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 “땅의 사람들”
1999-12
암 하레쯔 (땅의 사람들)
박 병 민 목사(새터공동체)
목표(目標)는 높은 나무의 꼭대기의 가지를 말하는 “우듬지”를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에 분에 넘치는 기상을 가진 사람의 허울 좋은 얼굴을 꼬집으며 더 살아오신 분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옛적부터 말하셨다. 사람들은 위를 보고자하는 타성(惰性)이 있나보다. 그러므로 성서에서 도 “사람”의 어원을 재미있게 말하고 있다. 사람을 안트로포스(ανθρωποs)라 말하는데 “위를 쳐다보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눈은 높아만 가기에 눈이 허우대의 윗 쪽에 자리한 것 같다. 목표를 가지고 위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비행기가 없던 시대에도 날고 싶었다. 아니 하늘 꼭대기까지 닿는 탑(塔)을 쌓아 조물주(造物主)와 겨루고 싶어했다(창세기11:1-4). 그래서 TOP를 탑(塔)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후대에 금자탑(金子塔,피라미드)은 쌓았는지 모르지만, 바벨탑은 쌓지 못했다. 오히려 말 많은 혼잡한 세상, 흐트러진 세상이 되고 말았다(창세기11:7-8). 하늘의 사람이 아니라, 온 곳으로 다시 되 돌아 내려가야 하는 귀정(歸程)의 본연(本然)의 사람이 되었다. 이 사람은 돌(塔)이 아닌 흙으로 빚어졌으니,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창세기3:19) 본연이요, 귀정이다. 사람들은 탑(塔)이 아니라 평평(平平)한 땅(坪)에서 살아야한다. 땅의 사람들(암 하레쯔)이어야 한다. 어릴 적에 부흥회에서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사람이 죽게 된 것을 욕으로 말할 때 “뒤졌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나쁜 말이 아니라, 그 뜻은 묘를 쓸 때에 주검 밑에 칠성판(七星板)을 놓게 되는데, 사람이 칠성판을 “뒤에 졌다”라는 말에서 연유했다 한다. 이처럼 사람은 땅과 맞닿은 신토불이(身土不二)이다.
암 하레쯔 곧 “땅의 사람들”이라는 말은 왕을 세우는 정도의 큰 이 들을 가리켜서 말하다가, 포로 귀환 이 후에는 서서히 밑바닥의 사람들을 이르는 지칭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상응하는 희랍어(希臘語)에 “오클로스”가 있는데, 우리의 여러 말 가운데 “평민(平民)”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언 듯 “바닥 공동체”라는 말이 스친다. 탑(塔)처럼 치솟은 극소의 사람이 아닌 산만(散漫)한 말 그대로 흩어서 질펀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사람들에 대하여 우리는 신명기 15:11의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는 말씀처럼 우리들의 움켜쥔 손을 땅의 사람들을 향하여 펴자.
땅의 사람 이야기
결자해지(結者解之)
91년 봄부터 알게되어 십년지기(十年知己)가 거반 되어 가는 친구, 온양에 사는 이 종국 이가 있다. 대전의 목동 작은 둥지에서 낮에 아이들과 공부 중인데 찾아든 불청객이 바로 그이다. 007가방을 든 목발을 짚은 사나이, 그것이 그와의 만남의 시작이다. 이 선생은 중학생을 맡아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는 같은 한 둥지에서 자원교사가 된 대학에 다니는 예닐곱의 남자선생님들과 같이 퍽 잘도 어울려 다닐 수 있었다. 이 선생은, 가방에 예전에 텔레비젼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나왔던 김병식과 하모니카를 불면서 함께 연주하여 제작한 자신의 테이프를 가득 담아 갖고 다니며 파는 일에 힘썼다. 목발에 몸을 의지하고, 무거운 손가방을 들었지만 무거워 하지 않는 게 바로 그였다. 아니 그는 땅위를 가볍게 걷는 사람이었다. 저녁에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날 것을 생각하며 낮을 보냈다. 사방의 도심지를 헤집고 다니던 그의 걸음걸이가 대전으로 좁혀지기 시작하였다. 후에는 작은 둥지의 어머니 한글반 모임도 맡아 주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친구가 일과 속에 묻혀있는 나보다는 한결 여유러워 보였다. 서로 같이 어울리는 대학생 자원교사의 형 격이었던, 그러면서 남과 같지 않았던 이 선생과 나는 그만, 때에 맞닿아 오는 결혼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몸의 핸디캡이 외소 한 다리로 받들고 있는 몸보다 우리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기대는 마음으로 내가 그이에게 다음과 같은 농담 섞인 내기 제안을 꺼냈다. “종국이형 우리 장가 먼저 가는 사람이 뒤 따라 오는 사람 프라이드(pride) 사주기 하자” 저편이 먼저 결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담겨진 이야기를 웃으면서 꺼내어 갔다. 그러나 나의 입에서 꺼낸 말을 채 집어 담기도 전에, 나는 나이 30에 이형을 제쳐놓고 그만 결혼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말 같이 프라이드를 사준 것도 아니었다.
“농이 진담이 되어야 했을 텐데” 이것은 지금도 너무도 가까이 에서 그를 보면서 뼈에 사무치게 되는 생각이고, 말이다. 갑작스럽게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생각난다.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난마(亂麻) 같이 엉켜진 실 꾸러미를 나만 풀어 해치고 그 곳에서 빠져 나온 꼴이라서 둘도 없는 그 친구에게 대단히 미안하고 송구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것을 해결해야 할 텐데. 이것이 나의 숙제요, 하늘을 우러른 자로써의 고민이다. 마태복음 16:19에서는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는 이야기처럼, 풀려지기를 내가 하늘로부터 천국 열쇠를 부여받아, 이 선생과 단신(短身)의 어머니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하나님께 고대의 기도를 두 손 모아 올린다. 결혼의 바램이 이루 어 지기를.....
공 동 체 소 식
☻ 새터 공동체 가족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7.16)
김기홍,김인자,찬미,은혜,기진 (10. 2)
정진희,이정남, (12.10)
김창준 (12.13)
김교은 (12.14)
* 함께 사시던 한순례 할머니(77세)께서는 지난 12월 4일에 이 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 새터 공동체에서는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 기도하며 함께하신 분들
마포교회,이정애,김현석,황찬규
벧엘교회,예수마을,에벤에셀교회
오재석,장애인교역자후원회,윤석전
대덕교회,이근웅,제원교회,채윤기
윤석한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