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선수들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자칫하면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도 있고 짧게는 1~2달, 길게는1~2년에 걸친 재활치료를 끝내면 부상 전의 제기량을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배드민턴은 축구나 유도, 레슬링 같은 신체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격렬한 운동이 아님에도 다른 운동과 비교해서 선수들의 부상이 많은 편이다. 그 이유는 배드민턴이 전신운동인데다 점프, 빠른 발 스텝, 어깨와 허리를 틀어주는 동작 등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코트 구석구석까지 활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대회로 인해 잔 부상들을 제때 치료를 못하고 몸에 지닌 상태로 시합을 뛰기 때문에 더욱 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깨, 무릎, 발목, 허리 순으로 부상 많아지난 ‘2003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대표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동문과 함께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던 하태권(삼성전기)은 허리부상으로 32강에서 기권했고 세계랭킹 2위 유용성(수원시청)도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 전 기권을 했다. 또 여자 단식의 김경란(대교눈높이)도 경기 중 점프 스매시 후 착지과정에서 왼쪽 무릎관절이 뒤틀리는 부상으로 기권했다.
또 ‘2005 스위스오픈’에 참가했던 당시 세계랭킹 4위로 방수현과 라경민을 잇는 여자단식 기대주였던 전재연(대교눈높이)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1년 가까이를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간신히 재활치료가 끝나고 재기를 노리던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무릎부상으로 개인전을 포기하고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으로 따낸 동메달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었다. 아시안게임 후 무릎 연골판 수술을 받은 전재연은 또다시 재활훈련에 매달려야 했다.
이효정은 ‘2006요넥스코리아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허리 통증으로 게임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혼합복식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2개 부문 다 3위에 머물렀다. 당시 이효정은 여자복식에서는 이경원과, 혼합복식에서는 이재진과 호흡을 맞춰 세계 정상급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고,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경기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이효정은 자세한 진찰 결과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배드민턴선수들이 주로 많이 부상당하는 부위는 어깨, 무릎, 발목, 허리부분으로 어깨 부분의 부상이 가장 많다. 주로 관절의 인대가 늘어난다든지 끊어진다든지, 근육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많이 입는다. 그 밖에 심각한 부상이 아킬레스건인데 모든 스포츠 종목 중 아킬레스건이 가장 많이 끊어지는 운동이 바로 배드민턴이다. 엄성웅 한마음스포츠클리닉 원장은 “아킬레스건이 끊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운동이 격렬하다는 증거다. 배구선수들도 많이 끊어지지만 배드민턴선수들이 월등히 많다. 그 이유는 점프를 많이 하기 때문인데 거의 직선으로 뛰는 배구선수들에 비해 배드민턴은 사선으로 많이 뛴다. 그렇게 사선으로 뛸 때 자칫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아킬레스건이 끊어진다”고 말했다.
어깨는 강한 스매시로 인해 과부화가 많이 걸려 부상이 온다. 어깨에 부상을 당하는 스포츠는 야구, 수영, 핸드볼, 테니스 등 주로 어깨를 많이 쓰는 종목의 선수들이다. 특히 배드민턴선수들 같은 경우는 한쪽 어깨만 계속 사용하다보니 과사용으로 인해 염증이 유발되는데, 그 부분이 약해진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하다보면 인대가 끊어지거나 근육이 찢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기초근력 운동을 많이 한 선수라 하더라도 1시간30여분이 넘는 경기를 하다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부상을 많이 당한다.
특히 남자선수들은 여자선수들보다 근육양이나 기초체력이 뛰어나지만 더 강력한 스매시를 더 많이 구사하기 때문에 어깨 같은 경우에는 남자선수들의 부상이 훨씬 많고 그 정도도 심각하다. 한번 다치면 거의 대부분이 수술을 요하는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무릎은 점프로 인해 부담이 많이 가는 데다 퀵스텝으로 인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이 많다. 십자인대를 부상당할 경우 수술 뒤 재활기간을 3개월에서 5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이때 수술도 수술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수술 후 굳어진 다리를 원래 활동했던 범위내로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활치료사들은 ‘각’을 낸다고 표현하는데 바로 그 ‘각’을 내기 위해 수술 뒤 일정한 기간 내에 재활치료를 반드시 해야 한다. 4주~5주가 지나 이미 굳어진 상태가 되면 치료기간이 길어짐은 물론 치료과정도 더욱 고통스럽다.
