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 *[새재사랑산악회] 정선 가리왕산(1,561m)
▶[제126차 산행] (영동고속도로) 진부-정선 59번 국도→ 장구목이(산행 들머리)→ [계곡 오름길]→ 장구목이 임도→[가파른 오름길]→ 정상 삼거리→ 가리왕산 정상→ 정상삼거리[점심식사]→ 능선길→ 중봉(하산)→ (주목 군락지)→ (자작나무 군락지)→ 오장동 임도→ (낙엽송 군락지)→ (소나무 군락지)→ 임도(95-96포인트)→ (능선길)→ 숙암분교 주차장→ 귀경→ 군자동(능동국시)
▶[중봉-하산길] …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자작나무 군락지
☆… 주능선의 평원에는 갖은 풍상의 세월을 겪은 나무들이 가지가 휘어지고 뒤틀면서도 굳굳하게 겨울을 견디고 있고 오래된 주목이나 간간이 보이는 꼿꼿한 전나무도 무척 경이롭게 시야에 들어왔다. 오후 2시 55분, <중봉>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예정된 코스대로 <숙암분교> 쪽으로 길을 잡아 하산을 했다. 산은 온통 40~50cm의 눈으로 덮여있는데, 산길은 러셀이 되어 있어서 대원들은 눈이 다져진 산길을 따라 열(列)을 이루며 내려갔다. 때로는 완만하게 경사면을 이루다가도 대부분의 산길이 거침없이 아래로 쏟아지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몸을 가누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끄러웠다. 차가운 날씨에 눈은 건설(乾雪)이 되어 아이젠도 먹히지 않고 그냥 미끄러져 내렸다. 크로바 산우와 그 친구가 썰매를 타듯이 홈이 진 눈길에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다. 아이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아주 생기가 발랄하다.
☆…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비록 그 여름의 싱그러운 수목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눈밭에 위에 나목으로 서 있는 갖가지 수림(樹林)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백화(白樺)라고 불리는, 나무의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는 자작나무는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기도 했다. 자작나무는 시베리아나 백두산과 같은 해발 1,000고지 이상의 추운 곳에서 자생하는 한대림(寒帶林)이기 때문이다. 중봉에서 한참을 내려온 길 산록의 좌우에, 하얀 눈밭에 하늘을 찌를 듯이 곧고 빽빽하게 서 있는 자작나무 숲이 아주 이색적이었다.
▶[오장동 임도-하산길] … 낙엽송군락지, 그리고 울창한 소나무군락지
☆… 오후 3시 29분, <오장동 임도>에 도착했다. 하산 길의 중간 지점이다.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숙암분교>까지 총거리가 7.2km인데, 아직도 이곳에서 3.5km를 더 내려가야 한다. 뒤에 내려오는 대원을 기다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임도가 아닌 산길로 접어들었다.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의 눈길이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여서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 다리의 근육에 심한 통증이 오기도 했다. 산록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다가 계곡이 나타났는데, 거기에 누군가 통행금지를 나타내는 노란색 리본줄 쳐 놓았다. 우리는 계곡 오른쪽의 능선길을 타고 내려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란 리본줄은 대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화영 가이드가 쳐 놓은 것이었다.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산길이었다. 얼마 내려오지 않아 이번에는 가늘고 빽빽하게 서있는 낙엽송이 군락이 시공을 가득 채웠다. 또 얼마가지 않아서 장대한 소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과연 가리왕산은 자연생태의 보고가 아닌가 생각했다. 자생하는 나무들이 너무 조밀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서인지 꼿꼿한 적송이 아주 가늘게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소나무 군락은 비교적 고도가 낮은 지역의 능선을 길 주변에도 이어져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다.
▶[임도-하산 능선길] 겨울 해는 서산(西山)을 넘고…
☆… 다시 <임도>(산림청 95-96 포인트)에 내려섰다. 시간은 오후 네 시를 넘겼다. 참으로 지루할 정도로 긴 하산 길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여린 햇살을 뿌리며 겨울 햇덩이가 거대한 중봉의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임도의 아래쪽에는 숙암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거리는 아직도 아득하다. 거대한 첩첩 산군 사이에 오대천이 흐르고 그 언저리의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산골마을은 하얀 눈이 덮인 채 고요한 평화가 흐르고 있었다. 다시 내림길은 계속되었다. 안전자일을 이용하여 절벽의 바위를 타고 내리기도 하고 한참 동안은 급한 경사면을 내려오기도 했다. 몸이 무겁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도 무척 뻑뻑하다. 가리왕산의 거대한 산채가 내 몸이 실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돌아보니 가리왕산은 참 우람한 산이다. 산을 내려온 나의 몸에 지금 저 산의 무게가 고스란히 들어와 앉은 듯한 느낌이다. 이 은근한 통증이 스스로 장(壯)하고 뿌듯하다. 그것은 무사히 ‘아름다운 고행(苦行)’을 끝낸 오늘의 자부심(自負心)이다.
