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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선편
臨死賦絶命詩(임사부절명시) 성삼문(梅竹軒 成三問1418~1456;조선 세종)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쳐서 사람의 명을 재촉하는데
西風日欲斜(서풍일욕사) 서풍에 해는 기울고자 하네.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황천에는 여관이 없으니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뉘 집에서 묵을꼬.
三角山(삼각산) 김시습(梅月堂 金時習1435~1493;조선 세종)
三角高峰貫太靑(삼각고봉관태청) 삼각산 높은 봉오리가 하늘을 꿰뚫었으니
登可接撫北斗星(등가접무북두성) 올라가 북두성을 따서 어루만질 만하네.
非徒岳峀雲霧興(비도악수운무흥) 한갓 멧부리에서 구름과 안개가 일뿐만 아니라
能使王都萬世榮(능사왕도만세영) 능히 왕도로서 만세까지 영화를 누리리
有客(유객) 김시습(梅月堂 金時習1435~1493;조선 세종)
有客凊平寺(유객청평사) 청평사의 나그네가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봄 산에 마음대로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외로운 탑은 고요한데 산새만 지저귀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작은 시냇물에 꽃잎이 떨어져 흐르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아름다운 나물은 때를 아는 듯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향기로운 버섯은 비를 맞아 부드럽도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길 가며 읊조리며 신선의 계곡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나의 백년 근심이 녹아지도다.
乍晴乍雨(사청사우) 김시습(梅月堂 金時習1435~1493;조선 세종)
乍晴還雨又還晴(사청환우우환청) 잠깐 개었다가 비가 오고 비가 다시 또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천도도 그러하거든 하물며 세상 정이랴.
譽我便應還毁我(예아변응환훼아) 나를 칭찬하던 자가 문득 나를 헐뜯으며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이름을 숨기던 자가 문득 명예를 구걸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어찌 상관하랴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네.
寄語世上須記認(기어세상수기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두노니 잘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한무처득평생) 기쁨은 아무 곳에서나 평생토록 취하는 것이 아닐세.
大丈夫(대장부) 남이(忠武 南怡1441~1468;조선 세조)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 : 백두산 바위돌을 칼을 갈아 없애고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 : 두만강 물을 말먹여 말리나니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 : 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안케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 :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리오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조식(南冥 曺植1501~1572;조선 중종)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천 석 들이 종을 보게나.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네.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어찌 두류산이,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것과 같으리.
*申欽의 靑窓軟談에는 제목이 天王峯, 轉句가 萬古天王峯으로 됨.
偶吟(우음) 조식(南冥 曺植1501~1572;조선 중종)
高山如大柱(고산여대주) 큰 기둥 같은 높은 산이
撑却一邊天(탱각일변천) 하늘 한 쪽을 버티고 섰다.
頃刻未嘗下(경각미상하) 잠시도 낮춘 적 없는데도
亦非不自然(역비부자연)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도다.
浴川(욕천) 조식(南冥 曺植1501~1572;조선 중종)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누) 사십 년 동안 더럽혀져 온 몸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천 섬 되는 맑은 물에 씻어 버리리라.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만약 티끌이 오장에서 생긴다면
直今刳腹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당장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리.
山寺雪景(산사설경) 정렴(北窓 鄭磏1506~1549;조선 중종)
山徑無人鳥不回(산경무인조불회) 산길에는 사람도 없고 새도 날아오지 않는데
孤村暗淡冷雲堆(고촌암담냉운퇴) 외딴 마을은 어두워지고 찬 구름이 쌓이네.
院僧踏破琉璃界(원승답파유리계) 절중이 유리처럼 맑은 눈 위를 걸어가
江上敲氷汲水來(강상고빙급수래) 강 위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오네.
*정렴(鄭鐮) 용호대사로 불리기도 함.
