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위험한 역발상, 한번쯤 해 볼까.
<디퍼런트: 넘버원을 넘어서 온리원으로>
문영미 저 (살림 BIZ)
어렵지는 않지만 제목부터 영어이니 일반 독자로서는 무심코 지나치기 쉽겠다. 게다가 경영학 전공서적으로 분류될 터이니 더욱 더 관심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전공서적이 결코 아니다. 보통 독자도 주말에 짬을 내 일단 읽기 시작하면 이외로 술술 읽혀 주말 안에 끝을 볼 수 있겠다. 굳이 이 저작을 고른 이유가 있다. 이 분야로 읽어본 게 몇 권 되지 않기도 하지만, 이 저작이 주장하는 ‘역발상’이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구체적 사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디퍼런트>의 출발은 ‘경쟁’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한다. ‘시장’과 ‘경쟁’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신의 자리에 오른 개념들이다. 경쟁에 기반한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보장하고, 끊임없이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경쟁에서 탈락하여 사회문제를 야기하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력 향상으로 결국에는 탈락자들까지도 구제한다고 설레발까지 쳤다(요즘은 풀이 좀 꺾였다.)
그런데 저자는 정반대로 생각한다.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은 “바꿀수록 똑같아진다”는 서양 속담이다. 그러니까, 경쟁은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동인이기는커녕, 이미 팔리고 있는 제품마저 서로 비슷하게 만드는 애물단지다. 예를 들자. 요즘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대학 평가자들은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자체 브랜드 가치를 키워라” 말한다. 평가자뿐만 아니다. 교육부 관리들도, 대학의 경영자들도 대학마다 특성화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학평과가 특성화를 강화하는가? 애석하게도 결과는 정반대이다. 평가는 언제나 기준이 있는데, 모든 대학들이 그 기준을 맞추느라 서로 엇비슷해져 있던 특성화마저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모순이 현재 시장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각 기업들은 경쟁 속에서 자신의 제품을 다른 기업 제품들과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그런데, 지금처럼 경쟁이 극단화되면, 동일화가 차별화를 압도하는 평준화 현상이 발생한다.
저자의 주장이 옳다면, 지금 시장은 모순에 직면해 있다. 기업 경쟁력은 차별화에 있는데, 극단적 경쟁으로 기업은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격심한 경쟁 밖에서 자리를 찾아야 진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격심한 경쟁’의 바깥이라니, 말이 쉽지 그런 자리가 어떻게 찾을 것인가? 보통 직장인들은 남들과 고만고만한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다른 사람보다 겨우 엄지 하나만큼 앞서가고, 이로써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저자는 작은 차이를 보는 것으로는 결코 경쟁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역발상으로 근본적 차이를 만들라고 말한다.
예를 들자. 다음이나 네이버는 포탈 안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를 붙들어 놓으려 한다. 하지만 구글은 모든 것을 버린다. 구글은 광고까지 버림으로써 세계 제일의 포탈이 되었다. 그 결과, 구글은 대항할 수 없다. 너무 단순하니 싸울 대상을 찾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국내에서도 제법 볼 수있는 미니 쿠퍼 역시 마찬가지다. 미니 쿠퍼는 대형차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작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 결과, 경쟁상대가 적은 영역을 개척하면서 자기 입지를 확보한다. 물론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애플이다. 애플의 역발상은 전방위적이다. 기존 제품이 가진 기능을 과감히 삭제하고(아이폰은 건전지가 없다), 전화의 범주로 분류하기 어려운 새로운 범주를 내세우고(아이폰을 ‘전화’로만 사용하는 사람은 경멸당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무관심한 전략으로 오히려 충성도 높은 고객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설득력 있는 사례가 풍부한 덕에 이 저작은 누구나 흥미진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삶과 직장의 업무를 한 번쯤 뒤집어 생각할 동기를 부여한다. 다만, 저자는 과감한 차별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만 말하고 있으니 조심하자. 실제로는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왜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을까? 정말이지, 과감하게 뜻대로 살다가는 쪽박 찰 가능성이 높은 건 필연적이다. 과감한 상상력이 성공하는 경우는 물리적으로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일부만 성공하는 세계를 보여줄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번에는 모두가 함께 성공할 수 있다는 협동조합에 대한 책을 소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