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주역과 음양오행의 기초
3. 주역의 기초개념
가. 易의 의미
許愼의 『說文解字』에 따르면 ‘易(바꿀 역, 쉬울 이)’의 뜻을 象形文과 會意字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破字하고 있다.

① 象形文 : 蜥易(석역), 蝘蜓(언정), 守宮(수궁) 등으로
부르는 파충류인 도마뱀의 형상
② 會意字 : 祕書(緯書)說 - 日月爲易, 象陰陽也。
(日月이 易이 되고, 음양을 상징함이라.)
상형문의 뜻으로 볼 때 易은 쉽게 잘 변한다는 뜻이고, 회의자로 볼 때는 음양을 상징하는 뜻이다. 곧 易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循環反復하는 자연의 운행질서를 토대로 하였기에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으로 ‘變易(변역)의 易(역)’이라고 하고, 變易하는 가운데 변치 않는 순환반복의 이치가 있기에 ‘不易(불역)의 易(역)’이라고도 하며, 낮과 밤이라는 陰陽의 盈虛消息 가운데 四時가 베풀어지며 만물이 生長收藏하는 간단하면서도 쉬운 이치가 있기에 簡易(간이)의 易(역)이라고도 부른다.
『周易』 『易經』 『易傳』 등으로 부르는 易의 글은 天地自然이 끊임없이 變化하면서 循環反復하는 運行秩序 속에 인간의 삶도 그중 하나임을 직시하고, 가장 조화로운 인간사회를 구현하려고 하는 학문이다. 인류가 자연현상을 관측하여 일정 법칙이 있음을 알고, 이를 記號化하여 담아 둔 것이 陰陽 符號인 易의 卦이다.
이를 바탕으로 황하문명권의 인류는 농경문화와 文字시대를 열게 되었다. 上古시대에 伏羲氏(복희씨)가 나와 천문의 음양이치를 바탕으로 八卦와 64괘를 그어 농경생활에 필요한 冊曆과 함께 의심나는 것을 결단하는 방편의 하나로 蓍草占(시초점)을 활용하여 집단의 대소사를 결정했다. 神農氏와 皇帝와 堯舜시기를 거치며 易의 괘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인류의 문명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어지는 夏 殷 周 三代를 거치며 64괘의 순서에 변화가 이루어지고 卦辭와 爻辭가 더해졌으며, 孔子에 이르러 易經 전체에 대한 해설인 十翼傳이 붙여져 마침내 『周易』이 완성되었다. 공자의 贊易으로 『周易』을 儒學의 最高經典으로 꼽고, 帝王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帝王學이란 말 속에는 세상을 경륜하는 위정자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또한 『周易』은 공자가 각 괘의 상을 보고 세상을 經綸하려는 군자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했기에 흔히 ‘君子以學’이라고도 한다.
나. 시대에 따른 易의 분류
三王 이전 시대에는 易이 어떤 이름으로 불러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夏나라 때는 重山艮(䷳)괘를 머릿괘로 하였기에 連山易이라 불렀고, 殷나라 때는 重地坤(䷁)괘를 머릿괘로 하였기에 歸藏易이라 불렀으며, 오늘날 周易이라고 부르는 것은 周나라 때 이르러 문왕과 주공에 의해 重天乾(䷀)괘를 머릿괘로 하여 64괘에 괘사와 효사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三代마다 冊曆의 歲首法이 달라졌다. 天正을 중시한 周나라는 天統曆을 세웠기에 陰이 다하고 陽이 새롭게 회복되는 子時를 하늘의 문이 열리는 때(天開於子, ䷗)라고 하여 子月歲首法을 썼고, 地正을 중시한 殷나라는 地統曆을 세웠기에 땅의 문이 열리는 丑時(地闢於丑, ䷒)를 歲首法으로 썼고(丑月歲首), 人正을 중시한 夏나라에서는 人統曆을 세워 땅 속 가득 양기운이 들어차 만물이 나오기 시작한다(人生於寅, ䷊)는 人時를 歲首法으로 썼다(寅月歲首).
다. 周易의 구성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周易은 크게 문왕과 주공이 쓴 經文과 공자가 쓴 傳文 곧 十翼傳으로 나누어진다. 경문은 다시 문왕이 쓴 64괘(상경 30괘 : 양효 86, 음효 94 : 음효 +8 / 하경 34괘 : 양효 106, 음효 98 : 양효 +8 )의 卦辭와 주공이 쓴 384효의 爻辭로 구성되어 있다. 십익전은 공자의 爲政思想과 철학이 整然하게 녹아있는 글이다. 공자는 주역을 찬술하시고 난 뒤 “加我數年하여 五十以學易이면 可以無大過矣리라(나에게 여러 해를 더하여 오십으로써 역을 배우면 가히 큰 허물을 없게 하리라 : 『논어』 술이편 16장)”고 하셨는데, 조금만 더 시간적 여유가 있어 50의 이치로 주역을 연구한다면 후천의 대과를 없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주역 속에는 세상을 經綸하는 많은 이치가 담겨있음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십익전은 다음과 같다.
① 彖傳(단전) : 문왕의 괘사를 해석
② 象傳(상전) : 괘상을 설명한 大象傳과 효상을 설명한 小象傳
③ 乾卦文言傳(건괘문언전) : 乾卦는 易의 體가 되기에 文言傳 여섯 節을 두어 부연설명
④ 坤卦文言傳(곤괘문언전) : 坤卦 또한 乾卦와 더불어 易의 體가 되나 乾道를 따라 변화하기에 文言傳 두 節을 두어 번째 괘인 重地坤卦를 부연설명
