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 저자들의 서술 의도: 복음서가(저자)들은 자신들이 전하는 예수 이야기가 당대 지중해 세계의 교양 있는 독자들에게 “개연성 있고 참된 역사(Historia)”로 받아들여지기를 의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고대 역사학 및 전기(Biography/Historiography)의 수사학적 장치와 형태를 적극적으로 채택했습니다.
본서의 진짜 목적: 이 책의 목적은 복음서에 기술된 사건들의 실제 역사적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서가들이 ‘진실을 전하는 담론(True Discourse)’으로 인정받기 위해 사용한 역사학적·수사적 장치들과, 고대 지중해 세계의 ‘신화 역사화’ 맥락을 비교 분석하는 데 있습니다.
2. 고대인들이 이야기를 분류하던 3가지 기준
고대의 수사학자와 문법가들(아스크레피아데스, 퀸틸리아누스, 플루타르코스 등)은 세상의 모든 서사를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첫째, 역사(Historia): 실제로 일어난 진실된 사건들을 서술하는 영역입니다. 과거에 실제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이 이에 해당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적 권위와 진실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둘째, 픽션/허구(Plasma):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고대 연극의 희극이나 인과관계에 맞추어 지어낸 개연성 있는 서사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 신화/우화(Mythos / Fabula):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환상적이거나 불가능한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메두사의 목에서 태어난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의 전승처럼 자연 법칙을 벗어난 초자연적 서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 [참고] ‘신화(Mythos)’에 대한 고대의 복잡한 시선
고대인들에게 ‘신화(Mythos)’가 단순히 100% 거짓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플라톤의 ‘개연성 있는 신화(eikōs mythos)’ 개념이나 플루타르코스의 정의처럼, 고대인들은 신화를 “진실의 형상을 품고 있거나 진실을 닮은 이야기”로 보아, 그 표면 아래에 깊은 지혜나 상징적 진실이 숨어 있다고 여겼습니다.
3. 복음서와 뮈토스(Mythos)
초기 기독교의 수사적 입장: 베드로후서나 디모데전·후서의 저자, 그리고 오리게네스와 같은 초기 기독교 저술가들은 자신들의 예수가 “교묘히 꾸며낸 신화(Mythos)”나 “늙은 부녀자들의 황당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타자화와 정체성 형성: 문화적으로 비하되던 ‘타자들’에 맞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성적이고 교육받은 지중해 엘리트 계층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실제 사건(Historia)으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비판가들의 공격: 그러나 셀수스(Celsus) 같은 고대의 회의론자들은 예수의 동정녀 탄생, 부활, 기적 등을 오르페우스나 헤라클레스의 저승 출입 신화와 다를 바 없는 mythos로 치부하며 비판했습니다.
4. 고대 역사학과 “신화적 역사학(Mythic Historiography)”
고대 역사학(Historia)은 “실제 일어난 일(ta genomena)”을 다루며 진실을 전한다는 독보적인 문화적 자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역사학에는 두 가지 대표적인 모델이 존재했습니다.
투키디데스 모델: 신화적·환상적·초자연적 요소를 엄격히 배격하는 사실주의 역사학입니다.
헤로도토스 모델: 독자의 흥미와 문학적 오락성을 위해 환상적이고 신기한 mythos를 역사적 서사 속에 엮어 넣는 형태입니다.
고대의 대표적 역사가들(디오도로스, 디오니시오스, 스트라보 등)은 신화적 요소와 역사적 요소를 혼합한 ‘신화적 역사학(Mythic Historiographical)’을 보편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저자인 리트와는 복음서 역시 당대 독자들에게 이러한 형태의 ‘신화적 역사학’으로 읽히고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합니다.
5. 복음서가들이 사용한 주요 ‘역사화 장치’ 및 원리
복음서 저자들은 신화적·영적 전승을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으로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사학적 역사화 장치(Historicizing Trope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객관화 (Objectification): 개인의 주관적·영적 경험(꿈, 환상 등)을 시공간 속에서 타인도 보고 만질 수 있는 외부적 사건으로 기술했습니다. (예: 환상 속 부활 현현을 “살과 뼈”를 지니고 음식을 먹는 촉각적 사건으로 묘사)
동시성 (Synchrony): 구레뇨 총독, 가이사 아구스도 황제 등 당대의 유명한 실존 역사 인물을 언급하여 사건의 시대를 고정했습니다.
동일 장소성 (Syntopy): 갈릴리, 예루살렘, 헤롯 안디바의 통치 구역 등 구체적이고 실제 존재하는 지리적 배경을 설정했습니다.
기타 역사학적 기술: 목격자를 직접 내세우기,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묘사하기(enargeia), 인과관계 설정, 저술 목적과 조사 과정을 밝히는 머리말 작성 등을 사용했습니다.
💡 [역사화의 원리] 팔라이파토스의 ‘균일성의 원리’
“자연 법칙은 과거나 현재나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고대 비평가들은 mythos 속에 비현실적으로 왜곡된 환상적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그 안에 담긴 ‘역사적 핵심(Historical Core)’을 추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예: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는 기마병을 처음 보고 오인한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풀이함)
6. 서론 총괄 및 최종 결론
1. 역사화 충동 (Historicizing Impulse): 고대인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신화화(가공)된다고 보았으며, 역으로 수사학적 기법을 통해 이를 역사적 형태로 돌려놓으려(역사화) 했습니다.
2. 복음서의 장르 선택: 복음서가들은 예수를 둘러싼 전승을 우화나 시, 연극이 아닌 역사학의 하위 장르인 ‘전기(Bios)’의 형태로 작성했습니다.
3. 최종 목적: 기독교 전승에 고대 역사학의 ‘기본적 개연성(Baseline Plausibility)’을 부여함으로써, 당대 교양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신앙 고백과 역사적 인물 예수를 가장 개연성 있고 진실된 이야기로 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 서론 한 줄 종합
복음서는 단순히 사실만을 수집한 현대적 의미의 순수 역사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한 허구의 신화도 아닙니다. 복음서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참된 서사’로 인정받기 위해 고대 역사학의 수사법과 장치를 능숙하게 사용한 “신화적 역사학(Mythic Historiography)”의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