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수골 주차장 ~ 유건산 전망대 ~ 유건산 정상 ~
망월산 정상 ~ 만보정 ~ 솔밭정 ~ 욱수골 주차장.
대덕화님. 쑤야님. 산사랑님. 별봄님이
오늘 산행을 최고의 분위기로 만들어 주셨다.
9km. 7시간. 1만4천보.
비가 조금 내렸다. 2.5mm.
12시반 넘어 빗방울이 보였다.
도보 마칠 때까지 4시간 동안
내리는 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맞은
모자가 축축해질 정도의 강수량.
많이 오지않아서 천만다행.
걷기는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돌도 종류가 있듯이 흙도 천차만별이다.
질퍽이는 곳도 있었고 약간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비가 와도 미끄럽지도 질퍽거리지도 않는
멀쩡한 땅이 훨씬 더 많았다.
다음 산행은 덕원고에서 출발한다.
욱수골 한바퀴 도는데
적어도 3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턴 지점은 박씨재실이 될 것 같다.
자주 쉬고 천천히 걸었다.
이야기도 충분히 나누었다.
욱수주차장에서 성암산 끝봉(300)을 바라보았다.
덕원고에서 출발하는 이 비탈길은 급경사로 악명이 높다.
꼭대기에는 세상 구경하러 온 신선이
잠시 쉬었다 가는 선류정(仙留亭)이 있다.
1.5km 유건산 정상 오르는데 8번 휴식.
전체 16번에서 절반을 쉬었다.
성암산 정상(480)이 멀리 보인다.
유건산 전망대(380)
전망대 올라가는 계단
신매역 주변 시가지와 안심. 초례봉 환성산에
팔공산 주능 까지 조망 가능한 곳.
평소 뷰 맛집에서 오늘은 곰탕 천지.
뽀얀 국물 맛이 끝내준다.
유건산 전망대.
유건산 정상(450)
쑤야님에게 프로 산꾼의 포스가 풍긴다.
이런 포즈는 누구나 취하는 자세가 아니다.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장비빨 부심이 대단한 별봄님. ↓
별봄님이 착용한 치마우의는 추위와 비를 막아주고
밥 먹을 때 식탁보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피곤하면 잠시 누워 쉴 수도 있다.
시야가 확 트인 눈밭에서 볼일 볼 때도 요긴하다.
이슬이나 물기있는 수풀에선 필수품이다.
여럿 앞에서 환복해야 할 때.
큰비 올 때 배낭 커버로 좋다. 용도가 무진하다.
유건산 헬기장 부근
줄기 10개 참나무. 십절목.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참나무는 크게 6종.
껍데기 두꺼운 굴참.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상수리.
열매와 잎이 작은 졸참.
잎으로 떡 싸먹은 떡갈.
늦가을까지 잎이 달려있는 갈참.
짚신 깔창으로 쓰인 신갈.
외국 참나무와 섞인 혼종이 600개나 만들어진 지금
식물학자도 분류를 포기한다.
졸갈참나무, 떡신갈나무, 떡신졸참나무 등의
잡종이 생겨났다.
그러니 산에 가서 이건 굴참 저건 떡갈.
이러면 큰일 난다.
이제는 나무도 외산종까지 섞인
하이브리드 잡종이 대세.
망월산 오르는 계단.
지루하게 계속 올라갔는데 고도는 아직 470.
느낌은 550고지 오른 기분.
포근한 겨울날씨.
물안개가 나무가지 사이에 내려앉았다.
사방이 적막하다.
시간이 멈춘 것같다.
사방에 아무 것도 안 보이면
발아래 세상과 완전 차단된 다른 세계에 도착한 기분이 된다.
이곳이 망월산 정상(520).
이곳에서 2km 떨어진 만보정보다 10m 더 높다.
오늘은 만보정에서 유턴하기로 합의했다.
하루에 10km 넘는 것도 좋지만 거리를 단축키로 했다.
걷는 거리에 신경 쓰다보면 땅 바닥만 보면서 가게된다.
빠르게 가면서 사방을 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숲을 요모조모 세밀하게 살피면서는 절대로 빠르게 못 걷는다.
다 보면서도 빨리 간다는 말은 거짓부렁이다.
놀면서 공부했는데 성적이 좋다는 말과 같다.
심폐기능이 부족하거나 무릎이 안 좋아
제대로 못걷는 경우는 논외로 하자.
빨리 걸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다리 근력이 부족해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개인 간에 체력과 취향이 다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주 쉬고 천천히 걷는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충 건성으로 보는 것과 세심한 주시에는
눈으로 인식되는 시각 정보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많다.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다.
매일 다니는 산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어제까지 안 보였던 것이 오늘 처음 보이는 것도 있다.
제대로 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급경사지 내리막에선 예외없다.
누구나 자기 발아래만 신경쓴다.
이런데서 빨리 가면 사고 난다.
당연히 옆사람 쳐다 볼 여유도 없다.
자연스럽게 속도도 느려진다.
