에다
가리지 않고 총 쏘듯
물 주다가 아끼는 오디오에도
물을 쏘는 바람에 익사해버려
기기는 장렬히 먹통이 되었다
마지막 보루 tv 만큼은
죽지 않도록 사수해야 하는데....
두돌 앞두고 용변 가리기에 성공한 녀석이 쉬~라고 외치면
나는 얼른 컵을 가져다 고추에 대며
장하다고 마구 칭찬해 주었더니
잘하는 짓인줄 알고
별로 마렵지 않은 것 같구만
쉬~하면서
서비스라도 해주는 양
끙~ 힘을 준다
억지로 본 소변인지라
평소보다 절반이다
칭찬은 오줌도 싸준다?
여하튼 집안에는
물 마를 여가가 없다
해가 쨍쨍한 날이 그리웠는데
며칠 전
모처럼 개인 날이어서
손자 녀석과 집 근처에
시원스럽게 물을 뿜어 올리는
분수대로 물 구경을 갔다
처음에는 분수대 솟구치는 물 줄기에 조심스레 손만 대다가
입은 옷이 흠뻑 젖어도
아랑곳 없이 물장난에 빠져들었다
다음에 올 땐 갈아 입힐 여벌 옷도
챙겨와야겠다
오늘 처럼 비가 흠뻑 오는 날은
분수는 쉬겠구나..
우산 장수 잘 되는 날은
짚신 장수 공치는 날
해가 나면 전세가 바뀌겠지
요즘 물기에 질려
샛빨간 속살로 유혹하는 수박도
통 당기질 않고
피부 촉촉하게 하는 수분 크림
꼴도 보기 싫다
고슬고슬한 세상만 간절하다
메마른 내 영혼이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촉촉하게 적셔오는 감성
저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가슴을 헤집는다
비 개인 차분한 날
바람결만은 상큼 발랄한데
유리창에 매달린 동그란 빗방울
세수해서 말간 초록 잎새
연둣빛 우산
하늘색 장화
여름비가 주고 간 선물이다
비오는 날은 부침개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어야 한다지
일식집 소바국수는 아니어도
어제 마트에서 사온
메밀 소바 생면을 끓여
가쓰오부시 장국에 담가
개운하게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