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신애라 부부 연예계에서 잉꼬부부로 통하죠. 참 부러워요. 요즘 시대에 이렇게 열심히 기부하고 재미있게 사는 부부들이 얼마나 될까요? 참 배울게 많은 부부 같아요. -다음-
어느 누리꾼의 말처럼 새까만 피부의 아이를 보듬어 안고 있는 이들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먼 나라까지 달려가 그런 선행을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 뜻에서도 이들의 행동이 고와 보인다. 흔히 다정하고 사이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잉꼬(いんこ, 鸚哥)’란 말은 일본말로 ‘앵무새’이다. 말하자면 차인표, 신애라 씨는 ‘앵무새부부’인 셈이다. 잉꼬를 앵무새로 바꿔 놓으면 이미지가 싹 바뀐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앵무새’는 남의 말만 흉내 내는 새라는 ‘별로 안 좋은 이미지’가 있지만 ‘잉꼬’라고 부를 때는 왠지 ‘잉꼬부부’ 같은 말을 떠올려 좋은 이미지로 둔갑한다. 속사정은 잉꼬=앵무새인데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보면 “잉꼬(←<일>inko[鸚哥: 1.앵무과의 앵무속 이외의 대부분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우관이 없고 몸빛은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따위이다. 2. 앵무과의 새. 몸의 길이는 21~26cm이다. 머리 위는 노란빛, 뺨에는 푸른빛의 굵고 짧은 점이 한 쌍 있으며, 그 사이에 둥근 점이 두 쌍 있다. 허리ㆍ가슴ㆍ배는 진한 초록색이고, 꽁지는 가운데의 두 깃은 남색이며, 그 외는 노란색이다. ≒사랑앵무. (Melopsittacus undulatus) ”라고 되어 있다. 어디에고 ‘다정스런 사이좋은 부부’를 연상하는 말은 없다. 그렇담 앵무새는 언제부터 한국에 있었던 새일까?
태종실록 12권, 6년(1406)에 보면 ‘남번(南蕃)의 조와국(爪哇國) 사신 진언상(陳彦祥)이 전라도(全羅道) 군산도(群山島)에 이르러 왜구(倭寇)에게 약탈을 당했다. 배 속에 실었던 화계(火雞) ·공작(孔雀)·앵무(鸚鵡)·앵가(鸚哥) ·침향(沈香)·용뇌(龍腦)·호초(胡椒)·소목(蘇木)·향(香) 등 여러 가지 약재와 번포(蕃布)를 모두 겁탈당했다’
南蕃(瓜蛙國)〔爪蛙國〕使陳彦祥, 至全羅道群山島, 爲倭所掠, 船中所載火雞、孔雀、鸚鵡、鸚哥、沈香、龍腦、胡椒、蘇木、(香)〔木香〕等諸般藥材、蕃布, 盡被刦奪.
실록에 보면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도 조류수입업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매우 흥미로운 기록이다. 여기서 조와국(爪哇國)은 지금의 인도네시아 자바(Java), 화계(火雞)는 타조, 앵가(鸚哥)는 앵무를 가르킨다. 이 기록에는 앵무와 앵가가 따로 나오는데 앵무는 말 그대로 앵무새이고 앵가는 앵무새과에 속하는 새로 범위가 넓다. 이 기록을 통해 앵무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꽤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앵무(잉꼬)는 그냥 앵무새일 뿐 ‘부부금실’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말 ‘잉꼬’에 ‘부부’를 붙여 사이좋은 부부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더욱이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2.15>에는 잉꼬 부부(鸚哥夫婦)가 일본어투 생활용어라면서 '원앙부부'로 순화하도록 해놓고 <순화정도>에서는 둘다 쓸 수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순화지도로서 잉꼬를 버리고 앵무라고 써야하고 더구나 부부금실은 원앙이라해야한다.
우리나라 고전 시에 자주 등장하는 ‘부부금실’의 대명사인 원앙새는 일본말로 오시도리이다. 일본어국어대사전<大辞泉>에 보면 “えんおう【×鴛×鴦】1 オシドリのつがい。2《オシドリの雌雄がいつも一緒にいるところから》夫婦の仲のむつまじいことのたとえ。” 번역하면, ‘원앙 한 쌍, 원앙은 항상 함께 다니므로 부부 사이가 좋은 경우를 비유적으로 말한다.’고 되어 있다.
