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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작가님의 글을 처음대한 시기는 중학생 무렵이었다. 우연히 손에 잡힌 삼중당 발행 문고집을 통해서다. 여러편의 단편 중에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나무들 비탈에 서서였다. 읽어 가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소설은 전쟁을 통해 깊은 상처를 입은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따라서 작중의 모든 사건의 일차적인 계기는 전쟁에서 연유된다. 그러나 그 전쟁이란, 외적 계기에 지나지 않으며, 근원적 계기는 그 전쟁을 감당해야 했던 작중 인물 개개인의 자의식의 갈등 관계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개인들의 상호간의 부딪침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자의식의 상처'의 양상이야말로 이 작품의 비극의 결정적 계기인 것이다. 이 작품에 있어서 작중 인물 상호간의 관계는 가해, 피해의 관계로서 전개된다. 말하자면 모든 타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의 자의식에 대한 가해자일 수밖에는 없다. 따라서 각자는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주체적으로는 피해자이지만, 객체적으로는 가해자일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모든 관계는 가해, 피해의 상승 관계로서 펼쳐진다.
이글을 읽은 후 몇날을 슬픔에 잠겨 지냈다. 과연 인간의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속에 지내야만 하였다. 그러다 어느날 다시 작가의 글을 또 읽는다. 그것은 바로 소나기었다. 읽으면서 내내 내가 경험 할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읽어야 했다.
1953년5월 신문학 4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인 소나기는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순정어린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관찰자의 작가임에도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작가 황순원은 초기에는 시를 쓰다가 1940년 첫 단편집 [늪]의 발간을 계기로 단편 작가로 전환한 후 연이어 장편 소설로 자기 문학 세계로 확대시켜 나갔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오직 소설 창작에만 몰두하였는데, 단편에 치중하여 [소나기]등의 작품을 발표하였고,[카인의 후예] 단행본으로 발표하면서 장편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황순원의 초기 시에서 소박한 서정 시인과,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지식 시인의 면모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은 그의 문학 세계소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즉 그의 소설에서는 서정성을 절제된 모습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그의 작품(특히 단편)에서는 실제의 세계가 아닌 이미지의 세계에 대한 집념이 시적 분위기와 간단 명료한 문체로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작품에서 작가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 그들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소녀의 죽음을 서정시와 같은 보편적 정감의 세계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성적 성숙의 단계로 넘어 가는 사춘기 시절 정서적 경험과 연결시키고 있다.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이 있다. 사람은 그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 추억의 내용에 관계없이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황순원의 일련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 제의(通過祭儀)의 시련을 지니고 있다. 소녀와의 만남, 조약돌과 호두알로 은유되는 감정의 교류,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 소녀의 병세 더침, 그리고 소녀의 죽음 -- 이러한 스토리 속에서 사랑이 움트는 어떤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면서, 내면적으로는 소년이 소녀와의 만남과 이별의 관계를 통해 유년기를 벗어나는 통과 의례의 아픔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소녀의 죽음은 소년에게 고통을 남기면서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는 성숙의 어려움을 깨닫게 한다. 아무튼 이 짤막한 단편 소설은 성숙의 징검다리를 건나갈 때면 누구나 겪게 되는 정서적 경험을 재확인시키며, 보편적인 정감의 세계로 독자를 연결시킨다. 이 소설은 1959년 영국의 '인카운터(Encounter)'지의 단편 콩쿠르에 유의상의 번역으로 입상되어 게재되기도 하였다.
단박에 읽어버린 소나기란 단편 소설은 나를 그 정경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순백색의 순수한 감성과 이성에 이끌리는 본성을 아름다운 시어를 엮어내 듯 소설은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의 소설속의 장면이 한동안 나를 놓아주지 않았었다. kbs에서 문학관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통해 훗날 보았지만 그 당시의 감성을 표현하기엔 세월의 이끼가 방해 되었어지만 어느정도는 재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 나 기
- 황순원-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 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녀는 소년이 개울 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 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지 조약돌을 내려다 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날부터 좀 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았다.
물 속에 손을 잠갔다. 세수를 하였다.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싫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움키었다.
몇 번이고 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딤돌을 헛디뎠다.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더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메밀 밭이다.
전에 없이 메밀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 들었다.
코피였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다.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체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소녀 앞에서 한 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길 가듯이 건너던 징검다리를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얘."
못 들은 체했다. 둑 위로 올라섰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소녀의 맑고 검은 눈과 마주쳤다.
얼른 소녀의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비단조개."
"이름도 참 곱다."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녀는 아래 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니?"
벌 끝을 가리켰다.
"없다."
"우리, 가보지 않으련?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저래 봬도 멀다."