발목부위는 주로 경기를 하면서 셔틀콕을 보고 움직이는 앞, 뒤, 좌우스텝으로 인해 부상이 많이 생긴다. 배드민턴은 경기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전진, 좌우, 백스텝 등으로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코트 구석구석을 누빈다. 특히 발목은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 관절이 굳어있을 때 스텝을 밟으면서 다리의 힘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돼 순간적으로 발목이 삐거나 뒤틀리는 위험한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허리는 스매시와 하이클리어와 같이 셔틀콕이 높이 있을 때 활처럼 허리를 뒤로 제치는 동작으로 인해 척추가 부러진다거나 디스크에 걸리는 부상이 가장 많다. 엄성웅 원장은 “배드민턴은 랠리가 훨씬 빠르고 단순히 허리를 뒤로만 제치는 것이 아니라 제치는 각도의 범위가 넓다. 거의 360도의 모든 각을 다 쓰기 때문에 비슷한 동작을 하는 배구에 비해 훨씬 부상 확률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허리 디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복근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활을 생각했을 때 아무리 활시위를 잡아당겨도 활 본체가 튼튼하면 부러지지 않는 원리와 같다.
5g의 셔틀콕으로 실명할 수도 있어그 밖에 배드민턴 선수들 가운데는 간혹 셔틀콕에 맞아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 조그마한 깃털달린 셔틀콕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선수들의, 특히 남자선수들의 점프스매시는 시속 300km를 웃돈다. 특히 지난 2005년에 열린 ‘제9회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푸 하이펑은 시속 332km의 스매싱 속도를 기록해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종전 최고기록은 영국의 사이먼 아처가 보유하고 있던 시속 260km었다. 또 이번 대회에서 푸 하이펑에 이어 케네스 요나센(덴마크)이 시속 298km를 기록했다. 여자선수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여자단식 기대주 후앙 쉬가 시속 257km를 기록, 남자 못지않은 파워를 뽐냈다.
이는 실로 대단한 스피드이다. 스포츠경기별 최고시속을 보면 배드민턴이 332km로 가장 빠르고 골프의 드라이버 티샷이 310km로 그 뒤를 잇는다. 강서비스로 유명한 테니스 선수 앤디 로딕의 서브가 246km이고 양궁의 화살이 235km다. 또 아이스하키에서 슛할 때 퍽의 속도가 200km이고,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팔로만 던지는 야구 투수선수의 최고구속이 160km이다. 축구는 150km 배구의 스파이크가 115km정도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속도의 셔틀콕을 눈에 맞았을 경우 그 부상은 심각하다. 제대로 맞았을 경우 실명까지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손승모(밀양시청)는 94년에 경기 중 셔틀콕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각막을 이식수술 받아 현재까지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눈에 맞지 않더라도 코나 입 주위, 뺨에 맞더라도 그 충격은 ‘BB탄’총알을 바로 앞에서 맞은 것과 똑같다고 하니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간혹 복식경기에서 파트너와 호흡이 잘 안 맞았을 때 라켓에 맞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엄성웅 원장은 배드민턴 선수들은 신사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임준범 실장도 "선수나 부상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재활에 들어가면 보통 오전에 3시간 재활운동을 하고 2시간 치료를 받고 다시 3시간 운동 뒤 2시간은 유산소 운동을 한다. 이렇게 하루 10시간여씩 주 5일~6일을 재활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똑같은 운동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솔직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많이 지루해 하기도 하고 꾀도 많이 부린다고 한다. 하지만 배드민턴선수들은 재활치료를 받을 때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치료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재활치료사로서 정말 흐뭇하다"고 말했다.
응급처치는 R.I.C.E배드민턴은 1세트 기준으로 500~600칼로리가 소모된다. 이 정도면 트레드밀(이른바 런닝머신)을 한 시간을 뛰는 운동량과 같다. 이렇게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기초체력 훈련과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필요로 한다. 어깨부상이 많은 만큼 어깨를 중점적으로 스트레칭을 한 수 상체에서 하체로 내려오는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5분에서 10분정도만이라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코트를 뛰어서 땀을 내면 더욱더 좋다. 운동이 끝난 뒤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몸에 열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정리운동(워밍다운)을 해 주는 것이 부상예방에 효과적이다.
어깨와 무릎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는 어깨부분의 삼각근을 강화해 주고 허벅지근육을 강화해 주면 부상방지에 도움을 준다. 발목은 종아리 앞에 있는 근육을 강화해 주면 도움이 된다. 허리는 앞서 말했듯이 복근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
부상을 당했을 때는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응급처치를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 부상의 정도가 심해질 수 도 있고 간단한 치료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응급처치요법에는 R.I.C.E가 있다.
R은 REST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말하고 I는 ICE, 얼음을 대는 것을 말한다. C는 COMPRESSION으로 압박을 해주는 것이고 E는 ELEVATION으로 손상부위를 심장보다 높여 주는 것을 말한다.
