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칼 동지들께 전하는 빵과장미의 편지
_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2023.10.04.
[편집자 주]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가 10월 3일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빵빵 짱짱 연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빵과장미는 공장이 불타자 노동자들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중시하는 것처럼 ‘퍼플워싱’해 온 옵티칼 본사 닛토덴코의 위선을 폭로하며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이는 바로 노동자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빵과장미 동지들이 옵티칼 동지들께 건넨 편지를 전합니다.
옵티칼 동지들, 반갑습니다. 저희는 해고 노동자와 부당징계자, 투쟁하는 노동자와 대학생, 활동가가 함께하는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입니다. 빵과장미는 여성 노동자가 주체가 된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를 변혁하여 여성해방을 쟁취하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오늘도 여성 노동자의 허리끈과 숨통을 지독하게 조이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란 체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빵과장미에는 콜센터와 호텔, 학교와 병원, 제조업 하청 비정규직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서 자본에 맞서 싸워 온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빵과장미란 이름으로 함께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키우고 이들의 투쟁에 연대해 왔습니다. 또 내년 3.8 국제 여성의 날에는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내건 여성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빵과장미란 구호는 1차 세계대전 직전, 한 줌의 자본가들이 전 세계 노동자들을 몰아치며 살인적인 경쟁을 재촉하고 있던 1912년 벽두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 시에서 터져 나온 파업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파업에 나선 직물 노동자 수만 명은 경찰과 군대의 총검 앞에서 임금 인상과 더불어 존엄한 삶의 조건 역시 요구하기 위해 ‘빵과 장미’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습니다. 이 시기 노동자들은 약 3분의 1이 25세 이전에 사망했을 만큼 잔혹한 착취 속에서 주당 6달러, 아동은 3달러를 받고 일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착취하던 자본가는 대궐 같은 저택과 별장, 섬을 소유하고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너무나 부조리한 현실이었지만,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거대하기만 했습니다. 단적으로,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출신국적은 51개나 됐으며, 언어만 최소 45개에 달했습니다. 또 노동자의 다수인 여성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성별과 출신, 언어적 차이를 이용해 그들을 분열시켜 착취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단결했습니다. 또 파업위원회는 보육원과 공동 취사장을 설치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더 쉽게 투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단결하여 투쟁한 끝에 로렌스 직물 노동자들은 승리를 쟁취했고, 합의안을 만들었을 때 대부분이 여성이던 노동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했습니다.
이렇게 빵과장미의 투쟁이 격렬하게 전개됐던 야만의 시대인 1918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본사인 닛토덴코사는 닛토전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조선이 일본제국에 통합된 뒤 8년이 지난 시간이자 1919년 3.1운동 전해인 이때, 조선에서 생산된 쌀의 98.6%, 직물은 85.1%가 일본으로 강탈되어 조선 민중이 굶주리며 헐벗고 있던 때였습니다. 닛토덴코사는 그런 일본제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기절연재를 생산하여 성장을 거듭해 왔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재 일본 내 21곳, 해외 78곳에 사업소를 두고 있으며, 연 매출 8,534억엔, 직원 수는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닛토덴코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처럼 수많은 노동자를 착취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입으로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ESG 경영(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시한 경영)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중시하며 생태와 사회,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닛토덴코는 해수의 담수화 등에 이용되는 ‘멤브레인’을 생산하여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폭넓게 공헌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경영진과 사업부, 인재본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 지도자의 비율을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0%, 일본 국내에서는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회사가 기후위기나 생태를 강조하더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한 녹색 자본주의의 하나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한 그들의 말은 한낱 ‘퍼플워싱’일 뿐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다카사키 히데오 일본 닛토덴코 대표의 소득은 모두 26억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평균연봉 약 5천만 원의 53배입니다.
더구나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18년 동안 무려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지난 10월에는 화재보험금으로 약 1천3백억 원을 챙겼는데도 20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 13명의 고용승계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합원 5명의 임대차보증금을 각 4천만 원씩 모두 2억 원 가압류했고, 또 다른 5명의 조합원에게는 부동산에 각 4천만 원씩 2억 원을 가압류했습니다. 자본가들은 그들이 언제나 써먹는 똑같은 수법을 사용합니다. 언제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말하면 더 무자비하게 그들의 삶을 짓밟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역시 더욱 큰 연대와 단결로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 왔습니다. 바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에 KEC지회와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앞장선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그것입니다.
저희와 함께하고 있는 빵과장미 국제네트워크는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 자본가들이 버리고 간 브루크만 의류공장을 여성 노동자들이 접수하고 끝없는 경찰 폭력에 맞서 노동자의 공장으로 다시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때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노동자들은 “여기에 사장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브루크만은 노동자의 것이다. 그게 싫다면, 엿이나 먹어라!”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이들은 공장을 접수하는 데서 나아가 여성위원회를 조직하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을 위해 싸워 온전히 평등하게 노동자가 통제하는 공장을 건설했습니다. 옵티칼 동지들 역시 여성 노동자들이 평등한 투쟁의 주체로 싸우고 있으며, 평등의 약속 제정을 비롯해 평등과 존엄을 위해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성평등한 노동자 투쟁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빵과장미는 옵티칼 동지들의 성평등한 투쟁을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며, 여러분과 같이 투쟁하는 노동자가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성적으로 억압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 있는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썩어빠진 자본가들은 이 세상은커녕 단 몇 평의 공장도 구할 수 없습니다. 공장의 주인은 공장을 버린 자본가가 아니라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은 정당할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빵과장미 우리는 생존권과 존엄 모두를 위한 옵티칼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이 싸움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3일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