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F 차관에는 개도국들의 개발수요에 맞게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원조사업의 공여자와 수원자 각각의 실행 목적과 도모코자 하는 이익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원조를 상품이라 칭하고 싶다.) EDCF 관련 규정에 따라 차관의 종류를 나열하면 개발사업차관, 기자재차관, 섹터개발차관(특정분야 다수사업 실시), 민자사업차관(PPP 사업), 프로그램차관, 사업준비차관(사업타당성검토보고서 작성 사업 등), 기금전대차관 (산업 발전용 기자재 조달 목적/ 개도국 정부 또는 금융기관 대상), 물자차관(경제안정용 긴요 물자 수입. / 개도국정부 또는 법인 대상), 국제개발금융기구앞 차관, 민간협력차관(중소기업 육성, 고용창출 등 민간부문 개발 / 개도국 법인 대상), 민간협력전대차관(개도국 금융기관 대상),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출자(개도국 산업발전, 기후변화 대응용 집합투자기구 대상), 협력사업채무보증(개발사업차관 또는 물자차관의 차주가 타 금융기관 융자받을 경우 보증) 등이 있다. 이는 EDCF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여기서는 우리 정부나 기업의 관심이 많은 차관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한 상품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되어 온 차관은 개발사업차관이다. 단어만 보자면 경제개발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차관으로서 기자재도 구매하고, 시스템도 설치하고 건설도 하는 등 모든 부문을 총 망라한 사업에 지원하는 차관이다. 또한,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회사가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완공시까지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컨설턴트로서 참여하는 비용도 지원한다. 이 차관자금은 일반적으로 지원을 많이 요청하는 도로 건설, 교량 건설, 댐 건설, 발전소 또는 송배전망 건설, 철도 건설 등 경제인프라 구축과 종합병원건설, 대학교 설립, 상수도와 정수처리장 건설 등 사회인프라 구축으로 크게 나뉜다. 그리고 한국 앞으로 요청하는 원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World Bank, Asia Development Bank 등 국제원조기구들이나 다른 선진국 원조기관들도 가장 많이 지원하는 차관유형이다. 한국이 원조자금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듯이, 많은 개도국들이 한국의 성공 사례를 자국의 성장모델로 삼으며 EDCF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개도국이 EDCF의 개발사업차관을 이용해서 실시하는 사업(또는 프로젝트)을 수주할 기회가 가장 많다. 또한, EDCF 담당 직원들도 가장 큰 정성을 다해 발굴하는 차관사업이 개발사업차관사업이다.
개발사업차관으로서 오래 전에 지원완료된 사업이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한 사업의 예를 들면 2007년에 우리정부가 승인한 인도네시아 정보통신교육원 건립사업을 찾아볼 수 있다. 전자정부 강국인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IT 교육을 강화하여 전자정부 구현을 촉진한다는 목적아래 21백만 불의 원조자금을 지원하여 교육원 건물, 네트워크 서버, PC, 오디오시스템, 멀티미디어장치, LAN 설비 등 하드웨어 설비와 전자도서실,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학습관리를 위한 각종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갖추게 되었다. 본건 사업은 인도네시아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이 현장을 견학갈 정도로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공적 실행에는 당시 인도네시아 정통부 직원들의 사업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열망 덕분이었음을 잊을 수 없다.
시사점 : 필자의 수 많은 개발사업차관 지원의 경험에서 볼 때, 대부분 수원국의 관료주의, 복잡한 행정절차 등으로 EDCF 차관의 승인 이후 우리나라 기업이 사업참여를 하게 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매우 길어지는게 일반적이나, 수원국 담당 공무원들의 사업 실행의지가 강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차관의 승인부터 사업실행까지의 기간이 급속히 단축된다. 우리 기업들이 많은 EDCF 차관사업 중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을 선택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찾는 차관상품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 또는 복지개선에 필요한 기자재를 구매하는 것을 자금지원하는 차관인 기자재차관이다. 사실 이는 과거 시점의 표현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지금은 기자재차관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차관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기자채차관 사업은 성격상 건축부문이 없이 기자재만 공급하는 것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하므로 차관금액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많이 지원대상이 되었던 기자재는 철도차량, 의료기자재, 컴퓨터 등이 해당한다. 2003년에 방글라데시에 지원한 디젤기관차 11량 공급의 사업규모는 28백만 불이었고, 2008년에 베트남 닥농성 종합병원에 지원한 의료기자재 공급의 사업규모는 568만 불에 그쳤다. 사업내용이 단순해서 그럴까? 일단 기자재차관으로 실시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 간 참여 경쟁은 대체로 치열했었다.
지금까지 이러했었다. 그러나, 2025년 1월에 놀라운 프로젝트가 발생했다. EDCF 차관의 역사 상 최대 규모이며, 그 또한 개발사업차관이 아닌 기자재차관으로 2.2조원 규모의 신규 차관이 승인되었다. 모로코 정부 앞으로 시민들의 통근용 교외선과 도시 내 메트로에 운행될 철도차량 총 440량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대로템(주)가 모로코 철도청이 발주하는 국제경쟁입찰사업에 낙찰되는 조건으로 차관을 승인하였고, 현대로템은 2.2조원을 납품하는 요즘 말로 대박의 수주건이 발생했다. 철도차량 자체가 고가의 기자재이다 보니 과거의 기자재차관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헤비'급의 사업규모이다.