"멀면 얼마나 멀기에? 서울 있을 땐 사뭇 먼 데까지 소풍 갔었다."
소녀의 눈이 금새 '바보, 바보,'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참새가 몇 마리 날아간다.
'참,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텃논의 참새를 봐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재미있다!"
소녀가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 댄다.
허수아비가 자꾸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소녀의 왼쪽 볼에 살포시 보조개가 패었다.
저만큼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다보니,
소녀는 지금 자기가 지나쳐 온 허수아비를 흔들고 있다.
좀 전 허수아비보다 더 우쭐거린다.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소녀가 먼저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밭이었다.
수수 단을 세워 놓은 밭머리를 지났다.
"저게 뭐니?"
"원두막."
"여기 참외, 맛있니?"
"그럼, 참외 맛도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
"하나 먹어 봤으면."
소년이 참외 그루에 심은 무 우 밭으로 들어가,
무 우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개 건넨다.
그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먼저 대강이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쩍 깨문다.
소녀도 따라 했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지려."
하며 집어 던지고 만다.
"참, 맛없어 못 먹겠다."
소년이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산이 가까워졌다. 단풍이 눈에 따가웠다.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 꽃, 이게 도라지 꽃 ,……."
"도라지 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 타리 꽃."
소녀는 마 타리 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 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 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버리지 마라."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맞은편 골짜기에 오순도순 초가집이 몇 모여 있었다.
누가 말할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유달리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꽃이지?"
적잖이 비탈진 곳에 칡덩굴이 엉키어 꽃을 달고 있었다.
"꼭 등꽃 같네. 서울 우리 학교에 큰 등나무가 있었단다.
저 꽃을 보니까 등나무 밑에서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꽃송이가 많 줄기를 잡고 끊기 시작한다. 이 달린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칡덩굴을 그러쥐었다. 소년이 놀라 달려갔다.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올리며,
소년은 제가 꺾어다 줄 것을 잘못했다고 뉘우친다.
소녀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내맺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생채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홱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간다.
좀 만에 숨이 차 돌아온 소년은
"이걸 바르면 낫는다."
송진을 생채기에다 문질러 바르고는 그 달음으로
칡덩굴 있는 데로 내려가,
꽃 많이 달린 몇 줄기를 이빨로 끊어 가지고 올라온다.
그리고는,
"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 보자."
누렁송아지였다.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 쥐고 등을 긁어 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 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농부(農夫)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송아지 등에서 뛰어내렸다.
어린 송아지를 타서 허리가 상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그런데, 나룻이 긴 농부는 소녀 편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풀어 내면서,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 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는, 안고 온 꽃 묶음 속에서 가지가 꺾이고
꽃이 일그러진 송이를 골라 발 밑에 버린다.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수 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수 단을 날라다 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수 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 묶음이 망가졌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 새가 확 코에 끼 얹어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 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란하던 수수 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수 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 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 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그 뒤로 소녀의 모습은 뵈지 않았다.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살피기도 했다.
남 몰래 5학년 여자 반을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 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 쪽 개울 둑에 소녀가 앉아 있는 게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 동안 앓았다."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 날, 소나기 맞은 탓 아냐?"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났냐?"
“아직도..”
"그럼, 누워 있어야지."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참, 그 날 재미있었어…….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 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그래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 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힌 일이 있지?
그 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내려고…."
대추 한 줌을 내준다. 소년은 주춤한다.
"맛봐라. 우리 증조(曾祖)할아버지가 심었다는데, 아주 달다."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 알도 굵다!"
"그리고 저...,
우리 이번에 제사 지내고 나서 좀 있다 집을 내주게 됐다."
소년은 소녀 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 초시 손자(孫子)가 서울서 사업에 실패해 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 는 고향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자 속으로,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 알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이 날 밤, 소년은 몰래 덕 쇠 할아버지네 호두 밭으로 갔다.
낮에 봐 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선뜩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 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리 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 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디뎠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근동에서 제일 가는 이 덕 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 보여야 한 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더러 병이 좀 낫거들랑 이사 가기 전에 한 번
개울가로 나와 달라는 말을 못해 둔 것이었다.
바보 같은 것, 바보 같은 것.
이튿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도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닭의 무게를 겨냥해 보면서,
"이만하면 될까?"
어머니가 망태기를 내주며,
"벌써 며칠째 '걀걀'하고 알 날 자리를 보던데요.
크진 않아도 살은 쪘을 거여요."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저, 서당 골 윤 초시 댁에 가신다. 제사상에라도 놓으시라고…."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수탉으로…."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임마,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다."
소년은 공연히 멋 적어, 책보를 집어 던지고는 외양간으로가,
쇠 잔등을 한 번 철썩 갈겼다. 쇠파리라도 잡는 체.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 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 네가 양평 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 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꺾고 있었다.
