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A][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B]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C][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D][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E][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김영랑, ‘오월’
(나)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 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 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 봐
지구처럼 부동(不動)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高山)도 되고 명산(名山)도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김광섭, ‘산(山)’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단정적인 어조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② 시상의 전환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③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여 대상과의 합일을 지향하고 있다.
④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친근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⑤ 화자는 높은 곳에 서서 시적 대상을 바라보며 묘사하고 있다.
32. (가)의 [A]~[E]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색채 대비를 사용해서 봄날 마을과 들의 풍경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군.
② [B]: 바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어를 반복해서 봄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군.
③ [C]: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를 허리를 가진 것에 빗대어 관능적으로 나타내고 있군.
④ [D]: 문장 구조를 반복해서 꾀꼬리를 바라보는 화자의 부러운 마음을 강조하고 있군.
⑤ [E]: 밤이 되면 보이지 않는 산봉우리를 청자로 설정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군.
33.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 작품에서 산은 비상하는 새의 이미지로 변용되어 있다. 산의 비상은 조심스러우며, 사람과 함께 날기도 하고, 마을을 향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화자는 인간과의 조화를 지향하며 인간에게 사랑을 베푸는 모습을 노래한다. 그리고 시를 읽는 독자 스스로 산의 모습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삶의 자세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① ㉠: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기러기처럼 날아서’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의 모습을 새에 비유하는군.
② ㉡: ‘새, 벌레, 짐승’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하는 산의 모습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자세가 떠오르는군.
③ ㉢: 고달픈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가는 산은 인간에게 사랑을 베푸는 존재임을 발견할 수 있군.
④ ㉣: ‘사람’을 ‘다스’리는 산의 방법에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⑤ ㉤: ‘두 계절’을 동시에 ‘사이좋게 지니고’ 사는 산에게서 서로 다른 둘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배울 수 있군.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B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B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4회
현대시 31~33.
(가) 김영랑, ‘오월’
지문 이해하기
(해제) 봄의 절정인 오월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화자의 시선은 ‘들길, 마을, 보리밭, 꾀꼬리, 산봉우리’로 이동하고 있다. 선명한 색채 대비, 의인법, 향토적 소재를 통해 봄날의 정경과 생명력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봄을 맞은 화자의 기쁨과 흥겨움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오월에 느끼는 봄의 생동감
흐름 파악하기
* 1~2행: 봄을 맞이한 들길과 마을의 정경
* 3~5행: 햇빛이 비추는 보리밭과 봄바람에 흔들리는 보리
* 6~11행: 꾀꼬리의 정다운 모습과 봄빛이 아름다운 산의 풍경
(나) 김광섭, ‘산’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긍정적인 자연관을 가지고 사람과 자연의 일체감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산은 모든 것을 보듬고 배려하는 다정한 모습뿐만 아니라, 때로는 울적하기도 하고 성내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 준다. 또한 사람들의 어수선한 삶을 비판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다스리며 가르치기도 한다. 시인은 이러한 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삶의 양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성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주제) 산의 속성을 통해 얻은 삶의 깨달음
흐름 파악하기
* 1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의 모습
* 2연: 산에 사는 모든 존재를 배려하는 산
* 3연: 사람과 어울리는 다정한 산
* 4연: 사람과 신과 함께하는 신성한 산
* 5연: 인간 세상의 부정적인 모습을 거부하는 산
* 6연: 사람에게 인내와 겸손을 가르치는 산
* 7연: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산
* 8연: 삶에 필요한 시련의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지는 산
* 9연: 서로 다른 둘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갖춘 산
31. 표현상 특징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자연물에 인격 부여
(가)는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를 통해 보리와 산봉우리를 각각 의인화하여 봄을 맞는 자연을 친근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산이 ‘정답게 서서 /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가기도 하고,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산에 인격을 부여하여 산을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 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단정적인 어조
(가)는 오월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으며, 화자의 의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ㄴ다’의 단정적인 어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화자의 의지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② 확인: 과거와 현재의 대비
(가)는 화자의 시선에 따라 오월의 풍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산이 지닌 포용력, 조화로움 등을 표현하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③ 확인: 감정 이입
감정 이입이란, 자신의 감정을 대상에 이입하여 마치 대상도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으로 (가)와 (나)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⑤ 확인: 높은 곳에 서서
(가)는 ‘들길’, ‘마을 골목’ 등 가까운 곳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에는 ‘산봉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시상이 마무리되고 있어 근경에서 원경으로 시상이 전개되었다. (나)는 화자가 생각하는 산의 여러 특성들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가)와 (나) 모두 화자가 높은 곳에 서 있지는 않다.
32. 구절의 의미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부러운 마음
‘~이라 ~ㄹ 뿐’을 반복해서 햇빛에 반짝이는 꾀꼬리 한 쌍이 서로 어울려 정답게 날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부러운 심정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색채 대비
‘붉어지고’ ‘푸르러’지는 색채의 대비를 활용하여 마을과 들길의 모습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② 확인: 바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어의 반복
바람의 넘실거림을 ‘이랑’이라는 시어를 반복해서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③ 확인: 허리를 가진 것에 빗대어
보리가 바람에 휘는 모습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난 것으로 의인화하여, 관능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⑤ 확인: 산봉우리를 청자로 설정
‘산봉우리야’라는 표현으로 산봉우리가 청자로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고,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은 밤이 되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 산봉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3. 감상의 적절성 평가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자신에게 엄격
산은 ‘나무를 기르는’ 인내심과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겸손함을 ‘사람’에게 가르치며 인간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이 구절에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비상하는 새
화자는 새벽녘에서 해 질 무렵까지 보이는 산의 모습을 ‘학’과 ‘기러기’에 비유하고 있다.
② 확인: 타인에 대한 배려
‘짐승들이 놀랄까 봐 /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가는 모습에서 다른 생명체를 섬세하게 배려하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다.
③ 확인: 인간에 대한 사랑
‘고달프면’ 쉬게 하고 ‘같이’ 가는 산의 모습에서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⑤ 확인: 포용력
봄과 여름 ‘두 계절’이 공존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산의 모습에서 서로 다른 둘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배울 수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