시사점 : 모로코 철도차량 공급사업의 경우 우리기업이 모로코 정부의 국제경쟁입찰에서 낙찰된다는 조건하에서 우리가 모로코 정부 앞으로 차관을 승인하는 건이었다. 즉, 우리가 EDCF 차관을 승인하고 우리기업끼리 입찰을 붙이는 상황과는 다르다. 기술력 생산역량이 뛰어난 우리기업은 스스로 국제입찰시장에서 사업을 발굴하고 EDCF 차관을 잘 활용한 사례이다.
섹터개발차관은 무엇일까? 쉽게 설명하면 기자재차관의 패키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반드시 지원품목이 기자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자재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A 개도국이 자국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향후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제대로 대응하고자 전국의 병원에 전염병 예방과 관련된 특정 의료기자재들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사업규모가 지역적으로 너무 넓고, 금액적으로 너무 커서 일단 다수의 병원을 선정하고 향후 병원별로 기자재를 점진적으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이 차관의 진행 순서를 보면, 먼저 전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자재들을 포함하는 특정 의료부문을 섹터로 설정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전체 병원에 대해 그 섹터의 차관한도를 결정한 후 수출입은행과 차관계약을 체결하고 각 병원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자재 도입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간편한 소규모 차관승인 절차를 통해 병원별로 기자재를 구매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각 개별 병원의 기자재 구매에 대한 심사 및 구입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섹터개발차관은 뒤에 설명할 예정인 소액차관, 즉, 개도국이 차관금액 20백만불 이하인 소액차관사업(우리 정부는 소액차관을 20백만불 이하의 차관으로 규정하고 있다.)을 전국적으로 다수 건에 대해 실시할 때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사업심사와 승인, 그리고 개별사업을 간편한 절차로 신속히 실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한, 그 소액차관사업도 단순히 기자재의 구매를 위한 사업이라면 더욱 섹터개발차관에 적절하다. 앞서 예를 든대로 코로나19와 같은 의료재난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섹터개발차관 한도를 설정하고 긴급재난 발생시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의 차관금액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섹터개발차관은 현재까지 단 1건으로 2019년에 우리 정부가 승인한 스리랑카 의료기자재 섹터개발차관 사업으로 차관금액이 80백만불이었다. 이 차관은 섹터의 차관한도내에서 각 개별사업은 소액차관으로 지원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간 경쟁입찰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이어서, 스리랑카 정부나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예상되었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승인한 이후 실제 집행은 한 건도 없었는데, 그건 스리랑카가 19년부터 국가부채 과다로 차관도입을 꺼려한 이유로 보여진다.
시사점 : 섹터개발차관은 우리나라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으로 신속히 지원된다는 장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사업타당성검토보고서(F/S) 작성도 생략할 수 있다. 특히 소액차관사업에 관심이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에 더욱 유리하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이 차관 사업 발굴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민자사업차관을 보자. 민자사업이란 민간 기업이 자본을 투입하여 공공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개도국 정부의 자체 예산을 모두 사용해도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고, 개도국 정부가 제도적으로 그리고 일부는 재정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재정이 부족한 국가들도 주요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PPP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간협력사업)이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때 개도국 정부가 출자하거나 대출 형태로 일부 재정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를 지원하는 것이 ‘민자사업차관’이다. 이 차관은 민간이 설립한 프로젝트 전담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에 직접 투자되는 방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그리고, EDCF의 민자사업차관은 BOT(Build-Operate-Transfer, 건설-운영-이전), BOO(Build-Own-Operate, 건설-소유-운영), BTO(Build-Transfer-Operate, 건설-이전-운영) 사업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PPP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간협력사업)을 지원한다. 민자사업차관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이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도로나 철도, 공항, 항만, 에너지, 수처리시설, 정보통신망 등은 수익성이 좋은 PPP 대상이 된다. 반면, 병원, 기숙사, 학교, 법원, 정부청사 등은 요금 부과가 어렵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고, 정부의 보조금이나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 차관은 수원국 정부가 민간 투자사업에 직접 출자하거나 대여하는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고, 수익 창출이 어려운 사업의 경우에 수원국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현금보조금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PPP사업 현장과 연결되는 도로, 전력망 등 연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사업 구조가 복잡하고, 계약 절차 및 거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금융조달 비용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또한, 개도국의 현지 주민이 완공된 시설의 사용에 대한 댓가를 지불할 경제적 수준이 되지 못하여 수익창출이 거의 어려운 경우는 사업개발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EDCF 에서 민자사업차관을 발굴하고자 오랫동안 노력을 해왔으나, 현지의 사업 수익성이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개도국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 또는 그들이 원하는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을 매칭하기가 쉽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된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민자사업차관으로 기억에 남는 사업을 하나 예를 들면, 2017년에 자금지원을 승인한 솔로몬 티나강 수력발전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댐 건설, 16MW급 수력발전소 건설, 수로 터널 건설, 송전선로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World Bank, Green Climate Fund(유엔산하 녹색기후기금), Asia Development Bank 등 다수의 국제기구가 공동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World Bank (WB)가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 수자원공사가 이 사업을 낙찰받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EDCF가 참여한 경우이다. 총 사업규모가 2.4억불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EDCF가 협조융자(다른 기구와 공동으로 차관지원) 참여로 32백만불만 지원하여 우리 기업이 낙찰받는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사업이 되었다.
시사점 : 필자의 경험상 민자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솔로몬 티나강 수력발전 사업의 경우, World Bank의 주도적 발굴에 숨겨진 기여는 당시 WB에 파견나가 있었던 우리나라 공무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사업에는 우연이 없다. 우리 모두의 노력의 댓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