그 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 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 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 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 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 복이 없을가."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 네 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소녀였다. 나중에 소나기로 바뀐다. 그리고 뒷 줄에 네 줄이 더 있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소설 끝 보다 더 정감이 가는 내용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왜 작가는 그 부분을 잘라낸 후 이름을 소나기로 바꿔는지 의문이다
지금 읽어도 마음이 설랜다. 햇빛이 너무 좋은 초가을, 나는 초대를 받는 기회를 누렸다내가 자주 왕래하며 다니던 곳이다. 아주 어릴적부터 철마다 다닌 곳이다. 사진을 찍기위하여 새벽이나 늦은밤 찾던 곳은 강풍경이 좋고 물안개가 서사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 족했던 곳이다. 여름에는 수련과 연꽃이 다정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곱다. 봄에 화사한 벚꽃이 아름답다. 겨울에는 근처에 있는 운길산이나 청계산 자락에서 바라보는 강 풍경은 얼마나 근사한지 모른다. 서종에서 두 마장 들어간 곳에 위치한 이곳 이름은 소나가 마을이다. 황순원작가의 이름과 소나기 소설의 배경을 빌려 소나기 마을을 세운 것이다. 서울고 교사를 끝낸 후 선생께서 경희대 교수직으로 자리를 바꾸신 후 대학에서 후학을 위해 일생을 보내신다.그 인연으로 경희대의 여러가지 협조와 후원으로 소나기 마을이 양평 서종에 세워졌으며 관리도 경희대에서 하고 있다.
도착하자 마자 난 가을빛이 가득한 느티나무 사이를 지나 선생님의 묘역을 우선 찾았다.
잠시 묘택에 머물며 천주교식 기도로서 인사를 드렸다. 누운 비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20세기 격동기 한국문학에 순수와 절제의 극을 이룬 작가 황순원 선생 (1915- 2000). 일생을 아름답게 내조한 부인 양정길 여사(1915-20145) 여기 소나기 마을에 함께 잠들다. 나는 그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위한 염원으로 다시 한번 더 기도를 한 후 자리에 물러나 소설을 주제로 한 테마 길을 걷기로 하고 자리를 옮겨 가는데 소국(小菊)이 보여 다가 갔더니 나비들이 가을 국화 잔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마이크로 랜즈를 장착한 후 샷다를 눌렀다. 곤충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곤충의 눈이 나와야 한다. 살아 있다는 증거가 표현되어야 사진에 생동감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십 여장을 찍은 후 앞으로 나가자 가을의 중간 전령사인 갈대가 아름다웠다.
너무 곱고 아름다운 갈대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학이란 소설을 주제로 조성한 테마 쉼터에서 보이는 언덕에서 숲 밑으로 파고 드는 가을정경이 눈에 들었다. 그리고 비탈에 서 있는 나무 가지 하나를 랜즈에 골라 담으며 가을을 주섬 주섬 거렸다.
그리고 그 밑으로 핀 가을꽃 구철초가 흰빛을 가득 머금고 추객을 기쁘게 맞이해 준다. 꽃술이 아름다운 이유는 곤충을 유혹하려는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꽃들은 곤충의 힘을 빌려 수정해야 하는 운명이다. 개체수를 늘리거나 과실을 얻으려면 곤충의 방문을 통하여 화분ㅇ을 날라야 하는데, 곤충들이 좋아하는 색과 곤충들이 올라 앉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진화한다. 그 모습이 우리들에겐 보기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 . 향기도 유혹을 위한 목적으로 바람타고 퍼져 나간다.
자연이 갖고 있는 본성은 참으로 오묘하다. 봄날 엄청 화려한 꽃을 피는 산벚꽃 나무 그렇게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하여 쇠잔해져 버린 탓일까? 가을낙엽은 다른 나무들과 비교해 일찍 떨어진다. 그 이유는 빠른 휴식기을 통하여 힘찬 기력을 만들어 더욱 더 아름다운 꽃으로 봄을 화사하게 만들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쑥부쟁이도 보였다. 슬픈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꽃, 그런 시선으로 보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애처롭게 다가 온다. 보라빛은 참 장중하면서도 호화로운 색이다. 숲 가장 자리로 심어진 꽃들이 늦은 시간 가을빛과 어울려 애상에서 유유히 벗어난 느낌을 준다.
키가 큰 코스모스도 가을 안내자로 손색없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어 가을꽃 중심에 서 있었다.
가을꽃을 보면서 천천히 걸으며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른 소설의 주제를 놓고 만든 다음 공간으로 옮기려하자 그 자리를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예사들이 함께 어울려 인문학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문학이란? 어쩌면 자신을 찾아 가는 학문인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높은 길을 돌아 소나기가 내리도록 만들어 놓은 소나기 광장을 가로질러 문학관 건물 앞에 섰다.
