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말한다. 사전의
정의는 여기에 조상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을 더한다. 그렇다면 고향을 ‘조상대대로 살아온 자신이 태어난 그립고
정든 곳’이라 정의 하면 될까. 현실 속에 그런 곳이 있을까. 현대사회는 자의든 타의든 고향을 잃었거나 잃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을 찾는다. 여행을 하다 그런 곳을 만나면 몇 번이고 다시 찾는다.
‘가고 싶은 섬’이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태초의 인류는 바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래서 늘 바다와
섬을 그리워한다. 섬에는 그래도 훼손이 덜 된 생태자원과 네 모 반듯한 근대로부터 비껴난 전통문화가 남아 있다.
숲, 바다, 마을. 이들이 섬을 이루는 요소다. 숲은 나무를
키웠고, 바다는 물고기를 키웠고, 마을은 문화를 낳았다. 인간은 숲이 없는 섬, 물고기가 없는 바다에 의지해 살 수 없다. 이들 섬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는 곳이 건강하다. 물어볼 것도 없이 그곳에 사는 섬사람들도 행복하다. 전남도는 그런 조건을 갖춘 섬을 선정해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고향을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생물학, 지리학 측면에서 고향이면 더욱 좋겠지만 마음의 고향이라도 갖고 있다면 얼마나 풍요롭겠는가.
그것만으로도 웰빙과 힐링을 넘어서는 치유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 들 것이다.
섬에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삶의 흔적들이 씨줄날줄로 보석처럼 골목과 갯골, 숲길과 섬길에 박혀 있다.
‘가고 싶은 섬’은 이것을 캐내는 일이다. 기존의 ‘섬 개발’과 달리 ‘섬 가꾸기’인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섬 마을 만들기’인 셈이다.
섬의 생태와 문화를 자원으로 주민이 직접 보금자리를 가꾸는 사업이다. 더 이상 섬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것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겠다는 의지다.
청산도를 상상해보라. 그곳에는 비닐하우스는 없고 구들장논이 있다. 이층집은 없고 낮은 집들만 있다. 시멘트로 덧칠한 블록 담 대신에 돌담이 있고
초분이 있다. 하늘이 있고, 어둠이 있고, 별이 있다. 숲 소리가 있고, 파도소리가 있고, 새소리가 있다. 이 모두 고향의 징후들이다. 좋은
숲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은 우리 세대가 가꾸어 미래세대에게 남겨야할 것이다.
‘가고 싶은 섬’은 섬 안에 있는 것을 보물로 만드는 일이다. 포구는 아늑한 어머니의 품안처럼
만들고, 미역을 뜯고 나무를 하러 가던 길은 걷고 싶은 ‘섬길’로 바꾼다.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섬집들은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예술가들의 손을
빌려 새롭게 탄생한다. 빈집은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으로 바꾸고, 집안에 화분은 대문 밖에 내놓는다.
‘가고 싶은 섬’으로 유혹하고 싶은 사람은 미안하지만 여행객이 아니다. 첫 번째는 고향을 떠나야 했던
섬사람이다. 살기 위해, 자식교육을 위해 섬을 떠난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들. 그들에게 돌려주고 고향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들을 뭍으로
몰아낸 것은 어쩌면 ‘육지’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잘못된 섬 정책일 수 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집 자리와 묏자리만 손에 쥐고 도망치듯 뭍으로
도시로 떠났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헐값에 고향을 팔고, 논밭은 투기꾼의 차지가 되었다. 늦었지만 그들의 손에 고향을 쥐어주어야 한다. 일
년이면 전남의 섬마을로 귀향하는 사람이 40여 가구 쯤 된다고 한다. ‘가고 싶은 섬’의 성공의 열쇠는 이들의 손에
달렸다.
다음이 여행객이다. 매년 전남도를 찾는 섬여행자는 40여
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더 희망적인 것은 최근 영산도, 관매도, 하화도 등 작은 섬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뒤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섬, 생태자원이 뛰어나고 따뜻한 주민들, 섬 냄새가 물씬 나는 섬을 찾고 있다. 훌륭한
리조트보다는 마을주민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밥상과 잠자리를 원한다. ‘가고 싶은 섬’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마지막으로 고향이 없는 아이들의 미래의 고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고향의 정서를 모르고 자라는 청소년, 고향이라는 단어마저 생소할 미래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기성세대가 마련해 선물하는 것이다.
그래서 섬주민의 힘으로만 ‘가고 싶은 섬’을 가꾸기 어렵다. 마중물은 섬주민과 전라남도가 마련하지만 도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섬을 찾아주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에 드는 농산물과 수산물이 있으면 직접 구입해주면 된다.
그것이 믿을 만하고 품질에 만족한다면 주변에 알리면 된다. 그 은덕에 섬의 생태를 보전하고, 사람이 머물며 미래의 고향을 만드는 ‘가고 싶은
섬’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