▶[하산- 귀경] … 오대천(五臺川)이 흐르는 강원도 산골 마을, 숙암리
☆… 오후 5시 정각, 숙암리 마을에 내려섰다. 산의 바로 아래 첫 외딴 집 앞을 지나오는데 인기척은 전혀 없지만, 소복이 눈이 덮인 외딴 집 한 채…, 강원도 산골마을 정취를 느끼면서 따뜻한 인가의 온기가 가슴에 다가왔다. 숙암분교는 이미 폐교가 되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고 그 운동장은 외래 차량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새재사랑’ 전세버스의 김태수 기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 5시 30분, 숙암리를 떠나, 진부I.C에서 영동고속도에 오른 것이 6시 정각이었다. 아침의 고속도로에서 본, 강원도의 산과 스키장으로 찾는 수많은 차량을 생각하면 귀로의 고속도로는 속절없이 극심한 정체의 고통을 겪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생각보다 도로는 원활한 소통을 보여주었다. 서울 군자동에 9시 20분에 도착했다. 김태수 기사님의 원숙한 드라이브가 큰 역할을 했다. 군자역에 내려 <능동국시>에서 대원들이 다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 새해 첫 산행이고 귀가 시간이 늦었음을 감안한 장 회장님과 김의락 총무님의 배려였다. 담백하고 구수한 ‘국시’ 한 그릇이 우리의 팍팍한 속을 따뜻하게 풀어주었다. 산이 좋고 벗이 좋았다. 오늘 함께한 모든 산우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 [오대천(五臺川)] … ‘한가람[漢江]’으로 이어지는 그 유장한 흐름
☆… 가리왕산의 옆을 지나면서 가리왕산의 모든 계곡의 물을 받아 흐르는 오대천(五臺川)은 오대산(五臺山) 비로봉 아래 상원사 계곡에서 발원하여 진부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흘러내리다가, ‘아우라지’에서 내려오는 골지천(骨只川)과 합류하여 정선의 조양강이 되어 영월 동강으로 흐른다. 영월에서는 이 동강이 평창강(서강)과 합수하여 남한강의 본류를 이루게 되니 이 남한강이 단양에서 방향을 틀어 북상, 충주-여주-양평을 거쳐 두물머리[兩水里]에서 북한강과 만나 팔당댐에 이른다. 이렇게 오대천을 비롯하여 백두대간 영서(嶺西)의 모든 산곡에서 흘러내려온 물줄기는 남한강의 주류가 되어 수도권 1,500만 시민의 생명의 젖줄인, 장대한 한강의 본류를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백두대간의 모든 산이 한가람[漢江]의 원천이 되는 셈이니, 우리는 은혜로운 자연, 그 산수의 지력으로 건강한 생명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 [아우라지]… 그 소박하고 애절한 ‘정선아리랑’ 이야기
☆… 정선(旌善)의 진산(鎭山)은 가리왕산이고 정선의 명소(名所)는 아우라지-동강이다. ‘아우라지’는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에 소재하는 두물머리를 말한다. 백두대간 황병산과 선자령 사이의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송천(松川)과 백두대간 석병산, 자병산, 두타산, 석항산 등에서 발원한 골지천(骨只川)이 합류하는 곳이다. ‘아우라지’라는 명칭은 이렇게 두 물줄기가 ‘어우러진다’는 데서 유래한다. 아우라지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애틋하다. 거기에서 바로 정선아리랑의 절절한 노래 한 가락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 정선 아리랑 ◇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억수 장마 지려나
만수산 먹정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명사십리(明沙十里)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暮春) 삼월(三月)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간 주>…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싸이지
사시(四時)장철 님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 강원도 정선은 20년 전만 해도 오지(奧地) 중의 오지였다. 이중환(李重煥)은『擇里志』(택리지)에서 정선의 험산 산세를 ‘무릇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고 했을 정도이다. ‘정선아리랑’은 이런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구슬프고 애절한 3,000여수의 정선아리랑에는 첩첩의 산자락과 그 산들 사이로 꺾이고 휘어지는 강물, 산골 생활의 고적함과 고단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아리랑은 주제에 따라 수심편, 산수편, 애정편, 처세편, 무사편, 뗏목편 등으로 분류하는데 그중 애정편의 무대가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강원도 일대에서 벌목한 목재가 천리 물길을 따라 뗏목으로 한양까지 운반되던 출발점. 이 강기슭에 지금 ‘아우라지 처녀상’이 있고, 산수를 굽어보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餘松亭’(여송정)이라는 정자를 지어놓았다. 목재를 싣고 가는 뗏목은 이 아우라지를 출발해서 정선 읍내의 조양강과 굽이굽이 돌아가는 동강의 아름다운 절경을 허리에 감고 영월에서 서강과 만나 남한강 본류를 타고 한양으로 향하게 된다.
