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설 연휴를 맞아 다양한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른바 ‘샌드위치 데이(연휴 전후에 끼어 있는 평일까지 함께 쉬는 날)’로 일터에 따라 여느때보다 연휴기간을 길게 잡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부터 해외 유명 관광지는 이미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다. 정부에서는 이번 설 연휴가 내수경기 회복이나 계속 침체냐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때문에 가급적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통해 최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내수경기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25일 설 연휴를 전후해 가볼만한 국내여행지 5곳을 선정, 발표했다.
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 가족도 만나고, 함께 고향 근처 명소나 가까운 스키장, 제주도 등을 찾는 것은 어떨까. 골프다 휴양이다 나홀로 나가는 것 보다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고향 명소를 찾으면 휴식과 함께 우애도 다지고, 체험교육에 내수경기까지 살리는 1석 4조가 아닐까.
◆제주 대정들녘 야생 수선화 = 제주도는 한겨울에도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 명성을 놓지 않는다. 눈덮인 한라산도 좋지만 봄날씨같은 들녘 곳곳에서도 ‘겨울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 대정들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야생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이곳에서 9년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는 유난히 이곳의 수선화를 각별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차가운 눈과 모진 삭풍 속에서도 향기를 뿜으며 탐스럽게 핀 수선화를 바라보면서 고된 유배생활 속에서도 스스로를 부단히 갈고 닦으려 했던 추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대정들녘 일대에는 제주도의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이 많다.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와 추사체를 완성한 추사적거지, 관아가 자리했던 대정읍성, 단산 자락에 쓸쓸히 자리잡은 대정향교, 일제시대 건설된 비행장터와 일오동굴, 천연 바다전망대인 송악상, 한국전쟁 당시에 희생된 수백명의 양민이 묻힌 백조일손지묘 등을 둘러보면 자연스레 자녀들에게 역사교육이 될 것이다.
문의 :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064)794-2301
◆동백 피어나는 따뜻한 남쪽섬, 거문도와 백도 =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 거문도와 백도를 찾으면 한겨울임에도 붉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문도는 이미 동백 화관을 둘러쓴 새색시. 여수에서 2시간 정도만 배를 타고 가면 짙푸른 바다에 담담하게 몸을 담그고 있는 거문도를 볼 수 있다. 특히 거문도 등대는 올해로 불을 밝힌지 100년이 된다.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길에는 신선바위,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비롯, 동백터널 숲 등 볼거리가 많다.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한 동백터널 숲은 산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거문도에 오면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백도 유람. 상백도와 하백도로 이뤄진 이곳은 가히 절경이다. 거문도는 또 역사교과서에도 나오듯 영국군의 침입으로 일어난 ‘거문도 사건’의 배경지. 역사교육현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문의 : 여수시청 관광홍보과(061)690-2249
◆경북 영양에서 정감어린 옛 고택을 찾아보자 = 경상북도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에서는 고즈넉한 고향마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설날을 앞두고 특히 인기가 있는 이곳은 옛 고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눈덮인 고즈넉한 마을이다.
경북 동북부 내륙 일출산(1219m) 자락에 위치한 영양군은 반딧불이로도 유명하지만 수많은 충신과 함께 문인을 배출한 문학과 예술의 고장.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주실마을, 현대 서정시인 오일도의 감천마을, 현대소설가 이문열의 두들마을 등 걸출한 문인들의 생가가 산과 개울 등 빼어난 경치를 배경으로 한 고택마을과 어우러져 있다.
고택마을은 특히 이름난 문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듯 우리나라 민간정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조선 선조시대 서석지와 옛 돌담 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분재, 야생화 그리고 영양 특유의 폭포석 수석이 전시돼 있는 분재수석전시관과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영양고추 홍보관 관람은 어린시절 추억의 고향 경북 영양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문의 : 영양군청 문화관광과(054)680-6067
◆부안 개암사와 내변산에서 겨울산행은 어떨까 = 부안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가 하나다. 고개를 들면 수려한 산봉우리가 우뚝하고 아래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또 천년고찰과 역사유적도 있어 언제 가도 풍성한 여정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변산반도는 연인들이 즐겨찾는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고풍스런 절집 개암사와 내소사, 채석강과 변산해수욕장의 해넘이, 내변산의 눈길 트래킹 등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이중 변산반도국립공원 동쪽 끝자리에 자리잡은 개암사는 고즈넉함과 소박함이 도드라지는 고찰이다. 개암사 뒤편 울금바위에서는 내변산의 첩첩한 산자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부터 조선팔경의 하나이자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혀온 내변산은 기암괴석과 호수, 울창한 숲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가족과 함께 가벼운 눈길 트래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문의 : 부안군청 문화관광과(063)580-4449
◆김포 대명포구와 강화 국방유적, 맛과 멋을 아우르는 역사기행 = 서울 및 수도권에서 설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은 가까운 김포와 강화를 찾아보자. 하루 여행코스로도 충분하다.
경기도 김포시 대명포구는 염하(鹽河)를 사이에 두고 강화도와 마주보는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포구. 확장공사가 끝난 48호 국도를 타면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걸려 겨울바다의 낭만과 짭조름한 바다 별미를 맛보고 싶을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또 포구 근처에는 다량 함유된 철분과 무기질로 물빛이 붉은 홍염천탕이 있어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덕포진 바로 앞에 있는 교육박물관도 들러볼 만 하다.
거센 조수가 흐르고 썰물때마다 넓은 갯벌이 드러나는 염하의 양쪽 해안에는 선조들의 피눈물이 배어 있는 역사유적이 많다. 손돌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김포 덕포진과 강화 강성보, 조선말기 서구열강의 침입을 막아낸 초지진과 덕진진 등이 그곳이다. 그래서 강화도는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으로도 불린다.
문의 : 김포시청 문화관광담당(031)980-2471, 강화군청 문화관광과(032)930-3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