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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9월말, 작은 불빛 하나에 의지해 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진다.
신발마저 신지 않은 채 산을 오르는 이 사람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늦은밤, 단풍구경을 나선 것도 아니요, 단순한 산행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짊어진 짐이 예사롭지 않은 이 사람, 이 어둠속에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잘 알고 있는 듯 발걸음도 익숙하다.
한 시간여정도의 산행 뒤 자리잡기에 나선 사람들 익숙한 솜씨로 자신만의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맨발로 산을 오른 40대 중반의 이 사람은 올해로 이 생활이 6년째이다.
아내와 함께 산을 찾은 김광두씨는 약 1년전부터 산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이 숲에서 찾고자 하는 것, 과연 무엇일까?
<숲, 그곳에서 생명을 얻다>
여기는 강원도 원주의 한 숲속이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맨발로 걷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럽다.
이곳에선 나이를 막론하곤 너나 할 것 없이 맨발산행을 한다. 유독 혼자만 신발을 신은 노신사를 만났다.
" 원래 발이 좀 시원찮은데 그래도 이렇게 걸으면서 많이 익숙해졌어요.
맨발 산행길을 참여한 이들 모두는 나름대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산행뒤 빠뜨리지 않고 꼭 하는 것 하나가 바로 냉수 목욕이다.
깊은 산속에서 냉수목욕을 할수 있기까지 그 과정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 춥지 않으세요?
아.. 시원합니다. 췌장암이 너무 크게 발전해서 간암으로 까지 번졌습니다.
2005년 췌장암 판정을 받은 김광두씨 꾸준한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간까지 전이가 이루어졌다.
결국 지난해,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 통증이 심해서 도무지 견딜수가 없어서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었죠.
그 다음부터는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힘들어서 병가를 내고 바로 이곳으로 왔어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그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숲 생활을 시작한지 꼭 1년만이다.
그 1년 동안 김광두씨가 숲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요즘도 잠은 꼭 숲에서 잔다고 한다.
" 텐트를 친지는 올 3월부터 쳤지요. 잠잘 때 불편했던 것도 순환계통이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 오면서 점차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요.
"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위장이 안좋아서 계속 거의 위장약으로 살다시피 했습니다.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염까지 복합적이었습니다. 심했을 때는 학교를 못갔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난방시설도 없는 숲에서 자야만하게 한것일까 ?
" 자갈에다가 그대로 이불 깔고 위에서 내려오는 이슬 다 맞고 잤을 때가 덜 피곤했던 것 같아요. 하늘 바로 쳐다보고 잤을 때가..
" 첫날 여기 누울 때, 여기가 내가 쉬는 곳이구나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시작한 숲생활. 어느새 이들은 그 마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 잠을 자고나면 아침에 몸이 별로 안좋았는데 밖에서 잠자고 일어나면서부터는 아주 상쾌하고, 제가 건식과 밖에서 잠자기 시작하고나서 지금까지 어떤 약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약이든지.. 한겨울에도 제가 -25도까지 내려갔었던 때도 자봤으니까요.
" 제일 추운 재작년 겨울에 -1월 29일
" 그러니까 그 때에는 막 떨려가지고 이런데 어떻게 잘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자면 잘수록 이게 아, 바깥에서 잘 수 밖에 없구나 !.
불을 껐을 때 상당히 밝게 보여서 나뭇잎 흔들리는 것도 다 보이고 바람 살랑살랑 불고 할 때 제일 기분 좋아요.
" 저녁에는 온갖 벌레 우는 소리 다 듣고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새들이 갖가지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 비오면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요, 바람부는 소리...숲을 수 놓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이들은 잠든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와 신경을 자극하는 소음들로 가득한 도심 한복판, 사람들은 어느새 이런 환경이 당연한 듯 익숙해져버렸다. 그 와중에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새로운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영국의 한 저명한 동물학자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보이는 이상행동이 대도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병과 유사함을 발견했다.
우리 속에 갇힌 이들의 모습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밀림의 제왕 호랑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야생의 위험은 없어진 대신 이들은 지루함과 답답함을 견뎌내야 한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한때는 이런 곳에서 살았다. 비록 주위에 예상치 못한 천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기서 건강히 살았다.
