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리마에서 400km나 떨어진 황량한 작은 도시 나스카를 찾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나스카 라인이라는 불가사의한 그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 한 개의 크기가 작은 것은 100m, 큰 것은 300m! 어떤 것은 8km 달하는 직선 형태까지!, 나스카라인을 그린 지상의 도화지가 서울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1,300㎢에 달한다고 한다.
▶ 나스카 경비행기 공항 청사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나스카 라인을 보기 위해 새벽 6시 호텔을 나선다. 호텔 밖에는 경비행기 회사에서 봉고차를 가지고 와 대기 중이다. 인솔자가 경비행기 투어를 하려면 여권이 꼭 필요하다며 여권 지참 여부를 재확인한다. 누리 일행들을 태운 차량은 15분 정도 달려 나스카 인근에 있는 경비행기 공항에 도착한다.
▶ 나스카 경비행기 공항내 항공사 부스
▶ 나스카 공항내 대기하면서
▶ 나스카 경비행기 공항 티켓
작은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경비행기 회사들의 부스가 보인다. 얼핏 보더라도 10개가 넘는 회사다. 이들 항공사가 도심의 여행사와 협업, 경비행기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다. 공항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데, 30솔이다. 티켓에는 나스카의 순교자라는 별명이 붙은 독일 출신의 고고학자, 마리아 라이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그녀는 생전 나스카 라인의 비밀을 밝히는데 헌신했다. 교외에 그녀의 박물관과 무덤이 있다고 한다.
▶ 항공사 부스 좌측에 체중계
공항 항공사 카운터에 여권을 제출하니 비행기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 탑승자의 체중을 일일이 잰다. 공항 대기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니 항공사 직원이 이름을 호명하고, 나스카 라인과 관련된 설명 자료를 하나씩 건네 받은 후 직원을 따라 보안검사를 받으러 간다. 카메라와 액션 캠 등은 들고 비행기에 오를 수는 있지만, 창밖으로 내밀지는 못한다고 주의를 준다. 보안검사를 받은 뒤, 다시 약 20분 정도 기다리니 다시 이름을 호명하고, 담당 파일럿이 나와 인사를 한다. 그와 함께 건물 밖 경비행기가 있는 장소까지 걸어간다. 내가 탈 경비행기는 6인승으로 내가 2명의 파일럿과 5명의 여행자가 탄다고 한다. 더 큰 경비행기의 경우에는 최대 12명까지 타기도 하지만 작은 비행기일수록 나스카 라인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비싸다고 한다.
▶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비행기들
▶ 우리가 탈 6인승 경비행기
▶ 나스카라인 비행 순서도
나는 아내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부인, 그리고 충주에서 온 동갑내기 부부와 함께 경비행기를 탄다. 일행들 중 비행기의 균형에 맞도록 동승자를 선별하고 좌석도 균형에 맞도록 배치하는 것 같다. 날씨가 무더웠기에 파일럿을 따라 경비행기 날개 밑 그늘로 이동해 파일럿으로부터 안전과 관련된 설명과 나스카 라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나스카 라인뿐 아니라 지상에 그려진 각종 낙서도 보여 미리 예습하지 않으면, 나스카 라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으니 책자에 소개된 나스카 라인의 생김새를 미리 인지해둬야 한다고 한다.
▶ 경비행기 조종석
▶ 경비행기 탑승
파일럿은 비행기에 오른 우리의 안전벨트를 꼼꼼히 확인한다. 안전벨트 착용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겐 잠시 기다리면 그들이 직접 완벽하게 채워준다. 그렇게 모두 자리에 착석이 끝나자, 파일럿은 준비됐냐는 인사를 건네더니 경비행기는 금세 활주로를 벗어나 나스카 상공으로 떠오른다. 동시에 여행자들은 환호를 내지른다.
