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厓先生間世姿。
하늘이 동방을 위해 위태함을 부축하게 하였네
天爲東國扶顚危。
경술과 문장은 천하에서도 우뚝 솟았고
經術文章聳夷夏。
크고 넓은 사업은 크고 밝게 드리워져 있네
重恢大業垂鴻煕。
몸은 암랑에 처했어도 산림을 그리워하여
身處巖廊戀邱壑。
작은 정자에 일찍이 삼선록을 쌓았으니
小亭曾築三僊麓。
발과 창문의 색은 흰 죽순에 비추어졌고
簾櫳色射玉笋白。
베개와 자리 그림자는 푸른 구담에 일렁이네
枕席影盪龜潭綠。
갈필로써 문미 편액의 글자를 썼는데
葛筆寫作扁楣字。
오래된 울창한 잣나무에 창룡이 노는 듯하네
古栢鬱嵂蒼虬戱。
구름 모습은 일렁이다가 벼루에 응기고
雲容㶑灧硯心凝。
물 기운은 영롱하게 지면을 적시었네
水氣玲瓏紙面漬。
이백년이 됨에 상전벽해 변화가 일어나
二百年來桑海變。
보묵은 영락하고 거미줄이 얽혔더니
寶墨零落虫絲罥。
내 마침 이를 얻어 소중히 간직하였네
我適得之重琬琰。
하루에도 상자를 몇 번씩 열어보았는데
開篋一日三流眄。
세상에 드묾이 분명해 전형으로 받들었고
曠世分明典刑挹。
등불 돎에 시원해져 그 정신 보는 듯했네
迴燈颯爽精神見。
운암 학사는 내 오랜 친구이니
雲巖學士我故人。
문채와 풍류가 조정의 신사들을 비추었네
文彩風流暎朝紳。
뜻하지 않게 대궐에서 쫓겨난게 세번이 아니니
偶辭靑瑣非三黜。
단구에 깊이 누운지 벌써 십년이 되었네
深卧丹丘已十春。
선생의 옛 터는 주인이 몇 번 바뀌었을까
先生故基幾易主。
천금의 돈을 버리더라도 아깝지가 않았네
折券不惜千金珍。
집과 강산이 지난 날과 다를 바 없어서
棟宇江山似往日。
여기가 선생의 글씨를 두기에 합당하였네
此間合置先生筆。
가져가서 열 겹으로 봉하고 까만 돛대 붙이니
十襲齎封附烏檣。
상스런 빛이 잠긴 교룡 굴에서 떠서 움직였네
祥輝浮動潛蛟窟。
비로소 진벽이 옛 곳으로 돌아갔음을 알았으니
始知晉
璧還舊府。
어찌 초궁을 가지고 득실을 논하리오
寧將楚弓論得失。
나 또한 근자에 한가한 것을 청해볼까 하노니
僕亦年來擬乞閒。
새로 강가에 띠집을 하나 마련하였는데
新誅茅屋滄江灣。
성벽이 늘 기암괴석을 탐하는지라
性癖常耽米家石。
뜰에다가 소씨의 산같은 것을 만들어 볼까 하네
階庭欲設蘇氏山。
예전에 들으니 신선 동천은 속진이 끊어져서
舊聞仙洞絶垢氛。
운근에 맺힌 바위 모양이 특이하다 하였네
鍾結雲根狀不羣。
혹은 깊은 굴이 되어 흰 박취를 간직하고
或爲嵌窟藏白蝙。
흩어져 봉우리 되어 상스러운 구름 머문다 하였네
散作崗巒逗霱雲。
원컨대 시냇가의 육육봉을 청하노니
願乞溪傍六六峰。
곧 은거지로 돌아가면 조석으로 대하리라
載歸幽栖對朝曛。
그대는 황정진첩을 거위로 바꾼 걸 못 보았는가
君不見黃庭眞帖換白鵝。
기이한 일은 왕우군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네
奇事不獨王右軍。
육육봉: 봉우리가 육육이라는 것은 본디 무산 삼십육봉을 가리킴 여기서는 그런 형상의 기암괴석을 이름
그대는 황정진첩~보았는가: 왕휘지는 거위를 매우 좋아했는데 산음현 한 도사가 거위를 많이 기르고 있었으므로 왕희지가 한번 가서 구경을 하고는 매우 좋아하여 거위를 사려고 하자 도사가 말하기를 황정경을 써주면 거위를 주겠다 하여 왕휘지가 혼연히 써주고 그 거위를 가지고 왔다 한 데서 연유됨
왕우군: 진나라 왕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