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치카츠 아스카 박물관
치카츠 아스카(近つ飛鳥, 가까운 아스카) 박물관은 1994년 오사카 부립 박물관으로 개관되었다. 이 건물은 일본이 자랑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가 설계한 것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도 실려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치카츠 아스카 박물관은 수십만 개의 하얀 화강암 주먹돌로 덮인 대형 계단이 박물관의 지붕을 이루고 있으며, 마치 전방후원분을 일으켜 세워놓은 것 같이 보인다. 실제로 안도 다다오는 이 박물관을 구상하면서 닌토쿠릉의 웅장한 스테일감을 담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내부 전시공간은 가운데가 뚫려 있는 지하 3층 구조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슬로프를 따라 내려가면서 유물을 가까이서, 멀리서 두루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왜의 5왕과 도래문화’ 섹션으로, 여기에는 타이시마치(太子町) 고분에서 출토된 둥근고리긴칼, 복제된 금동 말안장, 금동신발, 스에키 등 가야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래문화에 이어 쇼토쿠 태자의 시대, 불교문화의 개화, 문자의 시대, 고분의 마지막 모습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밑바닥에 있는 닌토쿠릉 모형을 내려다보면서 슬로프를 따라가면 일본 고분시대 유물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고분을 장식하는 토우인 하니와(埴輪)는 이 박물관 전시의 백미이다. 또 박물관 앞의 야산에는 수많은 횡혈식석실묘가 즐비하여 멋진 야외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 하니와
일본 고대의 전방후원분들은 오늘날 모두 풀과 나무로 덮여 동산처럼 되었지만 원래는 봉분 위에 붉은 진흙빛 하지키로 만든 하니와가 수백개, 수천개씩 놓여 있어 장관을 이루었다.
하니와는 일본이 세계에 대놓고 자랑할만한 문화유산이다. 그 양도 엄청나지만 조형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이런 토우․토기를 수천개 늘어놓으면 장대한 설치미술이 된다. 이 박물관(치카츠 아스카 박물관)은 일본의 어떤 박물관보다도 일본 하니와의 세계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하니와의 유래에 대해서는 『일본서기』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떤 천황의 동생이 죽었을 때 사람을 순장하려고 하였더니 순장당하는 사람이 곧 죽지 않아서 비참한 장면이 벌어졌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다음 그의 아내가 죽었을 때에는 이즈모 지방으로부터 하니베(토기를 만드는 집단) 100명을 불러다가 하니와로 사람과 말, 그밖에 여러 가지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 무덤 부근에 묻는 것으로 순장을 대신하였다.
-『일본서기』권6 수인기(垂仁紀) 32년 7월조
그러나 일본 학자 중에는 하니와가 부장품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주검에 대한 장례 행렬을 보여주기 위해 무덤 경사면에 배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덤무지의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기능도 있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니와는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시대에 따라 그 유형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항아리 모양, 원통 모양이었다. 피장자의 영혼을 담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집 모양, 무기 모양, 그리고 닭․돼지․물새 모양을 한 동물 하니와가 등장하고 나중에는 인물 하니와가 나타난다.
인물 모양의 하니와는 장례의식의 인물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각각의 동작과 표정이 명확하다. 일본 고대 장례 풍습에도 모가리노기레이라는 빈례(殯禮)가 있었다. 장례식 때 시신을 매장하기 전에 일정 기간 빈소에 두는 것이다. 빈(殯)이라는 글자가 주검 시(屍)에 손님 빈(賓)자를 쓰는 것은 죽은 사람은 저승에서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본에서 3월 3일이면 히나마쓰리(雛祭り, 여자아이의 명절)가 열려 호텔이나 백화점 로비에 값비싼 수제인형들을 늘어놓은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하니와 제의가 절로 연상되는데, 히나마쓰리는 축제이고 하니와 설치는 장례인 점이 다르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2 -
▣ 안도 다다오
동양의 자연 관조 사상을 현대적으로 추상화시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 그는 건축물이 들어설 위치의 자연, 이를테면 비, 바람, 물 등을 최대한 고려해 각 장소에 걸맞은 공간을 창출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건축물을 창조한다.
"안도 다다오는 돌기둥을 세워 그 꼭대기에 살고 있는 닌자 같다. 그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며 논쟁이란 무의미하다는 듯이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하는 건축가이다." 프랑스 샤를 드 골 공항과 중국 베이징의 국립 그랜드극장 등을 설계한 프랑스의 대건축가 폴 앙드뢰(Paul Andreu)의 말이다. 근대 이후 동양은 서양식 건축을 그대로 수용하여 받아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서양의 건축 기법을 빌려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한 아시아권의 건축가들이 등장했다. 안도 다다오는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서양 건축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동양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안도 다다오는 매우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로도 유명하다. 트럭 운전사, 권투 선수, 목수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건축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일이 없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인생 역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1941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안도 다다오는 외할머니 아래에서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자랐다. 소년 시절부터 목공소, 철공소 등을 기웃거리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목수가 되고 싶었으나 주위의 반대로 후리쓰 죠토 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진학했다. 이때 동생과 함께 프로 복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목수로 일하던 그는 24세 때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인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보고 감명받아 그의 아래에서 건축을 공부하고자 파리로 떠났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기 한 달 전 르 코르뷔지에는 숨을 거두었다.
