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음 모둠 이야기]
삶에서 잇고 짓는 멋
도시지만 산과 가깝고 다양한 새소리로 여러 절기를 느낄 수 있는 인수마을에 살고 있는 지은이에요. 비혼 공동체방에서 동생 두 명과 살림 꾸려가며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웃음꽃 피는 삶 살고 있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고 꽤 오랜 시간 취미로, 직업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림이 행복하지 않고 힘들기만 했어요. 한몸살이 와서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질문하게 됐고, 내 마음이 동할 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을에서는 학생들과 수업으로 평소 잘 안 그려본 그림도 재밌게 그려보고, 마을밥상 일이나 풍물, 소리, 하늘땅살이처럼 다양한 일과 배움 하면서 자연스레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게 그림 말고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림이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을 소통하고 풀어가는 도구가 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보통은 그림을 익숙하게 그리니까 멋지음도 익숙할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는 멋지음에 썩 자신이 있진 않았어요. 학교에서도 멋지음 할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연구소 창립을 준비하며 살림꾼들이 여러 몫을 맡을 때, 잠깐 고민하고는 도전하고 배우는 마음으로 멋지음을 해보겠다 손들었어요. 함께 멋지음 모둠으로 자원한 이들 보니 새롭게 경험하고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겠구나 싶었지요.
멋지음 모둠 살림꾼들을 소개할게요. 홍천 너브내마을에서 <그리는사이>라는 창업체를 꾸리며 마을 멋지음을 해가고 학생들과 깊게 만나며 예술이 성장과정에 스며드는 힘을 보고 만나고 있는 지영. 어린 시절부터 살림 예술을 좋아하고 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연구소 멋지음 모둠에 함께하게 된 인수마을에 사는 광심. 인수마을 공방 <오늘멋지음>에서 이웃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나누며 마을에서 필요한 멋지음 두루 해가고 있는 자유은혜.
멋지음 모둠 첫 모임 때는 저마다 자원한 마음도 나누고 어떤 것부터 해갈지 큰 틀을 정하고 상상해보았어요. 무엇보다 이 시간이 서로에게 배움이 되는 과정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후에는 멋지음 안에 중요하게 담을 내용을 정하고, 저마다 조사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같이 공부했어요. 아이콘, 타이포그래피, 로고, 색과 색의 조합 등등 공부할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공부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건 ‘어떻게 살림학의 얼을 잘 담을까’였어요. 함께한 공부를 바탕으로 작업은 저마다 집이나 공방에서 했어요.
작업은 손으로 그려보고, 붓글씨로도 써보고, 손으로 한 작업물을 스캔해서 컴퓨터 작업으로 어우러지도록 합쳐도 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했습니다. 한 주에 한 번씩 모여 저마다 연구하고 작업한 걸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양한 방식의 작업물을 보며 서로 영감받고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하늘 땅 사람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생명살림과 평화, 잇고 짓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하나로 담을 수 있는 상징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또 결과물을 잘 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 때마다 서로의 기운을 살피고 어떤 마음으로 작업해가는지 생각하며 소통했어요.
몇해 전에 인수마을 지도를 멋지음 한 적이 있는데요. 지도는 보통 책을 펼 때 보기 알맞게 가로로 멋지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실제로 길을 찾는 이의 시선을 고려한 멋지음이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멋지음 하며 저도 기존의 방식을 쫓아 가로로 멋지음을 했고, 이걸 세로로 바꿔보자는 의견을 듣고는 실제 제 삶에서 지도를 볼 때 겪던 어려움이 떠올랐어요. 다 그려놓은 지도를 수정하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삶과 맞닿은 멋지음이 진짜 아름다움이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마을에서 학생들이 누리는 삶,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제 삶이 이미 아름다움이고 그걸 그림으로 소통하고 풀어내는 힘을 길러가는 과정이 멋지음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 삶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연구 방향도 잘 잡아가고 싶어요.
지은_아름다운마을학교에서 학생들과 일, 놀이, 배움이 하나 되는 일상 보내고 있어요. 지내는 삶을 소소하게 그림으로 잇고 지으며 나누는 일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