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확진자들이 추가되면서 상황이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확산 방지를 위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필요한 때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과 함께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손 씻기, 등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각자 건강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호흡기 질환자가 빈번히 발생하는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건강 관리법이 될 수 있다. 호흡기 질환 증상 완화,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한약들에 대해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중국 보건당국도 지정한 ‘청폐배독탕’…코로나19 완화 효과로 주목
코로나19로 가장 주목을 받은 한약이라면 단연 ‘청폐배독탕(淸肺排毒湯)’을 꼽을 수 있다. 청폐배독탕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음이 발견돼 중국 보건당국에서 지정한 코로나19 처방약 가운데 하나다.
청폐배독탕은 급성 호흡기질환을 누그러트리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마행석감탕, 사간마황탕, 소시호탕 등을 조합해 조제한다. 각 약재들의 효능을 살펴보면 열을 내려주고 폐 기능을 원활하게 하여 기침이나 숨찬 증상 등을 완화시켜주는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이진호 병원장은 “현재 국내 한의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청폐배독탕을 처방·배포하는 등 사태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미하지만 발열, 오한, 마른기침, 근육통 느껴진다면 ‘구미강활탕’
강활, 방풍, 감초, 천궁 등 아홉 가지 약재를 달여 만든 탕이라 이름 붙여진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은 상기도와 하기도의 열을 내리는데 뛰어나 발열, 기침, 가래 등 호흡기 관련 증상 완화에 좋다. 또한 진통소염 효과도 있어 근골격계 질환 및 몸살 증상 환자에게도 처방된다.
예부터 일반적인 감기 치료에 널리 사용돼 온 구미강활탕은 동의보감에서도 사계절을 불문하고 발병하는 열, 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역병이 유행하는 초기 유효한 처방이라 소개되고 있다. 구미강활탕의 또 다른 장점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한약이라는 것이다. 가격적인 부담이 적고 캡슐, 정제 등 다양한 제형으로 시판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휴대하면서도 복용이 가능하다.
‘은교산(銀翹散)’은 한방에서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열이 나고 목이 아픈 염증성 질환에 주로 쓰이는 처방이다. 주 재료로 쓰이는 연교, 금은화, 우방자 등 약재 등은 약리 실험을 통해 소염, 향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이 보고됐다.
또한 은교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널리 쓰이는 한약으로써 코로나19 이전에도 바이러스 질환 치료에 활용된 적이 있다. 2008년 일본의학회 산하 동양의학회가 고열을 동반한 인플루엔자 환자 18명에게 은교산을 투여한 결과 모두 체온이 37.4도 이하로 내려가고 일주일 간 재발이 없었다는 임상사례를 발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허약하고 원기가 부족한 이들에겐 ‘공진단·육공단’으로 면역력↑
상대적으로 체질이 허하고 원기가 부족한 노인이나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으로는 ‘공진단(拱辰丹)’을 들 수 있다. 공진단은 녹용, 당귀, 사향 등을 환으로 빚은 약으로서 원기를 증진시키고 간장, 심장, 신장을 강화해 면역력을 올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공진단에 신장을 강화하는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六拱丹)’은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 실험연구 결과 혈액순환 개선 및 뇌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Egr1을 활성화시키는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한약이기도 하다. 이러한 육공단의 뇌신경 보호효과는 기억·집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제거, 신경쇠약 개선,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 신체의 전반적인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음기와 양기를 맞추는 ‘쌍화탕’…증상 이후 회복에 도움
‘쌍화탕(雙和湯)’은 피로하고 몸이 허약해진 것을 보하는 처방으로 감기몸살 등 질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한방의 대표적인 감기약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쌍화탕은 치료약이라기보다 회복약의 성격이 강하다. 쌍화탕의 이름만 살펴보더라도 음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쌍화탕의 구성 약재는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등 이며 허해진 신체의 기운을 북돋는 효과가 있어 피로 및 과로 회복에 뛰어나다. 각종 질병을 앓는 중이거나 치료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몸의 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다른 한약과 함께 처방되는 경우도 많다.
이진호 병원장은 “코로나19 건강수칙으로 방역 및 예방에 힘쓰고 한약을 통해 면역력 증강과 증상 완화를 꾀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적인 증상과 환자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한약을 복용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