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고 같이 자라던 형제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말러는 성격이 어둡고 괴팍했다. 오랜동안 독신을 고수했던 말러는 42살에 19세 연하인 알마 신들러와 결혼했는데, 그 한 해 전인 1901년에 그는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ueckert, 1788-1866)가 쓴 시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이 연가곡은 <대지의 노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등과 더불어 말러의 독특한 가곡 세계를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Almar Magaretha Maria Schindler(1879~1964 빈 출생) 큰딸_Maria Anna(1902 출생) , 작은 딸_Anna(1904 출생) 아름다운 서정시들을 남긴 독일 시인 뤼케르트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과 학식으로 동양의 시편들을 번역하고 개작해 유럽에 알렸다. 그러나 그는 두 아이를 잃고 깊은 상심 속에 살다 간 아버지이기도 했는데, 그 쓰라린 심정을 기록한 시 몇 편을 읽은 말러는 마음이 움직여, 어둡고 침울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뤼케르트 시에 어울리게 반음계 형식을 사용한 연가곡을 같은 제목으로 발표했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결혼도 하기 전이였으니까 자식을 잃게 되리라는 불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1곡 ‘이제 태양은 저토록 찬란하게 떠오르려 하네(Nun will die Sonn' so hell aufgehen)’와 3곡 ‘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Wenn dein Muetterlein)’, 그리고 4곡 ‘때로 나는 생각하지, 아이들은 그저 놀러 나간 거라고(Oft denk' ich, sie sind nur ausgegangen)’를 말러는 1901년 여름에 작곡했다. 이해에 말러는 알마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고, 몇 년간 각별히 왕성한 창작 시기를 보냈다. 1901년부터 1906년 사이에 교향곡 4번, 3번, 5번 6번이 차례로 초연되었다. 알마와 결혼한 그해에 말러는 사랑스러운 첫 딸 아나 마리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교향곡 5번이 초연된 1904년 여름에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2곡 ‘왜 그처럼 어두운 눈길을 보냈는지 이젠 알겠네(Nun sehe ich wohl, warum so dunkle Flammen)’와 5곡 ‘이런 날씨에(In diesem wetter)’를 작곡해 이 연가곡을 완성했으며, 그 이듬해에 둘째 딸 아나 유스티나가 태어났다. 연가곡의 초연은 이듬해인 1905년 1월 29일에 자신이 궁정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빈에서 이루어졌고, 바리톤 프리드리히 바이데만이 전곡을 불렀다. 그러나 큰딸 아나 마리아는 아버지 말러가 베를린, 로마, 빈, 상트페테르부르크, 헬싱키 등 온 유럽을 순회하며 연주 활동을 하던 1907년 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말러는 마치 자신이 작곡했던 연가곡이 딸의 죽음을 불러온 것 같아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고, 원래 심장이 약했던 말러는 이때 결정적으로 심장병을 얻어 위기를 겪게 된다. 이때부터 말러는 작곡할 때 ‘죽음’이라는 주제를 결코 벗어나지 못했고, 이 죽음은 고통, 죄, 피할 수 없는 상황 등의 연상으로 이어져 그의 예술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 곡 해설 ▲ 제1곡 이제 태양은 찬연히 떠오르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태양은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데, 우리 집의 `작은 등불은 꺼져 버렸다'라는 시구를 네 번 반복하면서 음악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고 각 절마다 미묘한 변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을 제5곡 `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는'과 연관시켜보면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아이의 장례를 폭풍우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치르고 난 다음날 태양은 여전히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는데 아버지의 `작은 등불'은 꺼져버린 것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2곡 왜 그처럼 어두운 눈길을 보냈는지 이젠 알겠네 왜 그리도 어둡게 타고 있었는가를 아이가 병으로 신음하면서 뜨거워진 눈길이 본향으로 돌아갈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가사로 노래는 시작한다. `지금은 눈빛이기만 하지만 밤마다 아버지에게 별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라고 사무치게 아이를 그리는 아버지의 독백은 이 곡의 백미다.
▲제3곡 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설 때 엄마가 문으로 들어설 때 항상 같이 곁에 있던 아이가 있었던 것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아버지의 분신이며, 기쁨의 빛이 너무나 빨리 꺼져 버렸네'라고 비통하게 탄식하는 애절함이 서려있다.
▲ 제4곡 때론 나는 생각하지, 아이들은 그저 놀러 나간 거라고 아이는 죽었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외출했을 뿐이라고 자위한다. 결국 아이는 먼저 떠났고 곧 자기도 아이도 있는 곳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내용으로 `햇빛 속으로! 날씨 좋은 저 언덕위로!'를 외치고 있다.
▲제5곡 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는 심한 폭풍우 속에서 아버지가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표현하고 난 후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의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듯 자장가를 부르며 요람을 흔드는 손길같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제4곡에서의 햇빛 가득한 하늘나라를 그리다가 이 곡에서 갑자기 폭풍우가 스산한 날씨의 장례식에서 비통함을 노래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채 연가곡을 마무리 짓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