▶ 이륙 후 나스카 근교 모습
▶ 경비행기 내 비치된 비행 안내도
공항을 벗어난 경비행기가 나스카 라인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약 1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그 사이 다시 한 번 책자를 바라보며 나스카 라인을 숙지한다. 번호 순서대로 지상화를 감상하게 된다. 1번 고래를 시작으로 2번 사다리꼴, 우주인, 원숭이, 개, 벌새, 거미, 알카트라즈, 앵무새, 나무, 손 등의 그림이 있다.
▶ 경비행기 조종사
평온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곡예비행을 하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파일럿은 첫 번째 지상화, 고래가 밑에 있다면서 알려준다. 한국인 여행자가 자주 다녀가는지 한국말로 "고래!"라고 외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오른쪽, 거미!, 왼쪽 앵무새!"라고 외치며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영어와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등 지상화와 관련된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한다.
▶ 우주인<일행이 찍은 사진>
보통 기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아찔한 높이로 지상화를 본다. 게다가 비행기는 양쪽 창가에 앉은 사람들에게 나스카라인을 골고루 보여주기 위해 오른쪽, 왼쪽으로 잔뜩 기울인 채 8자형 날곤 했다. 멀미가 심한 사람은 죽을 맛일 것 같다.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90도 기운 상태에서 한 문양 위를 지나면,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왼쪽으로 90도를 기울여 지나갔다. 승객들의 속을 뒤집어놓기 위해 일부러 곡예비행을 하는 듯싶었다. 롤러코스트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재미있다. 대표적인 나스카 라인을 골고루 둘러보기 위해 그런 곡예비행이 끝없이 반복된다.
▶ 벌새<일행이 찍은 사진>
지상화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몇 m에 달하고 또 어떤 것은 수 km에 달한다. 다른 지상화와는 다르게 암석 위에 우주비행사(Astronaut)가 나타났는데, 난 외계인이야 하면서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나선형(Spiral) 그림은 많이 훼손되었다. 콘도르, 앵무새, 범고래, 원숭이, 손, 나무 등등 조종사가 말하는 것 중 두세 개를 빼곤 모두 본 것 같다. 멀미도 두려움도 떨치고 신나게 숨은그림찾기를 하면서 90분 동안 열심히 핸드폰을 눌렀다. 도대체 옛 나스카인들은 왜 이런 지상화를 그린 것일까? 아직까지 수수께끼다. 외계인이 그렸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 나스카 라인<퍼 옴>
나스카 라인의 기원과 목적에 대한 상상력 넘치는 가설은 잔뜩 넘쳐나지만 정작 타당한 설명은 신비에 싸여있다. 대략 B.C 5세기부터 A.D 5세기 사이에 나스카인들이 대평원의 검은 돌과 모래를 긁어내어 새하얀 지면이 나타나게 하는 방식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비와 바람, 먼지의 피해를 적게 받는 독특한 기후 덕분에 오랜 세월에도 남아있었다. 비행기 발달로 이곳을 지나는 항공기 조종사들에 의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1939년 미국 고고학자인 폴 코스크(Paul Kosok) 박사가 조사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 나스카 라인<퍼 옴>
나스카 라인은 서울의 2배 면적에 달하는 사막에 800여 개의 선으로 그려진 삼각형이나 사다리꼴 같은 기하학적 도형과 거미, 나무, 원숭이, 도마뱀, 벌새, 고래 등 70여 개의 그림이 남아있다. 그림의 크기가 수십 미터에서 300m에 이르는 등 지상 300m 상공에서나 관찰 가능한 것도 많이 있다고 한다. 활주로처럼 뻗어 있는 직선은 무려 8km나 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목적은 우주선의 이착륙 공항이라는 과장된 주장도 있지만, 비를 부르는 기우제 의식으로 그렸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나스카 라인 유적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퍼 옴>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는 1903년 독일 출생으로 1930년대 말부터 나스카 대평원 연구에 일생을 바친 그녀는 모두가 마녀라고 불릴 만큼 헬리콥터에 몸을 묶고 300m로 낮게 날며 원숭이, 우주인, 벌새, 거미 등을 발견하여 1955년 페루 정부가 추진하던 나스카 대평원 관개계획을 무산시킨 학자로 1988년 95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 나스카 사막 풍경