⑤ 繫辭上傳(계사상전) : 易道에 대한 총론
⑥ 繫辭下傳(계사하전) : 易道에 대한 각론으로 계사상전이 體라면 下傳은 用적인 글
⑦ 說卦傳(설괘전) : 팔괘의 선후천 배열원리와 각 괘에 대한 설명
⑧ 序卦上傳(서괘상전) : 상경 30괘의 순서를 설명
⑨ 序卦下傳(서괘하전) : 하경 34괘의 순서를 설명
⑩ 雜卦傳(잡괘전) : 64괘가 配合괘와 倒轉괘의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만큼 서괘전이 이를 따라 괘의 순서의 뜻을 해설한 반면, 잡괘전은 이와는 다르게 상경 18괘와 하경 12괘를 섞고, 하경22괘와 상경12괘를 섞어 각 괘의 뜻을 대립적 관점에서 대비시켰다.
라. 易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용어
계사상전 11장에 “역에 태극이 있으니 이에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으니, 팔괘가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대업을 낳느니라(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하고 兩儀生四象하고 四象生八卦하니 八卦定吉凶하고 吉凶生大業하나니라)”고 하였다. 곧 太極은 萬物의 근원이 되고 이것이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함이 兩儀가 되고, 음과 양이 서로 교합하여 四象을 낳고, 四象이 다시 八卦를 이루니, 팔괘가 움직여 감에 吉凶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천하의 大業이 나온다는 뜻이다.
또한 “天尊地卑하니 乾坤이 定矣(계사상전 제1장)”라는 내용에 기초하여 陽先陰後의 이치로 복희씨가 처음 만든 괘를 先天八卦라 한다. 팔괘는 복희씨가 天文의 象인 河圖에서 一부터 十까지 그 數가 베풀어지는 理致를 살펴 그렸다고 한다. 象數理의 이치에 근거하여 그린 복희씨 선천팔괘가 天地間에 가득 찬 음양기운의 始生원리를 다룬 것이라면, 文王이 지었다는 後天八卦는 그 기운의 작용 속에 생성된 剛柔의 相推와 相盪과 相摩작용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小成卦인 팔괘가 다시 거듭하여 大成卦를 이루는데, 一貞八悔의 순으로 생성되는 복희씨의 64괘 방위도와 周易의 64괘의 순서가 陰陽의 始生원리와 剛柔의 造化작용의 이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한편 대성괘를 살필 때는 종합적으로 팔괘가 내포하고 있는 개념은 물론 本卦 자체를 여러 방향으로 분석해보는 일도 중요한데 다음과 같다.
・倒轉卦(도전괘) : 상호연계된 내용을 살필 때로 이를테면 水雷屯䷂과 山水蒙䷃의 관계
・互卦(호괘) : 내포된 의미를 살필 때로 이를테면 火雷噬嗑䷔과 水山蹇䷦의 관계
・配合卦(배합괘)는 全變卦로 상반된 상황을 살필 때로 이를테면 山雷頤䷚와 澤風大過䷛의 관계)
・錯綜卦(착종괘) : 내외의 위치 변경을 살필 때로 이를테면 火澤睽䷥와 澤火革䷰의 관계
마. 周易 64괘
앞서 ‘음양오행론 개괄과 방향 정립’에서도 살폈으니 주역의 64괘는 소성괘인 팔괘가 一生二法에 따라 一 → 二 → 四 → 八 → 十六 → 三十二 → 六十四로 이뤄쳤다는 설이 있고 팔괘가 각각 한번씩 만는 一貞八悔 법칙으로 이뤄졌다는 설이 있다. 一生二法은 倍數의 무한 변화를 나타내기에 유한한 생태계 개념으로는 맞지 않고, 책력의 표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6획의 괘를 통해 이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기에 天地人 三才를 바탕으로 한 一貞八悔說이 64괘의 생성 원리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공자가 계사하전 제10장과 설괘전 제2장을 통해 거듭 말하는 三才說이 一貞八悔說에 부합한다.
一貞八悔 법칙에 근거하여 그린 복희씨의 선천64괘도와 도전괘를 통해서본 36宮圖와 주역 64괘도를 먼저 살펴본다.

伏羲氏 先天 六十四卦 方圓圖
복희씨의 64괘가 전개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이다. 一生二法에 따라 太極으로부터 兩儀 四象 八卦로 삼변하여 이루어진 先天八卦를 一貞八悔의 법칙에 따라 배열한 것으로 음양이 순환반복 됨을 볼 수 있다. 밖의 圓圖는 動的인 하늘의 德을, 안의 方圖는 靜的인 땅의 方正한 德을 상징한다. 밖의 圓圖는 上下(南北)의 기본축에 乾과 坤을 놓아 體를 세우고 復으로부터 乾까지는 陽이 자라는 것을, 姤로부터 坤까지는 陰이 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즉 陰陽의 消長 원리를 괘로 펼쳐 놓았다. 안의 方圖는 서북과 동남에 乾과 坤을 놓아 음양이 교합하여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三十六宮圖
64괘를 8괘의 不倒轉卦와 28괘의 倒轉卦로 나타낸 것이다. 안으로 文王후천팔괘(부도전괘의 내괘)에 의거하여 부도전괘를 배열하고, 밖으로는 주역의 순서에 따라 28개의 도전괘를 펼쳐놓았다.

周易 64卦序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