踏雪去(답설거) 휴정(休靜-서산대사1520~1604;조선 선조)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갈 때에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이리저리 어지럽게 다니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이 길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나중사람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漁舟圖(어주도) 고경명(霽峰 高敬命1533~1592;조선 명종)
蘆洲風颭雪漫空(노주풍점설만공) 갈대 섬에 바람이니 눈 흩날리고
沽酒歸來繫短篷(고주귀래계단봉) 술 사사서 돌아와 뜸집에 배 매놓았네.
橫笛數聲江月白(횡적수성강월백) 몇 가락 피리소리, 강물에 달빛 밝아오고
宿禽飛起渚煙中(숙금비기저연중) 잠자던 새도 물가 안개 속에서 날아오르네.
花石亭(화석정) 이이(栗谷 李珥1536~1584;조선 명종)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늦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생각 끝이 없어라.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멀리 보이는 물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나무 해를 향하여 붉어라.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 산은 외로운 둥근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나 되는 긴 강바람을 머금었구나.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 그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기러기 소리 구름 속으로 멀어진다.
*같은 내용의 시가 김립시집에 <안변등표연정>이라는 제하에 실려 있음.
秋日作(추일작) 정철(松江 鄭澈1536~1593;조선 명종)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밤에 내리는 비 한밤에 대나무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풀벌레는 가을 되자 침상으로 다가오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멈추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 흰 머리 자라는 것도 막지 못하네.
佛日菴(불일암) 이달(蓀谷 李達1539~1618;조선 명종)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를 않네.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손이 오자 비로소 문 열리고
萬壑松花老(만학송화노) 온 골짜기에 송홧가루 가득하다.
題金養松花帖(제금양송화첨) 이달(蓀谷 李達1539~1618;조선 명종)
一行二行雁(일행이행안) 한 줄인지 두 줄인지 기러기 날고
萬點千點山(만점천점산) 만 점인지 천 점인지 산도 많구나.
三江七澤外(삼강칠택외) 삼강칠택 그 너머 어딘가 싶고
洞庭瀟湘間(동정소상간) 동정호와 소상강 사이 같기도 하네.
閨怨(규원) 임제(白湖 林悌1549~1587:조선 명종)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열다섯 살의 아리따운 아가씨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사람이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이별했네.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돌아와 겹문을 닫아걸고는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배꽃처럼 하얀 달을 보며 눈물 흘리네.
*월계녀; 중국 월나라에 미인이 많다는 고사에서 보통 미인을 지칭함
浿江曲(패강곡) 임제(白湖 林悌1549~1587:조선 명종)
離人日日折楊柳(이인일일절양류)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꺽는데
折盡千枝人無留(절진천지인무유) 천가지 다 꺽어도 가시는 임 못잡네
紅袖翠娥多少淚(홍수취아다소루) 어여쁜 아가씨들 눈물 때문 일가
烟波落日古今愁(연파낙일고금수) 연기 물결에 지는 해 금심만 가득하다.
閑山島夜吟(한산도야음) 이순신(忠武公 李舜臣1545~1598;조선 선조)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수국에 가을빛 저무니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난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 걱정으로 뒤척이는 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잔월이 궁도를 비치네.
陣中吟(진중음) 이순신(忠武公 李舜臣1545~1598;조선 선조)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임금의 행차는 서쪽으로 멀어지고
東宮北地危(동궁북지위)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할 때이고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사나이는 공훈을 세워야 할 시기로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도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이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준다.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원수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겠노라.
贈癸娘(증계랑)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조선 선조)
曾聞南國癸娘名(증문남국계랑명) 호남 계랑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오.
詩韻歌詞動洛城(시운가사동낙성) 그대의 시와 노래 한양에 자자하지
今日相看眞面目(금일상간진면목) 오늘 서로 직접 만나보니
却疑神女下三淸(각의신녀하삼청)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왔나 싶으이.
* 三淸은 도가에서 말하는 玉淸 上淸 太淸으로 신선이 사는 宮(하늘)
重逢癸娘(중봉계랑)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조선 선조)
從古尋芳自有時(종고심방자유시) 예로부터 아름다운 꽃 때가 있는 법인데
樊川何事太遲遲(번천하사태지지) 시인 두목은 어인 일로 이리 늦었던가.
