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의 ‘다시부르기Ⅰ’ 앨범의 표지
세월이 흘러 대중에게 멀어져 가는 가수가 있고, 세월이 지날수록 가까이 오는 가수가 있다. 비틀즈가 그랬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러했다. 또한 김광석도 그러하다. 어떤 이는 그가 있어 80년대를 견뎌냈다 하고 어떤 이는 그가 있어 지금을 견뎌내고 있다 한다.
헤어짐에 아파하는 이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노래하고, 서른 즈음의 아픈 청춘은 점점 더 멀어지는 청춘을 부여잡고자 한다. 이등병의 편지는 군대 가는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노래 구절 구절은 아들 딸의 눈시울마저 붉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며 이 세상을 버티고 이겨내며 일어나라고 그는 지금도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김광석
그가 떠난 지 어느덧 20년이다. 그를 보고, 만나고, 듣고, 그리기 위해 여기 많은 이들이 모였다. 그가 발매했던 단 6장의 앨범과 그가 평소에 남겨 놓았던 깨알 같은 메모는 물론 공연 때마다 손수 써 놓았던 많은 악보들이 전시된다. 바쁜 일정을 빼곡히 써놓은 일정표, 손 때 묻은 통기타와 하모니카 같은 다양한 소장품들을 비롯하여 딸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묻어나는 영상들과 메모를 통해 가수 김광석이 아닌 평범한 딸바보 ‘아빠 김광석’을 만나 볼 수도 있다.
비자 신청서에 직업란이 있다. Singer라는 난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묘한 기분이다. 나에 대해 내가 하게 되는 설명. 내년에는 제작자로 사업자 등록을 해야겠다. 하지만 난 여전히 가수로 남을 것이다.– 김광석의 「수첩」 중에서
이번 전시는 김광석의 20주기를 맞아 그를 다시 추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열리는 국내 뮤지션을 소재로 한 최초의 음악전시이다. [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는 가수 김광석을 주제로 한 전시인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전시함은 물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는 소장품들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공연 때 사용했던 자필 악보를 비롯해 친필로 써 내려간 일기와 메모, 통기타, 그와 관련하여 발표된 LP앨범과 CD, 카세트 테이프, 각종 공연포스터와 티켓, 리플릿 등을 함께 전시하어 그의 음악세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는 총 8개 전시관과 2개의 영상관으로 1,000회 이상 공연의 신화를 세운 김광석의 1,001번째 콘서트가 부활하듯 지금까지 공연한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하여 음악을 중심으로 그의 사진, 유품,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사랑을 했는데요 얼마전에, 마누라말고, 그냥 좋더라고요. 자주보고, 아침마다 같이 눈뜨고, 그랬는데 계속 보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딸내미하고요.”- 1993년 7월, 김광석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김광석의 꿈과 삶은 물론 그의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대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수 김광석’이 아닌 ‘아빠 김광석’의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광석은 딸이 출산할 때 의사는 출근 전이었고 간호사는 잠깐 자리를 비워 본인이 직접 딸을 받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딸에 대한 애틋한 정이 남다를 수 밖에는 없었다. 이를 통해 김광석은 인생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자유롭게’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김광석과 딸 | 1995년 김광석이 남긴 메모 |
전시는 유년시절과 고등학교 때 만들었다는 [그대 웃음소리]를 비롯하여, 민중가요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뜨거운 핏줄과 불타는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시절에 부른 음악과 이야기로 짜인 ‘영원한 청춘’ 섹션 1관, 김광석 1집부터 3집까지 김광석의 홀로서기를 다룬 섹션 2관, 김광석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3관에서는 그가 소장하고 있던 앨범과 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던 소파 등이 전시된다. 4관에서는 한국의 100대 명반에 지정되어 있는 다시부르기Ⅰ, 4집, 다시부르기Ⅱ와 관련된 앨범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며, 1,000회 공연의 대표 노래들로 정리된 전시가 섹션 5관까지 준비되어 있다. 섹션 6관부터는 그가 떠남으로 미처 완성되지 못한 5집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여행 좋지요. 뭐, 환갑때 죽을지, 80 돼서 죽을 지, 벽에 뭐 칠하면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뭐 2년 반 정도는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인 거 같아요. 놀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음 놓고.. 여행이나, 살아가는 거나 그리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조금 힘들고 그러더라도 뭔가 좀 새로운 게 있겠거니 기대하면서 견뎌냅니다. 그리고 갑자기 불쑥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만은, 그래도 기대감 때문에 결국엔 또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그런 불안한 기대에 관한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내드릴게요.”- 1995년 8월 18일 오후 6시, 학전, 김광석
김광석 노래 관련 기사
[김광석을보다展]은 그가 생전에 1,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했던 상징적인 곳인 ‘대학로’에서 열리는 전시로써 20년 만에 대학로에 다시금 울려 퍼지는 김광석의 실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안녕하실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 어서오세요!”로 시작되는 이번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는 ‘김광석이 들려주는 김광석의 이야기’란 컨셉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감각적이지는 않지만 담백한 그만의 목소리로 전시 이야기를 풀어줄 예정이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전시회의 특성에 맞게 전시 섹션을 각각 11개의 존으로 구별하여 각 존별로 전시물과 연관된 음악이 재생된다.
김광석의 음악을 섬세하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독일의 유수 브랜드의 스피커가 사용되었고 고급 디지털 믹서를 이용한 최고의 설비로 전시장에서 김광석의 음악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고리카페는 작은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비교적 높은 출력의 스피커가 전시공간을 함께 채우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싱어송라이터들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또한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이파이한 사운드를 구현한 2개의 특별관이 운영된다. 영상 1관 [1,001번째 콘서트실]에서는 김광석의 미공개 영상을 기반으로 김광석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두 번째 영상 2관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는 시각적 자극을 최대한 배제하여 편안한 느낌과 포지션을 취하며 20년전 김광석이 남긴 음악을 온전히 집중해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의 노래에 감염된 나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시인 안도현
우리는 그리움을 쉽게 말한다. 하지만 그리움만큼 어려운 것이 또 무엇일까? 그래서 누군가 곁에 있어도 그리울 때가 있고, 누군가 멀리 있어도 그립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그리움을 동시대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표현해 냈다. 저마다 김광석에 대한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서 시대를 아파했거나 아파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김광석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그리거나 만들었다.
김광석 추모 글씨 | 김광석 추모 그림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이외수를 비롯하여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과 이종구, 최루시아, 곽정우, 구상미, 김기라, 김석영, 박미화, 박방영, 성태진, 안윤모, 안혜경, 윤혜덕, 이다애, 이인, 이택희,정혜경, 찰스장, 하성흡, 홍지윤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김광석을 추모하며 그리거나 만든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김광석을 대표하는 국민캐릭터가 된 ‘다시부르기Ⅰ’ 앨범의 표지 디자인 원화가 최초로 전시된다. 또한 팬들과 지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김광석과 관련된 소장품이나 기념품들을 기증받거나 대여받아 전시 공간을 채워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20주기 추모 전시회를 함께 하고자 후배 가수를 비롯하여 유명 아티스트와 셀러브리티가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 및 미니 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80·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김광석이 거짓말처럼 대학로에 다시 돌아온 듯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전시이자, 그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음악을 다룬 전시이다. 그 시절 힘든 시기를 그의 음악으로 버티었던 젊은이들과 현재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있는 현시대 20·30대 모두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김광석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그를 만나고, 그의 음악을 듣고, 그를 그리는 뜻깊은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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