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5기 최유신
전시해 두고 싶은 아름다운 표지와 시적인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은 책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 엄마여서 일까요?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를 펼쳐보니 꽃 속에 눈을 감은 어린 강아지가 보입니다. 행복한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오늘 만나 볼 주인공인가 봅니다.
‘품안의 내 아가’
꽃향기를 맡으며 세상을 탐색하는 아이.
꽃을 들고 있는 건 누구의 손일까요?
단 두 줄의 글로 귀한 나의 아가, 나의 웃음이고 나의 온 빛이였던 때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혼자 있을까요? 살포시 덮은 나뭇잎이 엄마일까요? 하얀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아가, 든든한 나무가 되어줄께.’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온전히 의존하고 자신을 온전히 사랑합니다. 엄마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엄마로서 지나온 지나고 있는 앞으로 지나갈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멈춰지나요? 어느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오나요?
작가는 엄마와 아이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사람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들은 표정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이의 표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가지는 고유한 표정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찾아내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봅니다.
왼쪽은 엄마, 오른쪽은 아이, 엄마와 아이의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글쓴이는 정제된 시적인 언어로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한 몸이였던 둘은 떨어지고 독립된 개체로 성장해 나갑니다. 고통없는 성장이 있을까요? 아이는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다른 이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급기야 엄마가 원하는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절망적인 말을 합니다. 엄마의 두렵지만, 멀어져 가는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지켜봅니다. 짝을 지어 있는 사람들 속에 뚝 떨어져 있는 그 시간을 견디며 아이를 향한 변치않는 사랑을 전합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두려워’ 글쓴이가 아이의 말을 더 고민했을 듯합니다. 대화글로 엄마와 아이 각각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습니다. 엄마인 나도 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가게 합니다.
엄마와 아이의 옷은 흰색입니다. 엄마의 옷이 분홍색으로 바뀌네요. 격동의 시기, 관계의 재정립의 사춘기가 오고 아이는 방문을 닫습니다. 장미꽃을 선택한 이유가 가시때문인가봅니다. 가장 아름답기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가진 장미꽃. 그 가시에 찔려 엄마의 옷은 물이 들었을까요? 이 장면에서만 가시를 그렸네요. 저는 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나보렵니다. 장미를 꺽지 말아야지요. 아이가 제게 “엄마, 엄마의 빛을 찾아요.”라고 말하기 전에 나로서 존재하고 싶습니다.
겨울이 오고 이제 둘은 함께 있지 않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빛을 찾았고 아이와 통화를 합니다. 어떤 대화를 주고 받고 있을까요? 사계절을 지내며 엄마와 아이는 평생을 간직할 추억을 쌓았고 기다림과 그리움이 되어 변치 않는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찾아온 봄, 아이는 엄마에게 사랑을 전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꽃향기를 맡고 있는 엄마가 보이네요. 이수연 작가의 말을 보니 앞 장면의 꽃을 건낸 건 아이였네요. 아이와 함께 읽어보세요. 아이도 멈추는 장면이 있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라고 하지요. 아이를 키우며 저는 독립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기마다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고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요. 이 책은 그 모든 계절에 변치 않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사랑하고 기꺼이 나아가기를 응원하고 위로 해주는 듯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계신가요? 그 계절엔 어떤 꽃이 피어있나요? 우리들의 계절에 꽃이 만발하기를 소망합니다.
작년가을 필사를 했던 시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 내 사랑에게, 너의 꽃이 피는 날을 기다리며-
첫댓글 유신님~감동적인 감상글 감사합니다
오늘 감상글 넘나 좋았어요^^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네요~^^
책은 아직 안 읽었지만 풍부한 감상글에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낼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