吾行不爲尋芳意(오행불위심방의) 이번 행차 꽃 찾기 아니고
唯趂論詩十日期(유진논시십일기) 그저 한 열흘 시나 논하고자 함일세.
* 樊울타리번 趂좇을진 樊川은 두목의 호
途中憶癸娘(도중억계랑)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조선 선조)
一別佳人隔楚雲(일별가인격초운) 아득한 남쪽에서 가인과 한번 헤어져
客中心緖轉紛紛(객중심서전분분) 나그네 신세로 속마음은 흔들리는데
靑鳥不來音信斷(청조불래음신단) 파랑새는 오지 않아 소식 끊기고
碧梧凉雨不堪聞(벽오양우불감문) 벽오동에 싸늘한 빗소리 차마 못 듣겠네.
寄癸娘(기계랑)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조선 선조)
別後重逢未有期(별후중봉미유기) 헤어진 뒤 다시 볼 기약 없나니
楚山秦樹夢相思(초산진수몽상사) 그대 있는 곳 꿈에서나 그리워할 뿐
何當共倚東樓月(하당공의동누월) 어쩌면 달빛비친 동루에 함께 기대어
却話完山醉賦詩(각화완산취부시) 취하여 시 짓던 얘기 할 수 있을까
息影亭(식영정)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조선 선조)
無等山前息影亭(무등산전식영정) 무등산 앞 식영정
池邊細草喚愁生(지변세초환수생) 연못가 가는 풀 근심을 부르네.
溪雲釀雨能欺月(계운양우능기월) 계곡구름이 비를 빚어 달을 속이니
減却梅窓一夜月(감각매창일야월) 매창에 달빛 들 하룻밤을 줄여버렸네.
夢見息影亭美女歌(몽견식영정미녀가) 유희경(村隱 柳希慶1545~1636)
每憶南州瑞石山(매억남주서석산) 남쪽의 서석산을 떠올릴 때마다
數椽精舍竹林間(수연정사죽림간) 두어 칸 정자가 대숲사이에 있는데
當年美女今何在(당년미녀금하재) 그때의 미녀는 지금 어디 있나
綠髮朱顔夢裏看(녹발주안몽리간) 젊은 그 얼굴 꿈에서 보네.
失題(실제) 신흠(象村 申欽1566~1628;조선 선조)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柳莖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兄弟相逢(형제상봉) 권필(石洲 權鞸1569~1612;조선 선조)
京口分離後(경구분리후) 서울서 손 나누고 헤어진 뒤
音書久杳茫(음서구묘망) 오래도록 소식도 아득했었네.
相思今幾月(상사금기월) 서로를 그리기 몇 달이던가
玆會却殊方(자회각수방) 더욱이 낯선 땅에서 이리 만났네.
雪裏生春色(설리생춘색) 눈 속에도 봄빛은 피어나거니
天涯似故鄕(天涯似故鄕) 하늘가도 고향인 양 포근하구나.
仍懷倚門望(잉회의문망) 인하여 문 기대어 바라보자니
喜極輒悲傷(희극첩비상) 기쁨은 사라지고 구슬퍼 지네
*倚門望; 王孫賈의 고사(淖(진흙요)齒의 난 때, 齊의 湣(諡號민)로서. 王 소재 불명,
왕손가의 모친이 왕손가를 꾸짖는 가운데 나온 말로 어머니가 자식을 기다림을 뜻함.
宮柳(궁유) 권필(石洲 權鞸1569~1612;조선 선조)
宮柳靑靑鶯亂飛(궁류청청앵난비) 대궐 버들 푸르고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 성안 가득 벼슬아치들 봄볕에 아양 떠네.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락) 조정에선 입을 모아 태평세월 하례하는데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누가 시켜 포의에게서 바른 말 나오게 했나.