생존에 대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야생의 동물들은 위암에 걸리는 일도 없고,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일도 없다.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지는 일은 더더욱 없다.
하고 싶을 때 할수 있는 자유가 있고, 그것을 모두 받아주는 숲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인간의 조상들이 살았던 곳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았으리라.
인류 전체의 역사를 놓고 보면 우리 선조가 이렇게 살았던 기간은 약 98%에 해당한다.
숲에 대한 향수가 DNA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
그러나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2%도 채 안되는 기간 사람들은 생활의 터를 너무 많이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거대한 인간 동물원 속에 가둬놓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병들어 간다.
숨막히는 동물원을 벗어나 숲으로 향하는 사람이 있다.
" 신발을 벗어야 발이 시원하고 혈액순환이 잘돼서 산소가 잘 들어가죠. 언덕빼기를 올라갈 때 힘들고 아주 좋습니다.
올해로 3년째 숲 생활을 하고 있는 박상희씨 잃어버린 고향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신발도 벗어뎐졌다.
박상희씨 또한 한때 몸 속에 큰 병을 지니고 있었다. 전립선 암으로 길어야 2년을 살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 이러니 병을 안 낳을 수가 있나, 병걸린 사람이 이런데 와서 치료를 받아야지. 암에 걸려가지고 말기 암으로 판정을 받았을 때 누구나가 그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이겠지만 처음에는 내가 세상을 잘못 살지도 않았는데 왜 나한테 이런 중병이 오나 분노, 체념 그리고나서 그 후에 살길이 있으면 살아보겠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숲생활이다. 숲에서 숙식이 가능하도록 아예 차까지 개조했다.
" 다른 사람이 자연생활을 해서 나았다면 나라고 못할 것 없지 않느냐 이런 생각에 그 때부터 산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산에서 살자. 이렇게해서 박상희씨 내외는 지난 3년간 전국의 숲과 계곡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산행 뒤에 인터넷으로 잠시 가족들과 소통하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속세와의 끈이다.
" 여기서 TV보는 코드, 핸드폰 충전하는 코드, 불 켜는 것.
낮에 찍어온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이 최근 새롭게 생긴 또 하나의 취미이다.
박상희씨가 이렇게 숲생활을 할수 있기 까지 부인의 이해 또한 큰 몫을 차지했다.
" 저도 남편과 비슷하게 했죠, 똑같이.. 영하 15도 되는 데서도 자고 처음에는 힘들었죠. 잠 한숨 못잔날도 있었죠. 처음 시작해서는.. 한숨도 못잤는데요 피곤한 것은 없었어요. 남들은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거부감없이 열어놓고 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도 부부는 숲과 함께 잠든다.
박상희씨 부부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게 시작한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눈을 뜨고 나면 마른곡식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맵고 짠 국과 찌개류 대신 통밀로 만든 빵과 고구마 그리고 과일 몇 조각이면 아침 식사로 충분하다.
이들은 숲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요함 속에 전해지는 숲의 소리를 따라 산책을 할 뿐이다.
" 이런 자연 속에 산새소리,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근심걱정도 없어지고 스트레스 받으려고 해야 받을 수도 없고, 아 이것이 내가 살 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약 3년간 이런 생활을 계속하면서 나도 모르게 체력이 많이 단련이 됐습니다.
그래서 금년 5월에는 설악산 대청봉도 올라갔습니다. 그가 암을 완전히 극복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게 된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지낼 뿐이다.
초록의 소리가 가득한 숲은 찾는 사람들에게 항상 편안함, 어머니의 뱃속과도 같다.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한 아이가 있다.
' 예전에 우울증이었어요. 우울증.. 좀 만성적이라고 심하게 나왔었고, 그래서 만성 장애와 주의집중력 장애 진단을 동시에 받았어요. 충격이 컸죠. 그 시기가 부부간의 문제도 있었던 그런 시기이고 학교에서도 조기입학을 해서 조금 작았어요. 다른아이들보다.. 그래서 큰 아이들한테 놀림을 당하거나 약간 무시를 당한거예요.
