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하다 :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고 배 속에 답답하게 처져 있다. [네이버 사전]
요즘 뭘 먹어도 잘 얹히고 소화가 잘 안되네.
막상 하는 일 없이
해야만 했던 일들을 머리 속으로 곱씹으면
막막한 압박감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아.
글은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울음은 어떻게 토하는 거였더라.
까맣게 젖어들었다가
하얗게 타오르는 마음을 다시금 휘저어.
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었던가.
외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었던가.
언젠가 썼던 시에 말했던 것 처럼
무언가 고여 썩어가고 있었나.
내 안에.
육신 안에.
너절한 마음을 안고
비극 앞에 울지도 못하고
입도 뻥긋 못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나.
나는 그래도 괜찮아, 라며
나를 그러 안는다.
심장께를 토닥인다.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종이에 펜으로 적으며
괄호를 열고 '기한 없음'이라고 적는다.
살아가는 동안 기약 없이 쌓여 온 약속들이
빚쟁이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 때
득달같이 독촉할 때
빨간 딱지를 붙여 압류할 때
과거로 저당 잡을 때
나는 당당하게 기한 없음이라고 명시한 계약서를 내밀고
이건 미래의 몫이라고 주장하겠다.
가슴께에 콱 얹히는
미련과 후회라는 단어 대신
기대와 희망을 담보를 제시하겠다.
그것만으로도 체기가 조금 나아진 듯 하다
살아갈 날들 위로 살아 온 나날들이 얹힐 때
게으르게도 그제야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나를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