원앙새의 기록은 서긍(徐兢, 1091~1153)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제28권 ‘수막(繡幕)’에 나온다.
‘수막의 장식은 오색이 뒤섞여서 이루어진 것으로, 가로로 꿰매지 않고 한 폭씩을 위에서 아래로 드리웠다. 여기에도 원앙새ㆍ난새ㆍ꽃떨기 등의 문양(紋樣)이 있는데 홍색과 황색이 강하고, 그 바탕은 본래 무늬 있는 붉은 깁이다. 오직 순천관의 조전(詔殿)ㆍ정청ㆍ정사와 부사의 자리 및 회경전(會慶殿)과 건덕전(乾德殿)의 공회(公會)에만 설치한다.’
繡幕之飾。五采閒錯而成。不爲橫縫。逐幅自上垂下。亦有鷄䳵,翔鸞,花團等樣。而紅黃爲勝。其質。本文紅羅。唯順天館詔殿,正廳,使副位,會慶乾德殿公會。則設之。
그러나 여기서는 원앙이라 하지 않고 ‘계칙(鷄䳵)’으로 나와 있는데 ‘칙(䳵)’이란 ‘자원앙새 칙’자로 원앙을 나타내는 말이다. 고려때 이인로의 시에 보면,
공작 병풍 그윽한 곳에 촛불 그림자 희미하고 / 孔雀屛深燭影微
원앙새 잠이 단 데 어찌 헤어져 날으랴 / 鴛鴦睡美豈分飛
스스로 가여워하노니 파리한 청루의 처녀가 / 自憐憔悴靑樓女
언제나 남을 위해 시집갈 옷을 지어 주는 것을 / 長爲他人作嫁衣
-이인로(李仁老, 고려 명종 때의 학자(1152~1220)-
이라는 시가 있다. 부부금실이 달다고 말한 표현이 재미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원앙새가 부부금실이 좋다는 이야기는 없다. “「1」『동물』오릿과의 물새. 몸의 길이는 40~45cm이고 부리는 짧고 끝에는 손톱 같은 돌기가 있다. 수컷의 뒷머리에는 긴 관모가 있고 날개의 안깃털은 부채꼴같이 퍼져 있다. 여름 깃은 머리와 목이 회갈색, 등은 감람색, 가슴은 갈색 바탕에 흰 점이 있다. 여름에는 암수가 거의 같은 빛이나 겨울에는 수컷의 볼기와 목이 붉은 갈색, 가슴이 자주색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새ㆍ인제06(鄰提)ㆍ파라가ㆍ필조(匹鳥). (Aix galericulata)” 참으로 멋없는 학술적인 설명이다.
신혼부부의 베개에 수놓을 만큼 예부터 쓰이던 부부금실의 대명사인 ‘원앙새’를 국립국어원에서는 몰랐던 것일까? 일본사전의 원앙새(오시도리)는 부부금실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어 사전에는 없다. 이건 숫제 문화재청 누리집만도 못하다. ‘원앙은 우리나라와 중국, 소련, 우수리,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암컷·수컷이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하여, 화목하고 늘 동반하는 부부를 빗대어 원앙이라고 한다.’는 설명과 달리 국립국어원의 사전은 ‘오릿과의 물새. 몸의 길이는 40~45cm이고 부리는 짧고 끝에는 손톱 같은 돌기가 있다.’라고 해놓았다.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일본인의 정서는 바로 이런 사전을 어렸을 때부터 읽으며 자란 덕인지도 모르겠다. 앵무(잉꼬)와 원앙(오시도리)조차 구분 못 하는 우리의 정서 어떻게 봐야 할까?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이 글은 앞으로 펴낼 <사쿠라훈민정음> 2탄 원고임. 1탄은 <아래 책 참조>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잉꼬와 원앙의 차이를 제대로 알게되었습니다 항상 좋은글감사해요 우리말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소장님의 글을 보고 깨달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