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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늪 탐방과 대암산 산행기
【 1 】대암산 가는 길
인제(麟蹄)로 가는 길은 내게 언제나 그리움이 피게하는 길이다. 햇살 내려 반짝이는 홍천강을 지나 3.8선 북쪽의 넓고 잔
잔한 소양강에 이르면, 그 파란 강심에서 청년기의 해맑은 삼촌 얼굴과 반가워 눈물 짖던 할머니의 옛 모습이 피어나기 때
문이다. 오래 전 설악산 첫 등산길에 차창가로 소양강을 바라보던 중, 옛날 인제군 원통에서 군 복무를 한 삼촌이 울진 고
향으로 휴가나와 할머니와 얼싸 안으며 나누던 어릴 적 모습이 우연히 떠 올랐던 것이다. 당시 복무하는 부대가 어디에 있
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삼촌은 인제 가면 언제 오냐며 원통해 한다는 아주 먼 먼 원통에 있다고 하셨다. 인제와 원통이 어
디에 있는지 알리 없는 할머니께서는 그곳이 전방이라는 것을 아시고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셨다. 6.25 전쟁 때에 큰 삼촌
을 잃은 할머니는 생전에 전방(前方; 군에서의 전방이란 휴전선에 가깝다는 뜻)이란 말만 들어도 소름끼쳐 하셨다. 그 후
부터 소양강을 지날 때면 언제나 그때처럼 그 모습 새록해 가슴 설레이게 해주는 길이 되었다.
2014,06,07. 대암산 등산길에 다시 인제를 찾는다. 멀기는 예와 같아도 길은 옛길과 달라 지금은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이
면 닿을 수 있는 곳 인제다. 강물을 비워낸 소양강이 파란 하늘을 담았던 큰 호수대신, 목초지가 드넓은 강바닥에서 푸른
초원되어 펼쳐져 녹색의 향연을 피운다. 강바람 따라 도미노처럼 스러져 눕는 녹색파도가 장관이다.
【 2 】대암산과 용늪
우리나라의100대 명산인 대암산은 그 정상 부근에 고층습지인 용늪이 있어 유명한 산이다. 용늪은 1997년 우리나라가 국
제습지조약(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람사르 습지목록에 첫번 째 등록시킨 유명한 습지(濕地)이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강 하구(河口)나 하구의 삼각주 등에서 주로 형성되는데 반해, 용늪처럼 산상의 고층습지는 흔치 않다. 예전엔 습지라 하
면 아예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다양한 유전자원을 갖고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알려져 국제적으로도 세심한 보호를 받고 있다. 대암산의 큰 용늪은 그 면적이 7,490㎡ (길이 275m, 폭 210m) 에 이르고,
현재까지 553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해발1,200m의 고원에 자리하
고 있어도 늪 주변 겨울철 기후가 온화해서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혼존(混存)하고 있어 더욱 그 가치가 높다고 한다.
용늪의 유명세에 대암산도 더욱 유명해지며 오늘날은 이곳을 찾기가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
일에 한해 인제군과 양구군청을 통한 사전 예약자들 중 각 50명만이 갈 수 있고, 산행시에는 해당 군청에서 나온 가이드
와 숲해설사와 동행하며 그 안내에 따야 한다.
명산(名山)의 정의(定義)는"이름난 산" 이다. 그리고 그 의의(意義)는 산세가 수려(秀麗)하고 골짜기의 천석(川石)이 빼어
나게 아름답거나 기암괴석(奇岩怪石) 잘 어우러진 준령(峻嶺)을 갖추는 것인 데, 대암산은 이러한 조건에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 용늪 남쪽 봉우리에서 정상에 이르는 능선엔 물멍진 암릉이 준수하게 이어지고, 천길 기반암 솟구친 1304m 정상
의 암봉은 하늘에 닿았다. 인제군에서 양구군에 이르기까지 넉넉한 품을 가진 산은 다시 양구군 가칠봉과의 사이에다 그
유명한 "해안분지(亥安盆地 , 일명 펀치볼)"를 형성하였고, 수려한 광치계곡에 이어 작은 용늪과 "심적습지"를 또 품었다.