조망이 좋은 곳이면 빨리 지나가지 말고
잠시 걸음 멈추고 고개를 들면 눈 앞에 절경이 펼쳐진다.
빠르게 통과했더라면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산길은 평탄한 길이 아니므로 발을 디딜 공간을
미리 살피지 않으면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천천히 가면,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땅을 볼 여유가 생긴다.
그러므로 속보로 걷는 사람과 완보하는
산객 사이에는 자연히 관찰량에 차이가 생긴다.
급하게 가면 실수하지 않으려 발 아래만 본다.
땅만 보고 걷다보면 하루만 지나도
어제 어딜 다녀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 때가 있다.
하산하여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오늘 봤던 것에서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
주위도 안 살피고 땅만 보고 걸었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본 사람과 대충 본 사람은
후기에 실린 사진에 대한 반응에서도 다르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먼저 보면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집에 와서 후기 사진 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초고화질인 맨눈으로 숲을 볼 생각은 않고
‘구린’ 화질의 스마트폰으로 자기 눈만 해친다.
오래 기억하고 싶으면 맨눈으로 보는 것이 최고다.
비싼 돈 들여 멀리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세미등산 혹은 숲속 트레킹은
사방 둘러보며 세상 사는 이야기 나누며
호호 깔깔 대며 박장대소 하고.
남 흉도 조금 보고.
그렇다고 도보 내내 하루종일
말하는 것에만 열중해서도 곤란하다.
다리에 힘살도 붙이고.
헐떡이는 호흡과 가쁜 숨길로
폐부 깊숙하게 쌓인 먼지도 떨어내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오늘 썰렁 아재 개그도 많이 나왔다.
안개 자욱한 날은 안개 농담이 제격.
대덕화님이 물안개로 야한 농담을 하였다.
나도 한개 거들었다.
선생이 자기도 제대로 모르면서 학생에게 물리 가르치면
학생은 괴롭다.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다.
물리가 무엇인지 알고 수업을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실력이 없는
선생이 많다.
이들은 수업 대신 신변잡담과 황당무계한 영웅담을 많이 한다
학생들은 물리선생의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물리선생을 제물포(제 때문에 물리 포기했다)라고 놀렸다.
제물포 선생 덕에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많이 잤다.
수업 내용이 이해가 전혀 안되니까.
물안개(물리 시간에 안 자면 개xx).
그러면 학생들에게 물리 선생이 이렇게 응수한다.
물대포(물리 때문에 대학 포기한 x).
걷기의 왕은 워킹. 주차의 달인은 파킹.
생각의 왕은 씽킹.
그러면 이제 문제. 송금의 왕은?
시험의 왕은?
당 당당하게
신 신나게
멋 멋지게
져 져주면서
청 청춘은
바 바로
지 지금 이 순간
누나(누가 나의 편인가)
언니(언제나 나는 니편)
문제 두 개 더.
아홉 글자를 두 글자로 줄이면?
아홉 마리 개가 알을 낳았는데 보기 좋았다.
이것을 7글자로 줄이면.
정답은 나중에.
안개 때문에 우리 도보는
더 우아해지고 더 신비해진다.
빗방울이 토닥토닥.
지면은 더 촉촉해지고 공기는 더 맑아졌다.
10m 광폭 대로가 눈앞에 쫙.
이 정도 능선 길은
20년차 베테랑 쑤야님에게도 신세계.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시원하게 싸고 돌았다.
궂은 날씨에도 서로가 힘이 되어 든든했다.
이게 바로 함께하는 기쁨이다.
따뜻한 우정으로 추운 줄 몰랐다.
등락이 몇번 되는지 모른다.
깃발 거짓말쟁이 여러번 만든다.
오르락내리락 고개가 몇번 반복되면
오기가 슬슬 오른다.
이번 고개 넘으면 만보정인가.
아니다. 또 내리막.
이번에는 만보정. 또 아니다.
기대가 무너진다.
배는 고프고. 남은 거리 얼마 안되는 것 빤히 아는데.
곧 나올 것 같은 만보정 언덕이 이토록 멀다.
만보정(510)↓
고소하면서도 달콤했던 배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같은 된장.
환상의 찰떡 궁합.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다.
별봄님의 향미 풍부했던 야채김밥.
산사랑님의 꿀맛같은 콩밥.
그리고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계란말이.
그 맛 잊을 수 없다.
이런 거 먹으러 산에 온다.
먹는 것에 별 관심 없는 분들에게 미안하다.
등산만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만보정 마루에 신발 벗고 밥 먹었다.
밥 먹고나니 조금 춥기도 해서
열을 내어 걸었다.
땅이 조금 질퍽해서 걷기 좋은 길로 하산 코스 잡았다.
대구판 운탄고도 또는
한국판 차마고도로 불리는 곳을 지나가기로.
만보정에서 솔밭정 2km.
솔밭정에서 주차장 2km.
잽싸게 내려왔다.
하산할 때는 솔밭정에서 한번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