過松江墓(과송강묘) 권필(石洲 權鞸1569~1612;조선 선조)
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 낙엽지는 빈 산에 우수수 내리는 비
相國風流此寂寥(상국풍류차적요) 제상의 풍류도 이렇게도 적막하다니
惆愴一杯難更進(추창일배난갱진) 서글퍼라, 한 잔의 술도 다시 권할 수 없으니
昔年歌曲卽今朝(석년가곡즉금조) 지난 날 장진주사 노래가 오늘 아침 일이로다
詠雪(영설) 정문익(松竹堂 鄭文翼1574~1639;조선 광해군)
一夜乾坤老(일야건곤노) 하룻밤 사이 천지가 늙어
千山盡白頭(천산진백두) 많은 산이 모도 백두일세.
吳鹽堆亂壑(오염퇴난학) 소금이 어지러운 구렁에 쌓이고
楚練鋪空洲(초연포공주) 명주를 빝 물가에 펴네.
竹壓栖鴉散(죽압서아산) 대나무가 눌려 까마귀 흩어지고
松摧睡鶴愁(송최수학수) 소나무 꺾여 학이 걱정이네.
騎驪橋上客(기려교상객) 검은 말을 탄 다리 위에 나그네
無影日中遊(무영일중유) 그림자 없이 한낮을 지나네.
樂書齋偶吟(낙서재우음) 윤선도(孤山 尹善道1587~1671;조선 인조)
眼在靑山耳在琴(안재청산이재금)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 소리를 듣는데 있으니
世間何事到吾心(세간하사도오심) 세간의 어떤 일이 나의 마음에 이를 것인가
滿腔浩氣無人識(만강호기무인식) 가슴 속에 가득한 호기를 알아 줄 사람 없으니
一曲狂歌獨自吟(일곡광가독자음) 한 곡조 미친 노래를 혼자서 읊조리네.
詠雪(달과 꽃을 데리고 오는 눈) 정창주(晩洲 鄭昌胄1606~?;조선)
不夜千峯月(불야천봉월) 밤 아닌데 천 봉우리마다 달빛이요
非春萬樹花(비춘만수화) 봄 아닌데 만 그루에 꽃이 피었네.
乾坤一點黑(건곤일점흑) 천지 사이 한 점의 검은 빛은
城上暮歸鴉(성상모귀아) 저물녘 돌아가는 성 위 까마귀뿐
金剛山(금강산) 송시열(尤庵 宋時烈1607~1689;조선 효종)
山與雲共白(산여운구백) 산과 구름이 함께 희어
雲山不辨容(운산불변용) 구름 낀 산 모양을 모르네.
雲歸山獨立(운귀산독립) 구름이 걷히고 산만 홀로 우뚝하니
一萬二千峯(일만이천봉) 봉우리가 일만 이천 개로다.
落照(낙조) 박문수(耆隱 朴文秀1691~1756;조선 영조)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지는 해는 푸른 산에 걸려 붉은 빛을 토하고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백운 사이 찬 까마귀는 애써 날개 저어 가는데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나루를 묻는 행객의 말채찍은 다급하고
尋寺歸僧杖不閑(심사귀승장부한) 절 찾아 돌아오는 스님의 지팡이가 바쁘구나.
放牧園中牛帶影(방목원중우대영) 넓은들 방목소의 그림자는 길게만 드리워지고
望夫臺上妾低鬟(망부대상첩저환) 누대 위에서 남편 기다리는 아낙네 쪽진 머리 숙이네
蒼然枯木溪南路(창연고목계남로) 마른나무 연기 나는 시내 남쪽 마을에
短髮樵童弄笛還(단발초동농적환) 단발머리 나무꾼 아이가 피리 불며 돌아오네.