【 3 】용늪길 탐방과 대암산 산행 후기
월 산악회와 함께한 대암산 산행길은 인제를 지나 원통에서 453번 지방도로를 갈아타고 인제 북천(인북천)을 거슬러 인제
군 서화면 서흥리 용늪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인제군청에서 나온 가이드를 따라 용늪길을 차량편으로 오른다. 교행이 어
려운 좁은 외길에 입산통제소까지의 7km를 버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스로 오른다. 이 용늪길은 서흥리 용늪마을에서
양구 해안면에 이르는 "백두대간 트레일"이기도 하다. 대암산 산행은 이길을 따라 산 중턱까지 차로 곧장 오를 수 있어 예
전과 달리 한결 쉬워졌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통제소에서 마지막 용무(해우解憂 - 대암산 숲 보호를 위한 조치인 듯-)
를 보고, 다시 산행들머리지점까지 차편으로 올라가서 비로소 산행을 시작한다.
대암산 산행은 민.관(民官)이 함께 하지만 관의 주도하에 오직 예정된 길만을 철저한 통제에 따라 하여야 하므로 꽤나 불
편하다. 그 모든 명분이 환경보호를 위함이라니 묵묵히 참고 따르기는 하는데, 어렵게 일정을 잡고 오르는 산행길이 너무
단조로워 적잖이 불만스럽다. 산행 중에 몇 차례의 숲 해설을 들으며 중턱에 있는 대암산과 용늪의 갈림길 삼거리에서 용
늪길로 먼저 오르고, 큰 용늪 생태탐방로를 따라 용늪 전망대에서 먼 발치의 용늪을 조망한다.그리고 곧장 용늪관리소 뒷
길을 따라 대암산 정상을 바삐 오른 후, 남동사면을 따라 갈림길 삼거리로 하산해 돌아오는 원점 회귀 산행이 전부다. 산
행을 주관한 산악회에서는 그들의 가이드에 따를 뿐 이의를 달지도 못하게 한다. 대암산 작은 용늪과 6.25 격전장이었던
도솔산과 돌산령은 조망조차 못하고 하산한다. 끝까지 동행하는 숲 해설사의 친절과 열정은 칭찬할 만 하나 몇몇 교목(참
나무류, 황장목, 자작나무류 등)에 국한한 해설이 조금은 아쉬웠다. 이번 대암산 산행 목적은 산행의 의미보다는 용늪의
생태계를 가까이서 직접보고, 인간으로부터 직.간접으로 파괴된 생태계의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복원과정을 보고 느끼며
또 배우려던 것인데, 그들만의 일방적인 통제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하였다.대암산을 찾는 사람들은 산행보다
는 오히려 용늪 탐방에 그 의의를 두고 찾음을 헤아려 앞으로는 관계자들의 열린 마음이 더욱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용늪탐방로 전망대에서의 용늪 조망은 아쉬운 마음이 큰 나머지 얻은 것이 별로 없다. 일행 모두가 한꺼번에 오를 수도 없
는 좁은 데크마루에서의 해설사의 용늪 설명은 원론적인 개요에 불과한데, "반만년의 생태기록이 담긴 자연의 고문서" 라
는 안내판의 한 줄 카피가 오히려 용늪의 모든 것을 함축해 보여주는 듯 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서 늪속 이탄층의 답
압(畓壓)이 증가해 예전에 없던 관목이 자란다는 것을, 그리고 육안으로 어렴 풋 그것들을 보는 것이 유일하게 머리에 남
는 정도이다.
용늪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용늪 남봉을 올라서 사방을 조망하니 그제야 기분 전환이 된다. 대암산 주능선 따라 솟은
암릉이 빼어나고, 거대한 기반암에서 솟아오른 대암산 정상의 암봉은 더욱 우뚝해 천봉이다. 향로봉에서 설악산으로 이
어지는 백두대간이 북.동쪽에서 남쪽으로 하늘을 받치고 뻗어 내리고, 북쪽에는 양구 해안분지가 초여름의 무더위 속에
서 평화롭다. 가칠봉은 을지전망대와의 사이에 긴 산능선따라 북녘땅 무산과 마주하고 위엄있게 섰다.
