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동해바다에 가서 카약 서핑도 하고 놀았습니다.
5년 쓴 패들이 파도에 부러지긴 했어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오늘의 더키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는 이미 더키를 장만해서 타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좀더 솔직하게 해보려고 하는데요.
어쩌면 앞으로 더키를 장만할 생각이 있는 분들도 읽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키를 오래오래 쓰고 싶으세요?
더키는 배(boat)이긴해도 결코 평생 쓰거나 자녀에게 유산으로 남겨 줄만한 보트는 아닙니다.
잘 쓰면 5~10년 정도 쓸 요량으로 생각하고 쓰시는 편이 마음 편할 겁니다.
그러니 그 기간동안에라도 애마(더키)가 말썽을 부리지 않고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역시 자동차처럼 운전 습관이나 관리에 좀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나 생각없고 게으른 것이 문제죠.
① 튜브의 공기압을 항상 적정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귀찮더라도 펌프는 꼭 갖고 타시고, 도중에 행여 전복되더라도 분실하지 않게 그물백이나 방수백에 넣어 더키에 잘 묶어주세요.
꼭 펌프 빼놓고 가면 펌프를 쓸 일이 생긴답니다.
때때로 더키를 강변이나 해변에 정박해놓고 점심을 먹거나 쉴 때 날이 뜨겁다면 꼭 튜브의 바람을 조금(20~30% 정도) 빼 주세요.
그냥 놔뒀다간 우렁차고 시원한 "뻥"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팽팽하던 더키의 튜브는 물에 띄우면 금새 꿀렁거릴 정도로 내부공기가 식으면서 수축됩니다.
이런 상태로 그냥 타면 더키가 장애물에 쉽게 브로우칭되거나 침수가 되어 잘 조종하기 어렵게 되니, 타기 전에 더키에 충분히 물을 뿌려서 튜브가 얼마나 탱탱한지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타어어 공기압 체크를 생각하시면 될 듯!
② 가능한 모래밭이나 뻘밭은 피하고 자갈밭 같은 곳을 런칭과 랜딩 포인트로 물색하세요.
다 게으르고 귀찮아서 아무데서나 타는 겁니다.
그리고 더키를 완전히 물에 띄워 적어도 정강이 깊이 정도에서 올라타세요.
발을 물에 적시지 않겠다고 더키를 땅에 걸쳐놓고는 흙과 모래범벅인 발로 그냥 올라타보세요.
더키가 "야! 이놈아! 날 죽여라 죽여!"할겁니다.
더키한테는 모래와 날카로운 나뭇가지, 날선 돌덩어리나 바위가 독약입니다.
이런 주인 잘못 만난 더키는 결국 제 명을 살지 못하고 갑니다.
③ 신나게 타고 난 다음엔 물가에서 잘 헹궈서 고이 들고 나와서 잘 말립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면 더 빨리 마릅니다.
튜브가 서로 겹쳐지는 부분에 낀 모래나 이물질도 꼼꼼이 닦아주세요. 우쭈쭈~
그리고 튜브의 공기를 완전히 빼서(펌프 주입구를 반대쪽에 끼우면 공기를 뺄 수 있습니다) 마개를 막고 돌돌 말아줍니다.
차곡차곡 가로세로로 접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각이 진 곳이 생기면 그 부분이 잘 손상되거든요.
④ 최소한의 기본 조종법 정도는 배우세요.
그래야 장애물에 덜 부딛치고 전복이나 침수도 덜 되니까요.
조종술이 좋으면 갈데도 많고 태워주는 식구들도 믿고 타니 좋고 짜증 덜 나서 좋고 재미는 절로 생기게 마련입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반나절만 배우면 웬만큼은 하게 됩니다.
요령이 제법 생기면 신입 초보회원들로 부터 고수 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를 일!
왠지 기분도 좋아지겠죠?
이것도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맛입니다.
폼생폼사는 장비빨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생기는 겁니다.
⑤ 가용 기간동안 가능한 열심히 타세요.
그게 남는 겁니다.
