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風磬소리 / 길상호
바람이 나를 노래하네
속을 다 비우고서도
땅에 발 대고 있던 날들
얻을 수 없던
그 소리,
난간에 목을 메고서야
내 몸에서 울리네
- 길상호, 『모르는 척』(천년의시작, 2007)
내 마음속 風磬 하나 · 1 / 허형만
복길리 바닷가에 갔었지
수평선 먹구름 그물에 걸린
태양이 온몸으로 파닥거릴 때
파닥거리다 지쳐 마침내
피를 토한 채 꼴깍! 숨이 멈추고
핏물 토한 채 쓸쓸함 위로
어선 서너 척 떠서 흔들리고 흔들릴 때
파도 소리 바람 소리로
잊었던 사람들 총총총 별로 돋을 때
내 마음속 풍경 하나 어찌 그리도 울어쌓든지.
내 마음속 風磬 하나 · 2 / 허형만
내 마음속에 절 하나
갖고 싶다 절까지는 말고
단칸방 암자 하나
갖고 싶다 암자까지는 말고
미루나무 우듬지 까치집 같은
적멸의 골방 하나 갖고 싶다
그 골방의 처마 끝에서 울려오는
이른 새벽 허허청청
이슬 내리는 소리보다 더 맑은
풍경 소리 하나 갖고 싶다
- 허형만,『영혼의 눈』(문학사상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