◀ 대암산(大岩山)▶
강원도 인제군의 북北면 서화瑞和면과 양구군의 동東면 해안亥安면에 걸쳐 있는 높이 1,304m의 산이다. 정상
산 정상에는 산상분지에 자연으로 형성된 대규모 고층습지(高層濕地 - 용늪, 동서150m, 남북 100m)가 있으며,
이 용늪 주변은 기후조건이 온화하여 희귀 동.식물의 생태보고를 이루고 있다.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보
호습지(람사르등록습지)에 등록되어 있다.
- 대암산 가는 길 풍경-
- 대암산 가는 길, 홍천군 주촌면 철정리 화양강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 달리는 차창가로 바라본 3.8선 휴게소와 소양강 풍경
- 입산통제소(위)와 대암산 탐방로 들머릿 길(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풍경
◀ 양구-인제간 백두대간트레일 ▶
북부지방산림청에서는 한반도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가치와 의미를 살리고, 북부지방의 우수한 자연경관을 접목시켜
관광산업에 연계된 '백두대간트레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양구군과 인제군 사이에는 DMZ의 상징성과 백두대
간이 교차하는 지역적인 특성을 살린 'DMZ 및 백두대간트레일'이 있다.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용늪마을에서 대암산
등로를 따라 양구군 해안면으로 이어지는 30km에 이르는 트레일이다.
- 들머리 입구 개울다리
- 인제군청에서 나온 숲해설사의 숲과 나무에 대한 해설장면
- 대암산 용늪길 느래바위 풍경
- 용늪길과 대암산 정상 갈림길 / 용늪으로 올라 대암산 정상을 돌아오는 원점 회귀 갈림길.
- 용늪으로 가는 길가의 녹슨 출입통제 철조망
- 용늪길의 도랑
- 작은 용늪 쪽 언덕에서 큰 용늪으로 흘러 내리는 물길
- 용늪 탐방로 변의 샘터
- 용늪 탐방로의 용늪조망대
- 조망대에서 바라본 용늪
- 양구군 동면 팔랑리 쪽 풍경
- 용늪길 용늪조망대 / 작은 용늪은 사진 좌측 산너머에 있다.
- 용늪관리소
- 용늪관리소 뒤 대암산 정상 가는 길
- 용늪 입구의 출입통제 문에서
큰 용늪에는 물이끼와 산사초 등 습지식물이 다수 분포하고, 학술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이탄층이 있는데
그 이탄층의 답압으로 인해 습원 내 토양이 경화되어 예전에 없든 목본류가 침입하여 오늘날 습지 생태계
의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한다. 이에따라 인위적인 습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대암산 정상으로 가는 등로의 감시카메라.
- 대암산 정상 등로 주변의 위험지역 안내표지
- 대암산 대장바위
- 숲속에서 줌인 해본 대암산 정상
- 대암산 정상에서 뒤돌아본 용늪 쪽 능선
- 양구 해안면 해안분지(亥安盆地 : 일명, 펀치볼) 풍경
- 동북 쪽 멀리 향로봉 주변 풍경
- 대암산 서남부 능선 풍경
- 대암산 정상에서 뒤돌아본 용늪 쪽 능선 풍경
- 대암산 정상
- 대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 쪽 풍경
- 미시령쪽 풍경
- 대암산 야생화 - 1
쥐오줌풀. 감자난. 꿩의 다리. 하늘말나리. 광대수염. 큰앵초, / 상 좌로부터 시계방향
- 대암산 야생화 - 2 / 개승마/ 꿀풀. 박새꽃.
- 대암산 야생화 (목본식물) - 3
함박꽃나무(천녀화). 정향나무(홍화). 정향나무(보라색화). 고광나무. 백당나무. 참조팝홍화,
대암산정상 암벽 참조팦(백화) / 상열 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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