본드접합 방식 더키라면 PVC는 대략 10년, 하이팰론은 20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값도 그만큼 차이가 나죠.
별로 사용하지 않아도 거반 마찬가지입니다.
본드에 경화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이런 사실은 제조사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제 경험으로 볼 때도 그렇습니다.
거의 탈일이 없다 싶으면 가능한 바로 처분하는 것이 맞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또 사면 되는데 아마 그때가면 더 좋은 더키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더키 조종법 얘기를 살짝 해볼까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 더키도 카약(카누)이라 했으니 역시 조종법은 똑 같습니다.
그리고 (더키)선주라는 분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더도 말고 딱 네 가지만 할 수 있으면 일단은 충분한데 사실 이것도 초보 입장에선 녹녹치가 않게 느껴질겁니다.
두 가지는 대략 어떻게 해볼만 한데, 두 가지는 솔직히 그냥은 안됩니다.
이 대목에서 수준 차이가 나게 됩니다.
제가 제목에서 살짝 해본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이것들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참 길어지니 이 정도는 '더사'선배 회원들에게 진상품(?)을 바치고 배우거나 스쿨에 가서 돈 내고 배우세요. 선택은 자유!
① 전진 젓기(Forward Stroke)
더키 폭이 제법 넓다보니 아무리 노를 잘 저어도 더키가 웬만해선 똑바로 나가지 않고 노 젓는 반대쪽으로 살짝 돌아가나가게 됩니다.
아주 천천히 저으면 너무 많이 돌아가버리니 되돌리는데 힘이 들 수 밖에 없으니 가능하면 좌우쪽을 번갈아 재빨리 젓습니다.
일단 똑바로만 전진시키면 그 다음부턴 슬슬 저어도 됩니다.
수동기어식 자동차 스타트 시키듯!
핵심은 가급적 더키 튜브에 붙여서 젓는 것이고, 전진방향으로 관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② 회전 젓기(Sweep Stroke)
이건 의도적으로 더키를 어떤 방향으로 회전시키고자 할 때 쓰는 겁니다.
가능한 바깥쪽으로 넓게 호(arc)를 그리면서 젓습니다.
그러면 더키가 반대쪽으로 돌아갑니다.
더키나 카약이나 카누 모두가 노 젓는 쪽의 반대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이건 상식이잖아요.
좌우로 다 잘 돌릴 수 있어야 하고 한번 저어서 적어도 90도 정도는 부드럽게 회전시킬 수 있어야 제대로 저은 겁니다.
③ 급정지(Stop)와 후진 젓기(Back Stroke)
자동차, 자전거처럼 더키도 급정지는 물론 후진도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남의 더키 들이받아서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고 원치도 않는 장애물에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초보들이 이 순간에 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어~어~"입니다.
그 순간에 한번이라도 더 브레이크 걸 듯 노를 역방향으로 저어보세요.
또 후진이 안되니 물살에 그저 일엽편주처럼 그냥 막 떠내려가는 겁니다.
해보시면 생각만큼 절대 쉽지 않을겁니다.
좌우측방에 재빠르고 강하게 세 번 정도 역으로 저어 제자리에 정지시킬 수 있어야 하고, 천천히 후진시킬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④ 측방이동하기(Draw Stroke)
하! 이건 초보를 찾아내는 가장 좋은 조종술 되겠습니다.
더키를 옆으로 정확하게 2~3 m정도 측방이동을 시킬 수 있나 없나만 봐도 금방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단체사진 찍자고, 먹을 것 준다고 오라해도 갖다 붙이질 못하는데..ㅋㅋㅋㅋ
다들 이 정도는 가볍게 하시죠? 괜히 여쭸나?
더키 타는데도 작전까지는 아니라도 생각은 하면서 타보세요.
자동차나 자전거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키도 가고자 하는 곳을 보면서 노를 저어 조종해야 합니다.
마치 초점을 잃은 듯 바로 코 앞만 보거나 패들의 블레이드(blade)를 물 속에 꽂아 넣는 것을 보면서 노를 젓기 때문에 애마(더키)도 갈팡질팡하는 겁니다.