나스카 라인에 대해 논하려면 먼저 나스카의 기후와 지형 특성을 알아야 한다. 페루의 남부의 황량한 나스카 평원은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있는 중간지역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이유가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차가운 홈불트 해류가 만나 습기를 형성하지 못해 사막으로 남겨졌다고 한다. 나스카는 사막으로 이루어진 지형에 연 강수량이 20mm도 채 되지 않고 바람마저 불지 않는 건조 기후이다. 더욱이 나스카의 사막은 일반적인 모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자갈과 돌로 이루어진 돌사막이다. 이러한 환경이 수천 년 전에 그려진 나스카 라인을 현재까지 남아 있게 한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상에서는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나스카 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평생 나스카 라인 연구에 매달려 온 마리아 레이체(Maria Reiche) 박사는 말뚝에 줄을 매어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직선을 그리고 콤파스의 원리를 이용해 원과 곡선을 그렸다고 확신했으며 실제 말뚝을 박았던 흔적도 발견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제기되는 첫 번째 가설은 천체 관측과 고대인들이 사용한 달력이라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농경을 위한 계절의 변화를 알기 위해 천체를 관측하고 그 움직임을 지면에 새겼다고 보는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고대의 해와 달, 별들의 위치를 추정한 결과 나스카 라인이 당시의 천체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다른 학자는 나스카가 고도(古都)인 만큼 종교 의식이나 성지로의 인도를 목적으로 한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자연과 산을 숭배하는 고대인들이 성스러운 마음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그림이라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가설은 외계인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대 외계인들이 두 개의 활주로를 건설하고 떠난 뒤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공중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거대한 도식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스카 라인 부근에서 발견된 토기와 직물에 그려진 비행체처럼 보이는 문양과 하늘을 나는 사람이 묘사된 그림을 통해 이러한 주장은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히 납득할 수 있는 주장과 근거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미스터리는 더욱 의문으로 남는다.
▶ 내가 경비행기에서 찍은 나스카 지상화 사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떻게 촬영되었나 핸드폰 사진을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집에 가서 컴퓨터로 확대해서 보면 다 잘 나타날 거야 그렇게 위안을 했다. 최 작가가 카톡에 올린 사진을 핸드폰으로 확대해 보니 나의 사진보단 선명해 다행이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사진을 컴퓨터로 일일이 찾아보아도 작품다운 사진은 별로 없다. 컴퓨터 화면에서 확대하며 숨바꼭질을 하면서 사진의 일부분을 잘라내었다.
▶ 나스카에서 이카로 가는 고갯길
▶ 나스카에서 이카로 가는 사막 도로
▶ 나스카에서 이카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농장들
▶ 리마 근교의 교통 체증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 후 전용버스를 타고 어제 왔던 길을 되짚어 리마로 돌아간다. 나스카에서 이카로 연결되는 길은 안데스산맥의 끝자락의 바위산 고개를 넘는 험준한 길이다. 중간 중간 안데스 계곡을 타고 흐르는 하천을 따라 포도, 석류, 양파 등을 재배하는 밭과 마을도 지난다. 이카를 지나자 끝없이 황량한 자갈과 모래사막이 이어져 여행의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리마에 가까워지자 차량들로 도로 정체가 심하다. 예상보다 1시간 쯤 더 걸려 그저께 우리가 묵었던 호텔로 다시 돌아온다.
▶ 라르코마르 야경
▶ 라르코마르에서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 라르코마르 내 음식점에서 동갑내기 부부들과
▶ 케네디 공원 옆 성당
여행 가방에 싸가지고 간 황태국과 햇반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동갑내기 부부들과 그저께 못 가 본 라르코마르 인근으로 야경을 보러 나간다. 라코르마르 부근 언덕에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남태평양의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낮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한참을 즐기다 일행들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즐기고 호텔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