어린나이에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던 이 아이가 심한 우울증과 장애를 겪기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부터이다.
" 마음이 맨날 불안정해서 눈도 많이 깜박거리고, 어쩌다가 헛기침도 진짜 많이 나오고, 학교에서 맨날 공부에 집중 안되니까 그림그리거나.. 그래서 성적이 엄청 떨어졌죠.
" 정신병원에 들어가면 환자가 되겠구나 싶은 게, 그 약이 수면제 같은 성분이 들어있겠죠 아이가 완전히 흐릿한거예요.
정말 무슨 그 생명이 쏙 빠진것처럼 시든 꽃 같은거예요. 눈동자는 죽어있는데 로봇처럼 움직이는.. 정말 갈등이 되고 많이 울었어요.. 제가 몹쓸짓을 한 것 같아가지고.. 겨레네 엄마가 약물치료 대신 선택한 것은 숲이었다.
" 그 소리가 너무 좋은거예요. 산에서 나는 소리,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마음이 불안정하고 그런거잖아요. 그런게 없고 우울증도 없어지고.. 산에 두 세번만 다녀와도 되게 좋아요.
"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아이 얼굴이 정말 틀려요.
예전의 밝은 웃음을 되찾은 겨레네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저 애는 잠을 잘 못자요. 둘 다 자다가 잘 깨요. 깨면 엄마, 엄마 거기 있어요?
이건 무슨 소리야?
"비 오는 소리요.
"이거 아니야, 이건 폭포소리고..
"잘 때 비오는 소리 들으면 잠이 잘 와?
"네, 되게 잘와요.
"이거 듣기전에는 어땠는데?
"새벽에 잘 깼어요.
" 여름 밤 소리나 비오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나 새소리.. 이제 잠잘때에는 편해요
불면증 증상을 보이던 동생 가은이.. 숲의 소리 덕분에 깊은 잠을 잘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공부 할 때 오빠가 TV보고 있어도 그냥 그렇게 이제 TV도 신경 안쓰여요.
그렇다면 겨레와 가은이에게 숲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숲의 소리와 도시 소음을 들었을 때 뇌파가 어떻게 달리 나타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 도시 소음을 들었을 때는 잡념과 관계되는 스트레스와 긴장에너지들이 상당히 많이 발생되었는데 자연의 소리를 들었을 때는 소음에 대한 긴장과 스트레스 에너지가 이완이 되면서 뇌가 편안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경우에는 어떨까 흔히 접할 수 있는 도심지에서 충북대 신원섭 교수팀과 함께 비교실험을 함께 해보았다.
복잡한 도심지 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각종 스트레스 지수와 뇌파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먼저 측정해 보기로 하였다.
" 도시 복잡한 경관을 보면서 생리적인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측정하는 것이 오늘의 실험 목적이고요.
바로 다음 같은 사람들이 숲으로 갔을 때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약 30분 정도 숲길을 산책한 뒤, 같은 항목을 다시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확인하게 되었다.
" 생리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측정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되는 맥박, 혈압, 코티졸 양 이런 것들이 급격히 낮아지거나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요.
또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알파파 증가가 도시에 있을 때보다 확연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게는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임산부에게 새 소리, 바람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담긴 숲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놀라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때까지 잠잠하던 태아가 눈에 띄게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산모에게는 새 소리를 들려 주었다.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기까지 한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 또한 활발해진다.
"자연환경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소리들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음악을 연구하는 분들은 자연속에 있는 리듬을 1/F 이라고 하는 진동으로 표현을 하는데 1/F이라고 하는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 자연의 소리의 근본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면, 파도소리, 바람소리, 풀벌레가 지저귀는 소리,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이런 소리는 우리가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가 않죠. 왜냐하면 자연 속에 들어있는 미세한 리듬 때문에 그런 거예요.
실제로 자연 속에 있는 리듬으로 제가 아기를 임신 중인 엄마에게 들려준 다음 아기들의 심박동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는 아기의 심장의 성숙도를 빠르게 해준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아기 조직의 활성화를 일으켜서 보다 더 빨리 성숙하게 해주는 역할이 있습니다.
