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스 : 김포 전유리 포구 → 고양 동패 지하차도
경기 둘레길 4코스는 한강 수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포구로 하구에 위치에 민물과 바닷물이 하루에 두 번 합쳐지는 곳으로 다양한 어종의 보고인 전류리 포구에서 시작한다. 뒤(북쪽)를 돌아보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북녘의 산들이 솟아 있고 강 건너에는 심학산과 교하읍과 고양시의 아파트가 눈에 띈다.
잔잔한 한강은 평화스럽기만 한데 철책선을 설치하여 오히려 긴장을 주고 있다. 누가 철책선을 설치하였는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3국이 한강 유역을 서로 차지하고자 칼과 활을 겨눈 것이 1000년 전의 일인데 지구촌이 형성된 21세기에 분단국이 되어 서로가 총칼을 겨누고 있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방 후 서로가 뭉치었으면 보다 큰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철책을 치며 대립함은 결코 민중의 염원이 아니었는데……. 누가 철책선(분단선)을 그었는가? 전유리의 철책을 바라보며 바람 속에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간다.
봉성산 기슭의 도로변에는 길을 걷는 사람들의 쉼터가 있다.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그네가 설치되어 있고 널따란 광장이 되어 비록 철책선이 설치되어 있을지라도 한강의 평화스러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쉬어가기 좋은 쉼터였다.
이 길은 경기 둘레길인 동시에 인천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진 평화의 길이기에 어느 길에서 보기 드문 쉼터가 조성된 것 같았다. 봉성 삼거리에 이르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게 되어 철책선 넘어 한강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마저 빼앗아 간다.
경기 옛길인 강화 길로 지정된 하동천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곳에 일산대교 8.7km를 알린다. 곧게 뻗어간 자전거와 함께 걷는 길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쉬지 않고 지나가 다소 조심스레 걸어간다.
자전거 쉼터를 또다시 만나니 공연한 심술이 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금수저라서 쉼터가 있고 두 발로 걸어가는 사람들은 흙수저라서 독자적인 쉼터가 없고 자전거 쉼터를 이용하라는 것인가 ?라는 괜한 투정을 부린다.
아마도 도보 여행가와 자전거임을 위한 공동쉼터로 분명 만들었을 텐데 60대의 중반의 나이가 되어도 아직도 내 것, 네 것을 따지고 있으니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까?
누산 배수장을 지나 운양 삼거리에서 도로를 건너 잠시 도로를 가운데 두고 헤어졌던 한강 철책선 길과 합류하여 걸어간다. 오늘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 든든한 후원자인 한강을 옆에 끼고 걷노라니 마음마저 상쾌하였다.
상쾌한 마음도 잠시, 널따란 포장도로에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보행자 우선 도로는 없는가 ? 라고 또다시 퉁명스러운 투정을 잠재워 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고귀하며 영리한 새인 천년학으로 일컫는 재두루미 쉼터를 지나 김포 야생조류생태 공원에 이르렀다.
12시가 넘었기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고 하지만 과일이 전부인데 오늘은 빵을 첨가하였다. 박찬일 사장님은 사과와 두유 그리고 배즙을 준다. 과일로 배를 채우고 생태 공원을 걸어간다.
생태 공원은 매우 넓었고 길이 여기저기 있어 잠시 경기 둘레길에서 지정한 위치를 벗어나 황톳길로 걸어가기도 하며 지정된 길에 진입하였다. 이곳저곳 곳곳이 풍치가 좋은 곳으로 하루의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지만 길을 걷는 사람은 한곳에 얽매일 수 없어 가던 걸음을 계속한다.
에코 센터 전망대를 지나 생태 공원이 다하는 지점에 이르니 김포 한강 야생조류생태 공원 종합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안내도를 바라보니 공원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타원형으로 조성하였다.
처음 생태 공원에 이르렀을 때 이 안내도가 세워져 있었으면 전체를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안내도를 보지 못하여 경기 둘레길에서 지정한 길의 풍광과 길을 이탈한 곳의 모습만을 관광한 것으로 만족하고 일산대교로 향하였다.
이곳에 일산대교 2.4km이고 시점 7.5km, 종점 12.4km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으면 다소 맥이 풀리기에. 이왕이면 가야 할 길이 적게 남은 곳에 세워 놓은 곳이 좋지 않았을까 ? 라는 생각으로 진행할 때 편의점이 있었다.
13시가 지나 다소 햇빛이 강한 더위에 목이 탔는지 박찬일 사장님은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가자고 하시면서 가게 들어서는 따뜻한 베지밀을 산다. 이열치열 以熱治熱일까?
일산대교에 이르는 길은 굽은 길로 돌아가는 길이 되어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했지만, 표지기가 잘 부착되어 있어 조금만 신경 써서 집중하고 진행하면 일산대교에 이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일산대교에 이르니 바람이 달랐다. 길을 걸을 때는 아스팔트에서 햇볕이 올라오는 탓인지 바람이 더운 바람이었다면 일산대교의 바람은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되어 가슴속까지 시원하였으니 산바람, 강바람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망망대해로 펼쳐진 한강과 그 주변의 산들이 수놓은 풍광을 강 가운데서 눈으로 직접보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잊을 수 없는 경관으로 일컬을지라도 한낱 흉물의 쪄꺼기가 될 뿐이다.
