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우 식
1966년『현대문학』등단
시집『주마간산』외
장자시의 꿈을 이루다
- 그대의 시판에 깔린 신비한 문자들이 모두 하늘나라로 가서 별들로 총총 꽃핀 밤에 나는 이 시를 띄운다
제천아, 일생 장자의 꿈을 좇아 시를 짓더니
드디어 붕새의 날개를 얻게 되어
하늘나라로 소요유逍遙遊를 떠났구나.
붕새를 탄 시인은 이 지상에서는
자네밖에 없음을
내 오래전부터 알았느니, 내 시의 친구여.
그렇게 별과 놀기를 즐겨하여
하늘나라 어디쯤 명당자리
명왕성인가 천왕성
그대가 잡아놓은 별자리에 입적하였구나.
이 땅의 인사로서는
제일 큰 행보를 하였던 시인.
이 땅에서는 제일 큰 날개를 휘저으며
춤추고 노래했던 시인.
그 그늘이 깊고 짙음을 누가 모르랴.
그 녹음의 짙푸름에 누가 젖지 않으랴.
이제는 이 지상에서
자네의 정겨운 손짓을 보지 못해
나는 그것이 영영 섭섭하구나.
내 시의 영원한 친구를 보낸
그 슬픔을 누가 알리오.
오호, 통재라. 어이, 어이 제천아, 제천아.
그대와 나는 시인으로 만나
호형호제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시판에서 그만하면 한세상을 잘 놀았다.
생자필멸 회자정리라 하지 않더냐.
가질 것도 줄 것도 없으니
두 손 가볍게 탈탈 털고 무소유로 가거라.
평소에 자네가 하던 버릇처럼
저승도 이승과 다를 거 없듯이
나는 간다 하면서 깔깔 웃으며 가거라.
어제가 오늘인 듯 내일도 오늘처럼
영원한 별리도 없듯이
이 지상에 그대가 부를
시노래 자리는 늘 있을 것이니.
나는 자네를, 우리들 시인들은 그대를
먼먼 하늘나라로 불귀의 객처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저 세상에서도 심심하면 제천아, 제천아
어이, 어이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어이, 어이 붕새 타고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