갓태어난 신생아의 반응도 태아와 비슷하다. 시냇물 소리를 들려주자 아기의 울음이 금새 멎는다. 여러 소리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숲의 소리는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소리와 아주 흡사하다. 아이는 숲의 소리로 엄마를 느끼는 것이다.
숲의 치유력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 연구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숲의 소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요코하마의 한 숲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채취하고 있는 숲소리 전문 벤다 후미오시씨를 만났다.
숲소리만을 전문적으로 녹음해온지 벌써 10여년 째, 그는 숲소리 고유의 미세한 흔들림에 치유의 비밀이 담겨있다고 한다.
" 그냥 고주파를 들려준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비율이랄까, 그리고 자연의 흔들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만든 숲소리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이 새삼 그 소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꾀꼴꾀꼴하는 꾀꼬리 소리였는데 표면적인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들렸어요.
" 아토피가 있어 피부가 안 좋았는데 이 소리를 듣고 난 후 피부도 매끈해지고..
" 어느 때 부턴가 자연의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어요.
제작진은 자연의 소리를 물리적 진동으로 변환시켜 치료에 할용하고 있는 한 테라피 센터를 찾았다.
오랫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한 일본 영화배우를 만났다.
" 목이나 어깨가 결리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이 확 없어지고 피도 잘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소리는 원래 진동이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유기 동물들을 주로 보호, 치료하고 있는 일본의 한 동물병원이다. 여기의 동물들은 과거에 버려졌던 경험 때문에 조그만 변화에도 심각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보인다.
"푸치는 원래 유기견이었다가 구조된 개여서 심리적인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 생활 속에서 안심시키기 위해 자연의 소리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숲의 진동이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의 작은 움직임에도 심한 거부감을 보이던 이 개도 숲의 진동이 느껴지자 이내 차분해졌다. 조금전까지 불안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숲의 진동은 동물들에게 정서적인 치유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실제 중병을 앓고 있는 동물의 치유에도 이용되고 있었다.
수의사는 3년 넘게 보살피고 있다는 한 고양이를 보여주었다. 앞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혈액순환이 안돼 썩어들어가 할수 없이 2년전에 잘라냈다고 한다.
한 쪽 눈은 아예 없고, 다른 쪽 눈은 백내장에 걸렸다. 과연 이 고양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이 고양이는 당뇨병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즈 양성 보균자로 판명 된지 벌써 8년째 되고 있습니다.
다리가 잘려 나간것도, 실명된 것도, 결국 에이즈 이후 찾아온 당뇨합병증 때문이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대부분의 고양이가 4,5년 안에 죽는것과 달리 이 고양이는 아직 살아있다.
숲의 진동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면역력을 올리는데 역할을 한 결과라고 수의사는 말한다.
마치 신생아가 시냇물소리를 듣고 울음을 그치듯, 그렇게 고양이는 잠에 빠져 들었다.
여기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한 동물원이다. 이곳에서는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동물들에게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일명 야생성 복원 프로젝트다.
" 여기에 침팬지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것을 넣어 이 안에 꽂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 꽂아두면 나무막대로 찍어먹죠.
야생의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굴 속에 있는 개미를 즐겨 빼먹지만 여기에서는 개미대신 꿀이다.
" 몇 개씩 이렇게 꽂아놓은 곳에다 꽂아놔요. 이렇게 해놓으면 이렇게 하면 딸려 나오잖아요.
동물원에서 오랜 기간 지내온 이 침팬지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저 주는 것만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던 그들이었다. 야생성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만 같지는 않다.
작은 나뭇가지가 소용이 없자 좀더 굵은 나뭇가지로 시도를 해본다. 무기력해보이던 이들에게도 희망이 보인다.
호랑이들도 차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들이 비록 야생으로 완전히 되돌아 갈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도 큰 변화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요양원, 하루 두 번씩 근처 숲속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있다. 이들은 도시로부터 이곳까지 저마다 다양한 짐들을 지고왔다. 우울증과 알콜중독에서 암에 이르기까지..
