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동두천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갖다둔 사료를 누군가 상습적으로 인근 계단이나 계곡 등에 버리고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동두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동두천시 소요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들이 계속해서 버려진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길고양이 급식소'란 먹이 그릇으로 인해 미관이 지저분하다는 등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 동두천시에서 지난해 10월 직접 설치한 시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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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지난해 말부터 매주 반복돼"..CCTV로 용의자 추적 중
(동두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최근 경기 동두천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갖다둔 사료를 누군가 상습적으로 인근 계단이나 계곡 등에 버리고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동두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동두천시 소요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들이 계속해서 버려진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길고양이 급식소'란 먹이 그릇으로 인해 미관이 지저분하다는 등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 동두천시에서 지난해 10월 직접 설치한 시설물이다.
설치는 시에서 했지만, 사료를 갖다 놓고 관리하는 것은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른바 '캣맘'들 몫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곳에 가져다놓은 사료가 길고양이들이 먹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버려지기 시작했다.
경찰에 신고한 캣맘 신춘숙(64)씨는 "처음에 버려진 사료들을 발견했을 때 너무 속상해 울면서 길을 내려왔다"며 "계단 바닥이나 계곡에 버려진 사료는 고양이가 먹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신씨에 따르면 비단 이번 달뿐만 아니라 급식소가 설치된 지난해 11월 이후 사료가 계속해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발생 빈도로 따지면 주 1∼2회 정도다.
캣맘들은 최근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도 단순히 사료를 갖다버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길고양이들을 해코지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신씨는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의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 제대로 검거가 이뤄져 말 못하는 동물이더라도 사람과 교감하며 공존하면서 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씨의 신고를 토대로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가 현장에서 지하철 1호선 소요산역까지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개찰구의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용의자가 사용한 교통카드는 서울시의 한 동주민센터에서 발급한 경로우대 교통카드였다.
만 65세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끔 발급하는 교통카드다.
CCTV상에 찍힌 모습도 비슷한 나이대의 노인으로 보이는 만큼 경찰은 이 남성이 본인의 카드를 이용해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신원 파악 협조를 해당 동주민센터에 의뢰한 상태다.
다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사료를 담은 그릇이나 시설물이 파손된다면 명백하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으나, 현재 피해물은 사료로만 확인됐다"면서 "우선 용의자를 검거한 뒤 조사하는 대로 관련 법 적용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