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밭으로 만드느라 쩔쩔매다 보니 장마가 오고
갈라진 거 틈틈히 바르고 바르고 하다 보니
장마가 지나고 이제야 방바닥이랑 벽이랑 마무리해서
드디어, 드디어 구들방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
올해처럼 석달째 비가 내리는 건 처음 부닥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걷어들이는 것보다는 뿌리고 가꾸다 만 것이 거의 다이긴 하지만
맵디 매운 고추는 지금도 양념거리로 먹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는 날이면
뜨끈뜨근한 아랫목에서 몸뚱아리 지지는 맛(?)을 애타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며칠 전부터 저희 부부도 이런 맛을 보고 산답니다.
다 구들장이님과 환상의 복식조인 그 분들 덕이죠.
구들방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운후의 정(?)을 나누기 보다는 '구들장이님과 환상의 복식조'에 대한 얘기를 하다
그만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답니다.
웃목, 아랫목이 따로 없이 '고루 따뜻함' 때문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려도 웃목인지 아랫목인지 느끼질 못하는데
아랫집 구들방은 아랫목은 뜨거워 새카맣게 타고
웃목은 상대적으로 안 따뜻하거든요.
장작 또한 너댓개(지금 저희가 쓰는 것은 작년에 불타다 만 나무를 씁니다)만
밀어 넣어도 지금은 아침까지 따뜻하게 잘 수 있으니
이것 또한 환상이라 할 수 있지요?
이렇게 환상적인 구들 놓는 법을
올 봄에 직접 본 옆지기가 하나 더 만들어 보려 머리 속에 떠올려보지만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 속이 뱅뱅거려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 하니
이를 어째...
아무래도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
그때는 구들장이님과 환상의 복식조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더 짙어지겠지요?
잘들 계시는지...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살다보면
받은 고마움을 다른 사람들한테 돌려줄 날이 오겠지요...
(비오는날 면민을 위한 면사무소 컴퓨터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