눈을 들어 강의 끝을 찾아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피로가 새로운 기운으로 바뀌며 힘이 솟는다. 길을 걷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다리가 아프도록 걸어왔지만, 자연이 주는 풍광 앞에 한순간의 피로는 쏜살같이 달아나고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산대교는 경기도 북서부 지역의 미흡한 교통망을 개선하기 위하여 2003년 8월 착공되어 2008년 1월에 개통되었는데 철새 도래지인 장항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장식을 일체 배제하는 등 친환경공법으로 건설되었다. 고 위키 백과는 설명한다.
일산대교의 개통으로 일산 신도시, 파주지역의 교통 혼잡을 크게 해소하였지만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징수하여 자동차 소유자의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루빨리 분쟁을 해소하여 시민을 위한 일산대교로 하루빨리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일산대교에서 잊을 수 없는 풍광을 맛보았지만, 보행자가 걸어가는 길은 너무 좁아 자전거와 사람이 서로 교행하기에 불편하였고 특히 하나, 둘 버린 쓰레기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잡초마저 제거하지 않아 불결하게 방치된 체 있는 것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로써 한강대교를 네 개째를 걸었다. 서울 둘레길을 걸으면서 광진교와 가양대교를 걸었고, 백의종군 길을 걸으면서 동작대교를 두 발로 걸었고 오늘 경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일산대교를 도보로 걸었다.
한강에 설치된 대교를 모두 걷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두 발로 걷고 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짠하다. 기회가 있으면 또 걷고 싶지만 이와 같은 기회가 올까마는 오늘처럼 일산대교를 두 발로 걸을 것을 꿈에라도 생각하지 않았듯이 기회는 얼마든지 올 수가 있을 것이다.
항시 긍정적인 희망적 사고를 잃지 않을 것을 염려에 두고 일산대교를 걷느니 제2의 고향 고양시이다. 고양에 거주한 지 30년이 지났고 고양 누리길과 의주 길을 걸으면서 고양시 구석구석을 두 발로 찾아갔기 때문일까? 고양시에 진입하니 정다운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경기 둘레길은 이제 김포시를 벗어나 통일의 전진 도시 고양시를 걸어간다. 경기 둘레길이 일산신도시를 통과하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고양 종합운동장을 향하여 걸어가는데 낯익은 거리 때문일까?
거리마다 매우 가깝게 느껴졌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대화천을 잠시 걷다가 도로에 진입하여 한국 건설 기술연구원을 지나 또다시 대화천에 이르렀다. 처음 만났던 대화천은 햇볕이 내리쬐는 천변이었지만 이곳은 천에는 진입할 수 없었고 제방에 오래된 나무들로 숲을 이루는 자연 공간이었는데 대화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대화동은 현재 사는 주엽동의 서북쪽에 있는 법정동의 명칭인데 본래 이곳이 성저, 뱀개, 김서 백암, 장촌, 양촌등의 여러 자연촌락으로 나누어져 있었지만, 장차 여러 마을이 합쳐 큰 마을로 변화될 것을 예상하여 대화 大火라고 하였는데 신도시가 조성되어 그 말과 같이 큰 마을이 되었다.
인근 마을인 주엽동에 살면서 이제까지 알지 못하였던 대화천의 둘레길을 좀 더 걷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고양시 종합운동장을 뒤에 두고 가좌마을로 향하였다. 인공 암벽 훈련소를 지나 노루(獐)가 샛강을 넘어(越) 도망갔다는 설화를 지닌 장월평천의 조화 1교를 지나 가좌천에 이르렀다. 평화의 길 안내도는 이곳이 음송교라고 알려 준다. 음송에는 어떠한 뜻이 담겨 있을까 ?
“ 음송陰松이란 이름은 마을에 소나무가 많아 그늘이 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음송 마을은 2000년대 고층 아파트 단지인 가좌마을로 개발되어 옛 지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음송 마을 논과 밭은 그대로 남아있어 지역 토박이를 중심으로 음송이란 지명은 사용되고 있다.”< 고양의 지명 이야기. 고양시청>
가좌마을의 가좌공원에 이르러 휴식을 취했다. 먹다 남은 과일과 음료수를 마시며 피로를 달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2km 정도가 남았는데 과일이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까? 그러기에 항시 비상식량을 비축해 놓고 걷기에 임하여야 한다.
높지 않은 산, 그리하여 누구나 오를 수 있기에 마을 사람들에게 휴식할 수있도록 근린공원을 조성하였는데 그 한쪽에는 지명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평소 지명에 관심이 많은 나그네가 어디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가좌 근린 공원은 아파트로 개발되기 전부터 보존되고 있는 산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입니다. 가좌의 순 우리말은 ‘가재울’인데 가재울 개울에 가재가 많다고 하여 ‘가좌’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또 다른 유래로는 넓고 큰 평야의 마을이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가좌천 상류 지역에 가재울 마을이 남아있습니다.<<공원 안내도에서 퍼옴> 가좌 근린공원을 넘어 가좌 고등학교를 지나 동패 지하도 입구에 이르렀다.
● 일시 : 2022년 9월 2일 금요일 맑음
● 동행 : 박찬일 사장님
● 행선지
- 11시00분 : 전유리 포구
- 12시20분 : 김포 야생조류생태 공원. 점심
- 13시20분 : 김포 야생조류생태 공원
- 14시10분 : 일산대교 초입
- 15시40분 ; 대화천 둘레길
- 16시20분 ; 음송교
-17시36분 : 동패지하차도 입구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20.1km
- 소요시간 : 6시간3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