안도는 포기하지 않고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미켈란젤로부터 르 코르뷔지에, 루이스 칸에 이르기까지 고전 건축부터 근대 건축까지 많은 것을 보고 스케치하며 공부했다. 훗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건축가들이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을 무렵, 그는 수많은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며 설계에서부터 공간 구현, 빛의 활용까지 건축의 전 측면에 대해 숙고했다. 이때의 여행은 건축가로서의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1969년, 안도는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1976년에 스미요시 연립주택이라는 독특한 주택을 설계하여 일본 건축학회 작품상(1979)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롯코 집합주택으로 일본 문화디자인상(1983), 핀란드 건축가협회의 알바 알토상 금상(1985), 문화훈장 및 제4회 고토 신페이상(2010) 등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 굴지의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안도의 처녀작인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그가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노출 콘크리트를 소재로 간결하고 독창적인 건축 공간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성향이 시작된 작품이다. 폭 3미터의 작은 연립주택은 기와집 사이에 끼워진 박스 형태로, 노출 콘크리트 방식을 사용해 지은 간결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내부 중앙에는 하늘을 향해 개방된 중정이 배치되어 있어 하늘과 바람, 빛이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도시 안에서 자연을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게 설계된 구조로, 현대 도시 사회에서 인간이 잃어 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산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도쿄에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집합주택과 아파트, 뉴타운도 이곳저곳에서 건설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살며 매일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인간이 그런 건물에서 생활하기에 적합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점점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도심의 냉난방이 완비된 맨션에서 1년 내내 완벽히 컨트롤된 환경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는 인간 본래의 생명력을 상실시키는 것이며, 과연 이 상태가 인간답고 풍요로운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건축물 속에 자연을 끌어들여 인간의 오감으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자연과 건축과 인간의 교감을 이끌어 내는 공간을 창출한다는 안도의 건축 철학은 이런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건축을 하나의 창조적인 행위로서, 인간의 생활공간을 상징적인 존재로 추상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순히 쾌적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자연과의 본질적인 관계를 깨닫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현상에 따라 매일, 매시간 공간이 변화하는 것을 느낌으로써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게 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한다.
동양의 자연 관조 사상을 현대적으로 추상화시킨다는 평을 받는 안도의 건축에는 비, 바람, 물 등의 자연 요소들이 해당되는 공간에 적합하게 수렴되어 있다. 그는 부지의 형상, 주위 환경과의 관계, 지역적 특수성, 기후, 풍토 등을 고려해 각각의 장소에 걸맞은 건축 공간을 창출하고, 그를 극대화시키는 자연물을 끌어들이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와 동시에 그의 건축물들은 기하학적으로도 완벽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라고 불리는 일련의 교회 연작은 각각의 자연 공간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 빛, 바람을 시각적·공감각적으로 표현해 인간과의 교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수작이다. 홋카이도 평원에 위치한 물의 교회에서는 흐르는 개울에서 물을 끌어들여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건물의 한 변 전체가 인공 호수에 맞닿게 배치되어 있고, 건물 뒤로 돌아가면 물은 보이지 않지만 물소리가 들린다. 교회 안에서도 물과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예배를 볼 수 있다.
오사카 외곽의 거주 지역에 세워진 빛의 교회는 직육면체 모양으로, 노출 콘크리트 벽의 한 면을 거대한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사이로 빛이 투과된다. 태양광선과 빛의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십자가는 자연과 건축이 인간에게 미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고베 롯코 산 정상의 오리엔트 호텔 내에 있는 바람의 교회는 바다가 보이는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교회는 건물의 터를 평평하게 닦아야 한다는 기존의 건축 상식을 깨뜨렸다. 산자락을 손상시키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지형 자체를 고려하여 건축한 것으로, 지형과 자연현상이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안도의 통찰력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높게 솟은 언덕은 통로 건물이자 바깥 공간을 막아 주는 벽으로 사용하고, 뒤쪽에는 교회 건물을 세웠다.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삼면이 둘러싸인 공간이 생기는데, 이곳은 마당으로 사용된다. 지형과 자연을 이해하고 인공적인 수법으로 융해시키는 건축 방식은 일본의 전통 건축이 추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절제미와 여백 활용, 간결함, 자연과의 융화라는 일본의 전통적 정서를 계승하는 한편, 현대적인 소재와 서양 근대 건축 기법을 끌어들인 안도 다다오. 그는 수많은 건축가에게 인간과 건축의 관계, 전통과 문화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등을 숙고하게 하며 앞으로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1997년에 도쿄 대학 건축과 교수로 임용된 그는 예일 대, 컬럼비아 대, 하버드 대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안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산토리 박물관, 타임즈, 나오시마 현대 미술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아와지 꿈의 무대, 히메지마 물의 교회, 물의 절, 상하이 디자인 센터 등이 있다.
- 양은경, <일본사를 움직인 100인> -
교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 안다 다다오(1941~)가 건축한 치카츠 아스카 박물관 입구
닌토쿠 릉의 웅장한 스태일감을 담아내어 구상함.
하니와 - 고분을 장식하는 토우(부장품, 주검에 대한 장례 행렬 등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