☆…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 오르면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놓은 병방치 스카이워크에 서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 [에필로그] … ‘하늘의 마음’, 바르고 건강한 삶을 위하여
☆… 하늘과 땅 사이에 만물이 생존한다.[天地位焉 萬物育焉(中庸)] ‘하늘’은 천지 만물이 존재하는 궁극적 근원이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기운을 내리는 본질이면서 우주·자연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원리를 지칭한다. 서양의 과학에서는 이를 자연의 법칙(法則)이라고 하기도 하고 만상의 원리(原理)라고 말한다. 동양의 철학에서는 이 하늘의 이치를 천명(天命) 혹은 천리(天理)이라고 말한다. 종교적 사유에서는 전지전능한 ‘하느님’[神]이라고 하며 경배한다. ‘땅’은 생명(生命)의 근거가 되는 텃밭이다. 하늘의 뜻과 기운을 받아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어머니인 것이다. 대지(大地)는 모성(母性)의 본향이다. 그래서 우리 옛 조상들이 소박한 삶 속에서, 모든 것을 의탁하며 기도하는 대상이 천지신명(天地神明)이다.
그런데 하늘과 땅 사이에 만물이 존재하고 그 가운데 가장 귀한 존재가 사람이다.[天地之間 萬物之中 唯人最貴]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 가운데 사람만이 ‘하늘을 뜻’[天命]을 알고 그것을 태생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이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自然) 속에서 드러난다. 자연은 천명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다.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좇아 사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 인간은 그것을 몸으로 사는 존재이다. 우리 몸은 대자연의 축소판이며, 자연 그 자체이다. 그래서 성현은 말한다.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도다.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성실하게 하면 즐거움은 그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힘써 서(恕)를 실천하면 인(仁)을 구하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孟子曰 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孟子․盡心上4』)
여기서 맹자는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있다.”(萬物皆備於我)고 선언하고, 그 조건으로 성(誠)과 서(恕)를 제시한다. 만물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의 본성에 구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주(宇宙)의 원리를 성(誠)으로, 인사(人事)의 원리를 서(恕)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중용』은 “성(誠)은 하늘의 도(道)요, 성(誠)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道)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는 말을 한다. 우주는 잠시도 쉬지 않고 낳고 낳으며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이것을 생화(生化)라고 한다. 만물 또한 우주의 원리를 본받아 끊임없이 생화한다. 우주와 만물의 이치에는 생화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우리가 즐겨 찾는 ‘산과 물’[山水]은 하늘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바로 그 순수 자연이다. 노자(老子)가 이르기를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산수(山水)의 흐름을 통하여 생명의 원리를 극명하게 말한 것이다. 오늘날 인류의 위기는 문명의 이름으로 이 자연(自然)의 순리(順理)를 거스르는 데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하면, 소위 과학 문명을 통하여 물질적 풍요와 삶의 편리성만을 추구하다 보니, 하늘이 내린 지구의 생명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이르는 것이다. 인류의 위기, 지구의 종말은 인간의 탐욕이 빚은, 자연과 천명에 대한 반역 행위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 우리들은 우주·자연과 그 생명(生命)의 신비로움과 은혜로움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山)을 찾는다. 건강하고 진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우리는 늘 한마음이 되어 우리의 본성(本性)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성(自然性)을 회복하고, 생명체(生命體) 하나하나가 더없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한결같이 충실[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끝>
--------------------------------------------------------------------------------------
[집필-호산아] 2013.01.23. 백파(柏坡) 오상수(吳尙洙) ksbpoh@naver.com 010-6203-0885
|
첫댓글 2013년 1월산행도 이렇게 무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같이산행한 모든 산우님들 가리왕산의 후덕한 덕을 받고
쭉쭉하늘을 향한 금강송과 낙엽송의 기운처럼 올일년
모든일이 막힘없이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고문님 올일년도 많이 도와주시고 수고하여주십시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메나 하고 기다렸습니다 잘 정리된 기행문을 보고나야 비로소 제가 산에 다녀온 느낌을 갖거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