특히 ICE가 중요한데 부상으로 인한 모세혈관파열이나 부종들이 수축되어 더 많은 손상을 막고 부상부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산소운동 + 무산소운동배드민턴 선수들의 체형은 탁구선수들과 비슷한 날렵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단거리 육상선수나 역도, 유도선수들과는 다른 체형이다. 그 이유는 단시간에 강한 파워를 집중적으로 발산해야 하는 운동에 비해 배드민턴은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길게 일정한 파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 영양, 휴식 세 가지 중 비중의 정도에 따라 근육의 크기가 달라진다. 운동보다 영양과 휴식에 비중을 많이 두면 근육크기가 커지면서 순간적인 파워가 강해진다.
반면에 운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영양을 적게 섭취하면 상대적으로 작고 질긴 근육들이 생기게 되면서 지구력이 강해진다. 여기에 순발력과 민첩성을 기르기 위해 근력운동을 한 직후 바로 이어서 앞, 옆으로 움직이는 스텝을 밟는 훈련, 점프 등의 훈련을 하면 근육들이 길어지는 배드민턴 선수들과 같은 근육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훈련들을 통해 ‘파워존’(가슴밑~무릎위)이 강해질 경우 배드민턴 선수로서의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게 된다. 민첩성과 순발력이 많이 발달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배드민턴 선수를 포함해 주로 신체의 한쪽 방향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은 체형도 변하게 된다고 한다. 엄성웅 원장은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등의 선수들은 신체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한쪽 방향으로 기울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쪽 방향으로만 근육을 쓰다 보니 그쪽으로 찌그러지고 급기야 척추까지 영향을 받아 측만증이 온다. 특히 탁구 선수들은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 육안으로도 쉽게 식별이 가능 할 만큼 그 차이가 확연하다. 따라서 평소 훈련 때 반대운동을 하라고 많이 주문하고 웨이트트레이닝같은 경우에도 평소 쓰지 않는 쪽에 운동량을 더 많이 늘린다”고 한다.
배드민턴은 유산소운동이라고 한다. 유산소 운동이란 한 가지 운동을 똑같은 에너지원으로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꾸준히 할 경우를 말한다. 제일 쉬운 예가 바로 달리기이다. 똑같은 패턴으로 계속해서 반복되는 운동을 유지한다.
반대로 무산소 운동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의 80%이상을 쓸 경우를 말한다. 에너지원부분에서 말하면 유산소 운동은 지방에서 에너지원을 가져오고 무산소 운동은 단백질에서 그 에너지원을 찾는다.
이렇게 봤을 때 배드민턴은 단순한 유산소 운동이 아니다. 경기시작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가지 동작만을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라켓으로 셔틀콕을 맞추는 동작은 같지만 발끝서부터 손끝까지, 모든 근육을 다 사용하면서 라켓의 각도라든가 속도, 위치 등이 다르다. 그래서 배드민턴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병행되는 운동이다. 때문에 평행성, 순발력, 민첩성, 파워, 근력, 근지구력, 심폐기능 등 모든 운동능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우선 기초체력을 기르고 충분한 준비운동 뒤 하는 배드민턴은 매우 좋은 운동이다.
전신운동으로 남녀노소에게 다 좋아
배드민턴은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좋은 운동이다. 엄성웅 원장은 “운동할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어린이들에게 배드민턴 하나 만으로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시킬 수 있는 전신운동이다. 심폐기능은 물론 균형감각도 좋아진다. 또 고등학생들의 경우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데 배드민턴이 온 몸의 근육을 다 사용하기 때문에 자세 교정도 될 수 있다. 점프 동작으로 인해 성장판을 자극해 키를 많이 키울 수 있다”고 어린이에게 다시없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어린이의 경우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부상 위험도 적다고 한다.
50~60대 연령에도 배드민턴이 좋은 운동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에 비해 근력도 약해진 상태이고 관절도 많이 굳어 있는 상태이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풀어주고 줄넘기등과 같은 기초체력운동을 먼저 한 뒤 하면 배드민턴의 전신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크게 장소의 구애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나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선수들의 부상에 이은 재활기간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아차’하는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아픔을 얻을 수도 있다. 엄성웅 원장은 배드민턴이라는 좋은 운동이 준비운동 부족, 혹은 욕심으로 오히려 자신의 몸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선수들 보다는 많은 동호인들을 걱정했다. 기초근력이 좋은 선수들에 비해, 자기 체력보다 과한 운동으로 무리를 하는 동호인들이 팔꿈치나 발목, 무릎 등 통증을 많이 호소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실력 향상을 바라며 무리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으로 건강을 찾고 즐거움도 찾는 것이 진정한 운동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