酷寒(혹한) 박지원(燕巖 朴趾源1737~1805;조선 정조)
北岳高戍削(북악고수삭) 북악은 높아 깎아지른 듯하고
南山松黑色(남산송흑색) 남산의 소나무는 검은 빛이로구나
隼過林木肅(준과임목숙) 새매가 지나자 숲과 나무 쓸쓸하고
鶴鳴昊天碧(학명호천벽) 학은 넓고 푸른 하늘에서 우는 구나
燕巖憶先兄(연암억선형) 박지원(燕巖 朴趾源1737~1805;조선 정조)
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 형님 얼굴 누구와 닮았을까(아버지 닮았겠지)
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 아버님 그리울 때마다 형님을 바라봤네.
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 이제 형님을 그리며 어딜 봐야 할지
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 내가 시냇물에 나를 비춰볼 수밖에..
道中乍晴(도중사청) 박지원(燕巖 朴趾源1737~1805;조선 정조)
一鷺踏柳根 한 마리 해오라기 버두나무 밟고 섰고
二鷺立水中 또 한 마리 해오라기 물 가운데 서있어라
山腹深靑天黑色(산복심청천흑색) 산 중턱 짙푸르고 하늘은 먹빛
無數白鷺飛飜空(무수백로비번공) 무수한 흰 해오라기 공중을 날아다니다
頑童騎牛亂溪水(완동기우난계수) 개구쟁이 소를 타고 시냇물 첨벙거리고
隔溪飛上美人虹(격계비상미인홍) 개울 건너 고운 무지개 하늘로 솟구친다.
李檗輓詞(이백만사)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조선 순조)
仙鶴下人間(선학하인간) 선학이 인간에 내려온 듯
軒然見風神(헌연견풍신) 헌칠한 모습은 풍신을 보는 것 같네
羽翮皎如雪(우핵교여설) 흰 날개 깃털 하얗기가 백설 같아
鷄鶩生嫌嗔(계목생혐진) 검붉은 닭과 오리들이 미워하고 화내네.
鳴聲動九霄(명성동구소) 울음소리 한 번에 구천 하늘까지 진동하고
嘹亮出風塵(요량출풍진) 우렁찬 목소리는 풍진 세상에 출중했도다.
乘秋忽飛去(승추홀비거) 아, 벌써 가을을 타고 훌쩍 날아가시니
怊悵空勞人(초창공노인) 애달프다 슬퍼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哀絶陽(양경을 자른 것을 슬퍼하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갈밭마을 젊은 아낙 길게 우는 소리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 보고 울부짖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 있다 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사내가 제 양물 잘랐단 소리 들어본 적 없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시아비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난앤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이 집 삼대 이름 군적에 모두 실렸네.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억울한 하소연 하려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里正咆哮牛去早(이정포효우거조)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다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남편이 칼 들고 들어가더니 피가 방에 흥건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스스로 부르짖길, "아이 낳은 죄로구나!".
蠶室淫刑豈有辜 (잠실음형기유고) 누에치던 방에서 불알 까는 형벌도 억울한데
민건去勢良亦慽 (민건거세양역척) 민나라 자식의 거세도 진실로 또한 슬픈 것이거늘
生生之理天所予 (생생지리천소여)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乾道成男坤道女 (건도성남곤도여) 하늘의 도는 남자 되고 땅의 도는 여자 되는 것이라
선馬분豕猶云悲 (선마분시유운비) 거세한 말과 거세한 돼지도 오히려 슬프다 할 만한데
況乃生民思繼序 (황내생민사계서)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있어 서랴!
豪家終世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부잣집들 일 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粒米寸帛無所損(립미촌백무소손)이네들 한 톨 쌀, 한 치 베 내다바치는 일 없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다니,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편을 거듭 읊노라.
八月十五日(秋夕) 류만공(柳晩恭?;조선후기) *歲時風謠에서
農家秋夕最名辰(농가추석최명신) 가난한 농가의 추석은 최고의 명절
歡笑村村醉飽人(환소촌촌취포인) 마을마다 웃고 즐기며 취하고 배가 부르다네.
海市山場來去路(해시산장래거로) 어촌 산촌 오가는 시장 길에
優婆鼓舞唱回神(우파고무창회신) 남사당패가 북치고 춤추며 회신곡을 부르네.