" 반대로 비틀어봅니다. 최대한 비틀어보세요. 천천히 내뱉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그 짐을 훌훌 털어내려 한다.
" 다시한번 깊이 들어마시고요..
오랜 난소암 투병중인 이 여인도 털어낼 짐의 무게가 꽤 무거운 이들 중 한 사람이다.
" 항암치료를 16개월 이상 하다보니 잘 걷지도 못했고 먹지도 못했고, 복수가 차다보니 호흡도 하기 힘들었고..
" 암수치가 35까지가 정상인데 정상을 넘어섰죠. 그 다음에는 192까지 올라갔어요. 암 활동이 막 심해진다는 뜻이죠.
전이가 돼서 복수가 차고, 복수를 빼니까 피가 나오고, 복강내 출혈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그분이 오래 못살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 처음에는 무릎에 아대를 다 하고 작대기를 짚고 기다시피해서 500미터를 약 두 시간 반만에 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5킬로미터 걷는데 40분만에 걸을 수 있으니까..
" 6월에 56.6이었는데 2006년 7월에는 27.4로 내려갔고요. 그 다음에 20.4로 내려갔습니다. 8월에... 그래서 계속적으로 치료되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그녀를 짓눌렀던 그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듯하다. 그러자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 차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 도시에 살 때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공기가 주는 것이 무엇인지, 여기 들꽃이 피는 것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미숙씨가 숲에서 한 것은 결코 틀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햇빛, 그리고 청명한 소리를 온몸으로 느낀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이미숙을 여기까지 이끈 숲의 여러 요소 중에 소리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제작진은 요양원 근처 숲에서 특수 마이크로 녹음해 소리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숲의 소리는 도시의 소음과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 자연의 소리는 주로 중음과 고음이 전반적으로 다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음은 고음쪽은 거의 없고 주로 우리가 잘 들리는 2.000Hz 이내 부분에 다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저주파 부분이 강하다, 또는 중주파와 고주파가 원활하게 나온다는 것은 우리 감각기관을 봤을 때, 모든 부분을 다 자극해줘야 사람이 시원함을 느끼고 불편함이 없는데 특정 저주파 영역만 계속해서 자극하게 되면 다른 부분이 심심해지기 때문에 감각기관 자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 그런 소리가 주는 것이 고이장히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 좋더라고요, 어떤 다른 소리보다... 막 뛰어 노는거예요.
눈은 막 깜빡이면서도 막 뛰어 노는거예요. 그래서 나는 과연 어떤 아이를 원하는 걸까? 둘이 연년생이라 이 아이가 더 누나 같지요?
" 뭐.. 어떻게 보면은..제가 좀 동안이죠
숲에서 되찾은 웃음, 이 아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어머니 뱃속의 편안함과 태고적 야생 생활때부터 전해온 기운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숲이다.
" 늘 하루가 끝나고 나면 피로가 쌓여서 의욕이 없었는데 제가 일주일에 몇 번씩 산에서 자고나서는 늘 활기가 넘칩니다. 생활자체가 즐겁고..사람들이 도시에서 어떤 무거운 짐을 지고와도 다 받아주는 곳, 아직 우리 곁에 있다.
" 그렇죠, 그것들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것입니다. 청각적으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을 때 그 파장을 보면 인체의 리듬이 자연의 소리속의 그 리듬과 싸이클이 잘 맞아서 자동차 소음이나 공장소음보다 훨씬 우리 몸에 맞기 때문에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특별한 방법도 필요치 않다. 큰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 암 환자에게 강조하는 것이, 면역을 올리는 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계시는 분들은 그것을 병행하니까 면역력이 올라가게 되고 암이 없어지진 않았어도 암을 가지고도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박상희씨는 오늘도 숲에서 그의 짐을 조금씩 풀어 놓는다. 그리고 작은 선물 하나를 받았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가능성이다. 얼음 같은 물에서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햇살의 따스함을 뼛속깊이 느끼게 해주는 것 바로, 숲의 마력이다.
※ 산림청홈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