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본질적 의미는 ‘신뢰’와 관련이 있다. 예수께서 보여주고 가르친 신앙도 “신뢰하는 신앙”이었다. 이 세상에서 어린아이가 부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만큼 절대적인 것이 있을까? 예수께서 하나님을 ‘아빠’(abba)라고 부른 것도 부모에 대한 어린아이의 신뢰 같은 신앙을 가지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신앙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파악된다. 신앙하는 자와 신앙의 대상 사이의 관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이 두 요소, 즉 하나님과 인간의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 하나는 하나님의 은혜(grace)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반응으로서 자유(freedom)다. 그 점에서 기독교신앙의 구조는 하나님의 은혜, 즉 구원의 사건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앙이 인간의 응답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모든 세대에 대하여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사건은 신앙 안에서 현재의 구체적인 사건이 된다”는 말과 통한다.
따라서 신앙이 없는 구원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과거의 사건은 언제나 오늘의 사건이 된다. 과거의 한 사건이 우리의 신앙에 의해 현재 우리의 구원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은 응답이라는 인간적 측면에 있다. 이 응답은 신앙의 핵심에 속하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인격적 신뢰를 의미한다. 신앙은 하나님에 의해 씨앗이 던져지고 인간이 그 씨앗을 품을 때 결실을 맺는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