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시 부문: 윤경혁>
공백(空白)
윤경혁
간택을 당하고 싶은 젊은이
좋은 학교 나오고
외국 물도 먹고
모자란 것 없어 보이는 스물일곱이
백한 번째 이력서를 썼다며
내게 물었다
여기에 채워 넣어야 할 자격증이 뭐예요
여기에 올려놓아야 할 시험 점수는요
철철 넘치는 물통 두고 모자라다니
분명 모자란 놈은 모자란 놈일러니
꾸역꾸역 담아놓고
지가 모자란 줄만 아는 스물일곱
취직 전문가 소리 듣는 마흔하나가
기어이 있지도 않은 공백 만들어 놓고
이 공백을 채우세요, 이르고는
얼른 빠져나오는
일자리 카페
손사래
어쩜, 너는 말하기 싫은 벽을 세웠구나
제천 어느 마을 중학생 소녀였던 너는
어스름에 훌쩍 사라진 아비를 원망하며
풀벌레 소리 가라앉은 한밤을 가로질러
모진 삶 짊어지려 사라진 어미를 그리며
어쩜, 너는 너무도 견고한 벽을 쌓았구나
가물 든 기억을 헤집는 외할매를 씻기고
나 어린 동생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춘기는 고난이라 푸념하던 기억의 벽
그때, 얼마나 힘들었냐는 내 말에
너는 손사래 치며 기억에 없다 한다
그래, 그때의 너에게 말해주고 싶구나
어두운 밤 옥상에서 밑을 내려다보지 말라고
길고양이를 안고 밤새 울지 말라고
혼자일 리 없는 저녁 밥상을 함께하는
너의 손사래를 보며 느끼는
지독한 허기
스물일곱
오로지 야속한 밤만이 매일 찾아오던 날이 있었다
성북구 제기동 재개발 지역 광복 전 지었다는 다섯 평 방
곰팡이와 바퀴와 지네가 옆에 몸을 누이고 나면
부서진 건물과 허섭스레기 틈바구니를 비집고 날아든
후줄근한 바람이 진을 치던 밤
밤새 수작을 걸던 복학생은 빈손으로 돌아가고
적멸의 밤을 기다려 뒤척이던 노가다는 새벽 장화를 신고 떠나고
흘러내린 주름살을 엮어 손자를 키우던 부산식당 할매의 칼질 소리
새벽 구름을 타고 다니던 술집 여자가 침대에 쓰러지는 소리 들리던
야속하기만 한 스물일곱의 어느 밤
그 무렵 선풍기는 신음 소리를 냈고
더러는 쓸쓸하고 더러는 어슴푸레한 내일이 앉아 있어도
이따금 소진되어 가는 날들이면 덩두렷이 떠오르는 그 밤
내가 가장 고왔을 때
박옥수
내가 가장 고왔을 때
아버지는 내 새끼 배곯는다며
이장 댁 머슴살이 떠나시고
난
많은 것을 어깨에 매달고 휘청거렸다
골골거리시는 어머니와 동생 다섯
내가 가장 고왔을 때
깔깔거리던 또래들은 새 학기 가방을 들었고
난 호미와 망태 들고 두렁 사이를 누볐다
내가 가장 고왔을 때
병든 아버지와 가여운 어머니
사슴 눈을 닮은 어린 동생들
더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장 고왔을 때
모로 누워 숨과 싸우시던 아버지는
먼 길 떠나셨고
우산을 잃은
어머니 숨소리를 나는
밤새 세며 뒤척거렸다
언제나 고왔던 적 깨달았을 때
외길 도랑 옆 잡목으로 서 있었다
그렁그렁
눈물방울에 맺혀 빛나던 시절
그 모든 날들이었다
수필 <AI와 함께하는 일상> 중에서/김 임환
AI는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대신하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나는,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금은 AI가 공정을 변화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량품 검사를 사람이 직접 했지만 지금은 AI 시스템 덕분에 자동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불량품을 줄이는데 기여했고,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생산자의 비용을 절감하는 반면, 소비자와의 공정한 거래확립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한다.
기술의 진보는 단순히 제품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반도체 기술의 향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고, AI 기술은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ChatGPT같은 사내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큰 용량의 이메일이나 문서를 요약하고. 중요한 보고서나 논문을 빠르게 분석하고 정리해 준다. 이처럼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언제든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덕분에 나는, 더욱더 많은 업무를 질적 향상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
3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몸담으며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기술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한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었다. 팀원들과 밤낮없이 연구하고 토론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성공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일류화에 크게 기여하며 큰 성과와 함께 회사 전반에 많은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큰 보람을 주었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앞으로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16세기와 17세기의 과학 혁명에서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종교적 권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 이성의 힘을 강조했지만, 많은 혼란과 저항도 있었다.
칸트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내다보며 우리의 인식 능력과 구조에 의해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도 유효한 통찰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양극화를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산업 시대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나는 그 미래와 과거의 경계에 서서, 기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을 믿고 있다. 과거의 경험은 나의 거울이다. 온고지신하여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올바르게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