絶命詩(절명시) 황현(梅泉 黃玹1855~1910;구한말)
鳥獸哀鳴海嶽嚬(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 슬피 울고 산천도 찡그리니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윤) 무궁화 우리나라 이미 사라졌네.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옛 일을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글 배운 사람 구실 이처럼 어렵구나.
*황현(黃玹) 구한말에 애국시인. 을사조약 소식 듣고 자결하면서 이 시를 지음.
白頭山途中(백두산도중) 신채호(丹齋 申采浩1880~1936:구한말)
人生四十太支離(인생사십태지리) 인생 사십년이 너무도 지루하여
貧病相隨暫不離(빈병상수잠불리) 가난과 병 잠시도 날 떠나지 않는구나.
行到水窮山盡處(행도수궁산진처) 한스러워라, 물 다하고 산 다한 곳
任情歌哭亦難爲(임정가곡역난위) 내 마음대로 노래 부르기도 어렵구나.
*춘향전에서
金樽美酒(금준미주) -이몽룡(이도령)
金樽美酒千人血 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명의 백성의 피 이요
玉盤佳肴萬姓膏 옥 쟁반 위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촛불눈물(촛농)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며
歌聲高處怨聲高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역시 높더라.
去歲何時(거세하시) -성춘향
去歲何時君別妾 지지난해 언젠가 그대가 나를 이별한 뒤
昨已冬節又動秋 지난겨울 지나고 또다시 이 가을 되도록
狂風半夜雨如雪 바람 불고 비 오고 눈 들이치는 한밤에
何爲南原獄中囚 그대 남원 옥중에 있는 이 몸을 위해 무엇을 했소.
*藏頭連尾詩(장두연미시)
別妓詩(별기시) 채제공(樊巖 蔡濟恭1720~1799;조선 정조)
月照梧桐露結籬 달은 오동나무에 비치고 이슬은 울타리에 맺혔는데
離君今夕酒傾卮 그대와 이별할 오늘 밤 술잔을 기울이네. *酒傾卮/淚盈卮
巴山夜雨明皇愴 파산의 밤비에 명황1)이 슬펐는데 *夜雨/不勝
長信秋風婕妤悲 장신의 가을바람에 첩여2)가슬퍼하네. *秋風/那堪
心共楚臺雲雨散 내 마음은 초나라의 대에 운우3)가 흩어질 때와 같고
文同漢客鳳凰詞 그대의 글은 한나라 객의 봉황사4)와 같구나.
司晨唱罷聲嗚咽 새벽 닭이5) 울기를 마치자 목소리는 오열하는데
因把羅衫問後期 인하여 비단 적삼을 잡고 후일의 기약을 물어보네.
1)巴山은 중국의 서쪽지방이며 명황은 당나라 玄宗의 시호. 楊貴妃로 인하여 안록산의 난을 당하자 현종이 파산의 촉지방으로 피난할 때에 신하들의 청에 의하여 현종이 부득이하여 사랑하는 양귀비를 내어 주어 죽이게 한 고사를 참조.
2)장신은 漢代에 천자의 祖母가 거처하는 궁궐이름. 첩여는 漢나라 때 성은 반이요 이름이 첩여로서 미모에 재능을 겸비하고, 詩歌에 高雅하여 成帝의 사랑을 받았는데 모함을 입어 장신궁으로 쫓겨 가서 太后를 모시는 처지로 전락했다. 부를 지어서 스스로 상심된 마음을 노래하니 그 말이 지극히 슬프고 완곡했다.<漢書,97上>
3)초나라 양왕이 무산의 陽臺에서 巫山神女의 하룻밤 侍寢을 받고 다시 만날 수가 있는가 묻자 자기는 朝雲暮雨라고 하였다.
4) 한객은 賈生을 지칭한 것 같으나 미상이고 봉황사는 봉황에 대한 시부의 종류.
5)새벽을 맡은 것은 닭이라고 계몽편에 있음.
첫댓글 자료정리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