소나기 광장으로 내려가는 산 길에서 만난 용담초, 담처럼 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이 야생화는 여러개의 꽃송이가 묶여 하늘을 똑바로 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야생화다. 꽃의 색은 황홀감을 줄 정도로 청보라가 시선을 끌어 당긴다. 10월에 만개되며 숲 속 그늘진 곳에 잘자라는 꽃이다.
소나기 광장에는 눈에 띄는 두 가지 시설이 있다. 하나는 인공 소나기를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기둥분수대와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수수대로 만들어 놓은 수수광이 그것이다. 소나기란 소설에 주인공인 소년과 소녀는 개울 뚝위에 묶여 있는 소랑 어울려 놀고 있을 때 소 주인이 나타나 한 소리를 한다. 소나기가 올 것 같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 가라는..... 소나기를 만난 소년은 자신의 웃저고리를 벗어 소녀에게 입혀 주고 수수단으로 광을 만들어 비를 피하게 한다. 소설 속의 내용을 참고삼아 광장을 조성해 만든 시설물들이다. 시간을 정해인공 소나기를 내리게하여 탐방객들이 수수광으로 피할 수 있도록 한 이밴트 시설인 것이다. 고깔처럼 생긴 수수광은 옛적 여러 용도로 사용했었다. 김치광, 장작광 등등으로....
문학관 건물 외벽에 설치한 청동 테라코타죠 흉상이 보여 그 앞으로 갔다. 2009년 이수철이란 작가의 손에 의하여 만들어진 후 설치되었다는 표시가 흉상 우측 아래 적혀 있었다.
문학관 로비에는 작가의 연보와 탐방객들이 남긴 글들이 기둥마다 가득했다. 그리고 각방마다 작가의 소설과 관련된 형상물들을 전시하고 작가가 추구했던 본질에 대하여 짤막한 단어로 표현해 놓았다. 독 짓는 늙은이, 학, 나무들 비탈에 서다, 소나기 등등 방을 돌며 내가 어릴적 잃으며 느껴던 당시 감성을 떠을리고 싶어 가을이 하늘을 가득채운 느티나무 밑으로 나갔다. 나무밑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짜 놓은 의자에 앉았다. 다행이도 사람이 없었다. 그 아래 양손을 깍지 낀채 머리를 받치고 길게 누워버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각 소설의 주제를 향해 노를 젓고 있었다. 사색의 바다 표면은 매끄러웠다.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참 고요하면서도 빠르게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희로애락을 느껴가며 여러편의 소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는지 눈이 부셔 깨어났다. 가을이 하늘에서 눈이 부시도록 쏱아져 내렸다. 이 가을이 지금처럼 아름답게 치장하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며 지내지만 이 역시 곧 닥칠 겨울에게 자리를 내준 후 스스로 자취를 걷어 들일 것이다. 절기가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순환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곤 한다. 너에 완성이란 매일매일 조금씩 자신을 버려가는 길 끝에 존재한단다. 그 완성을 아름답게 꾸미려면 평소부터 매일 매일 불필요한(시기,갈등, 질투, 시샘, 미움, 욕심,이기심, 등등) 것들은 버려야 하고 상대를 위한 것들은 부지런히 쌓아 나가야 한다. 자선과 박애와 사랑과 봉사 그리고 복음,복음, 말씀!!은 산처럼 쌓아 두어야 한다. 너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가꾸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 가을안에서 내 인생의 가을을 예단해 보려고 사려의 시간을 안고 미래의 나의 가을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았다. 나의 미래 삶의 나들이를 끝낸 후 다음 행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아주 유익하고 멋진 시간을 보낸 무대 가장자리에 앉아 은하수를 벗삼아 오래토록 앉아 있었다. 참! 가을의 빛과 바람이 소슬하다. 하면서 가을밤을 즐겼다. 시간은 꿈처럼 흘러갔다.
첫댓글 시간을 사 오십년전으로 되돌려놓고,,,,,, 마치 주인공인 된듯한 착각속에 순수 하면서 애뜻한 사랑이 담긴
황순원 작가님의 서정적인 사랑이야기......이시대에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시라도 행복한 시간속에 머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녀가 바로 꿈길같은 순수성의 소유자! 누구에게나 소년, 소녀의 시절에서 삶의 징검다리를 걷너 지금까지 왔다는 사실, 인지하며 다시 잠시 회상의 늪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을 갖으셨다니.... 추억은 아름다워라~~ 늘 평화를 빌며 언제까지나 소녀로 남아 계셔준다면 좋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이해주셔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