그러니 더키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매번 뒤늦게 알아채고는 다시 되돌리느라 낑낑대는 겁니다.
신기하게도 더키나 카약이나 자기 시선이 가는 쪽으로 갑니다.
바위를 피하고 싶어 계속 쳐다보면 이상하게도 꼭 바위로 갑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물이 잘 흘러가는 쪽을 계속 응시하면서 조종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가상의 루트를 설정하고 그것을 계속 눈 앞에 그리면서 따라 가보세요.
어떻게?
더키의 뱃머리(바우 Bow)를 목표나 루트에 계속 맞추려고 하고 가능한 더키가 좌우로 회전하는 정도를 점점 줄여갈 수 있도록 노 젓는 속도나 세기, 조종법들을 죄다 동원해서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저어보세요.
무조건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저을 필요도 없고 죽자하고 마구마구 저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흐르는 물이고 한번 움직인 더키는 그 방향으로 계속 나가려는 관성이 있으니까요.
몇 번 저어서 똑바로 가면 탄력주행하듯 노 젓기를 잠시 멈추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기세요.
2인 승 더키는 뒤에 앉은 사람이 방향조정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 사람과 루트 방향을 일치시켜 볼 수 있는 위치니까요.
이 정도만 해도 체력을 절반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매끄럽게 잘 흘러가는 물길을 찾아서 따라 가세요.
잔잔한 수면에 파문이 보이면 분명 물 속 얕게 바위나 장애물이 지뢰처럼 숨어있는 겁니다.
물 색이 짙고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타고 시원하게 흘러 가세요.
별 것도 없는데 공연히 지레 겁먹고는 뒷걸음질 치면 점점 얕은 곳으로 가거나 바위에 붙어버립니다.
물살의 흐름을 느끼고 장애물이나 바위와의 거리를 미리 감안해서 물살을 타고 가세요.
이건 일종의 공간지각능력과도 관계가 있는데 감각이 좋은 분들은 금방 적응하게 될겁니다.
수심이 얕은 곳보단 깊은 곳이 더 안전합니다.
전복되거나 물에 빠지더라도 다칠 가능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죠.
시간대도 잘 맞춰보세요.
대개 강이나 호수의 계곡에는 오전에는 바람이 하류쪽으로 불고, 오후에는 상류쪽으로 붑니다.
해안에서는 오전에는 바다쪽으로, 오후에는 육지쪽으로 바람이 붑니다.
100% 그렇지는 않지만, 그날의 기상예보를 보면 어느 쪽으로 바람이 얼마나 불지 알 수 있습니다.
다 학교에서 배웠죠? 자연에서 놀 때 이 정도는 미리 살펴보세요.
그게 생고생을 면하는 지름길입니다.
준비 안된 리더를 따라 나선 식구들, 친구들이 무슨 죈가요.
같이 가는 이, 함께 타는 이도 좀 생각해주면서 타보세요.
여행 거리, 날씨, 코스 난이도는 함께 하는 이들 중에서 가장 경험이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잡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기만 좋다고 '나를 따르라' '오빠 믿지?' 이걸로는 불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노약자와 여성은 날씨와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옷도 잘 챙겨서 입혀야 합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홀로 타지 말고 3척의 더키가 함께 탈 수 있도록 사교성을 발휘해 보세요.
생각지도 않은 재미와 안전함을 느끼게 되실겁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더키타는 것이 마치 우리가 사는 인생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생각했고 기대했던 것과 현실은 정 반대인 경우가 정말 많고, 상식을 알면서도 그걸 생각해내지 못하고 써먹지도 못한 채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오늘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인제에는 비가 내리지 않네요.
이왕 올거라면 많이 와서 가뭄도 좀 해결되면 좋고 시원하게 내린천도 타고 좋을텐데 비 때문에 먹고 살기도 힘드네요.
너무 많이 와도 문제 안 와도 문제... 하늘하고 계약을 맺을 수도 없고 세금 낼 수도 없으니 이거야 원...
다음 주에 뵙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