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당장 원장 나와! 당장!”
“내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이마가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당장 CCTV 보자구”
요즘 가끔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를 볼 때마다 난 몇 년전 일이 떠올라 가슴 한 곳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화병이라면 화병일까. 순간순간 무엇인가 올라와 답답함을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서슬 퍼런 아이의 아버님이 아이의 외삼촌과 함께 어린이집에 들어와 어린이집을 발칵 뒤집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 매형여, 이 어린이집 그냥 안 놔둘겨, CCTV 당장 봐”
아이를 맡긴 지 한달 쯤 된 아이의 아버님과 외삼촌은 험악한 말들로 삿대질과 함께 따지고 들며 교사 책장을 치면서 분위기를 공포스럽게 만들었고, 그 분위기에 놀라 원에 남아있던 영아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상처가 난 아이는 평소에도 활발하고 많이 움직이는 아이로 혼자서 비틀거리다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었지만 부모는 아동학대라며 구청에 민원 문의을 하고, 원에 이곳저곳을 사진을 찍어 증거자료를 만드는 모습이였고, CCTV를 열람하기 전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하는 모습이였다.
난 아버님께 CCTV를 열람 후 신고를 해도 되지 않겠냐고 사정을 한 후 사고 당시의 모습을 CCTV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가 아닌 것을 인지하고 여러 가지의 말씀을 하신 후 아버님과 영아의 외삼촌은 귀가를 하셨다. 그렇게 마무리 된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에는 또 다시 아버님은 사고 당일 전체의 CCTV 열람을 요구하셨고, 사고 당일 하루 종일 분량의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아동학대가 아님을 인정하셨지만, 아이 상처에 대한 사후 관리로 성형수술과 레이져 치료 등을 거론하셨다. 난 어린이집은 안전공제를 가입되어 있어 모든 치료비는 부모님이 마무리가 되었다고 말씀하실때까지 치료해 드린다고 안내하고 모든 치료를 해 드리기로 했다.(차후에 알아본 결과 병원비는 몇 천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됨.)
그렇게 아버님은 온갖 험악한 말과 함께 아버님께서 마지막 남긴 말씀은 복지부와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10년 넘게 했댔죠? 원장님이 고인 물이네요” 라는 충격적인 말이였다. 심지어는 아이의 외숙모라는 사람이 CCTV를 확인하기도 전에 맘 카페에 우리 원의 비방 글까지 올려 우리 원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그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고 당장 전화해서 정정하라고 하고 싶었고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여 조사하려 하였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정당한 결과가 나와도 득보다 실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그동안 타 원들에 상황을 보고 터득한 현실이라(추후 소송할 서류만 수집을 한 후 그냥 마무리함)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원에 들어와 소리내어 한 없이 엉엉 울었다. 너무나 속상하고 자괴감이 들어 내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맘 카페의 악플 때문에 자살을 했던 교사와 아동학대 오해로 스스로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보육교사 생각이 저절로 났다. “오죽하며 하나뿐이 소중한 목숨을 버릴까”?
나는 학창 시절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넉넉지 않은 시골 농부의 5남매의 둘째로서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어려운 가정 살림을 도와야 했고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해 어린이집에 취업 잠깐의 교사생활을 경험한 후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었고 벌써 원 운영 17년의 세월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나와의 딱 한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약속이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아이를 받아 씻기고 아침을 먹였고, 저녁에는 21시~22시까지, 토요일 일요일에도 부모님께서 부탁하시면 무보육료로 아이를 돌봐 주는 일을 나는 당연한 일로 여기며 부모님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성심을 다했다. 한번은 재혼하여 신혼여행을 떠나는 원아 어머니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난처해 할 때 1주일간 아이를 집에서 돌보며 무사히 신혼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원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아이의 아버님께서 말한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나 자신과 함께 성장발전 시키기 위해 매진해왔다.
보육 교직원 교육 외 다른 자격증 교육을 열심히 받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평가인증 5번, 공공형 어린이집 재재선정 3번, 우수보육 교재교구 작품전시회 장려상. 시장상, 국회 의원상등을 수상하고 그리고 수많은 서류작업에 개인적으로는 정말 매일 밤잠을 줄이고 주말을 반납한 채 열심히 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가정일로 보내는 시간보다 어린이집 일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17년이라는 열정적인 시간이었다.
교직원과 수시로 교사 회의를 진행하고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우리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같이 진행하면서 원에서의 행복이 가정으로까지 뻗어갈 수 있도록 원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활동 예로 요즘은 코로나19로 부모참여가 어렵지만 예전에는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프로그램 중 종이 박스를 이용한 부모님과 함께 만든 자동차극장(종이박스로 자동차를 만들고 아이는 자동차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봄, 자동차 모양도 각양각색이고 부모님의 정성으로 예쁘게 꾸며 아이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나오기를 싫어할 정도로 좋아함.)을 꾸며 아이와 부모의 교감을 높여 오래도록 행복감을 머물게 했다. 또한 원에서 영화를 본 경험을 토대로 영화관을 대관해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영화관람도 하였다. 그 외 부모님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과 활동으로 오감을 놀이 활동을 통해 “온 몸으로 체험하며 자라는 원”이라는 문구하에 원 개방으로 가정과 원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영양 관리를 위해 생협(유기농 식자재)을 이용해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려고 무엇보다 노력해 왔다.
이렇듯 나나 원이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며 생활해 왔기에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부모님들에게도 신뢰를 쌓으며 지내온 믿음의 세월이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소리를 들었을 때 그동안의 나의 세월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자괴감에 시달렸고 모든 게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한동안 잠도 못자고 먹는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특히 부모님들이 겁났고 아이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과연 내가 이런 마음으로 원을 계속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어 괴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영아가 가정에서 여기저기 멍이 들고 찢어지고 다쳐 원에 등원할 때 여쭤보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원에서의 조그마한 상처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서운함과 함께 그냥 모든 게 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맘 카페의 악플과 동네에서 수군거리고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와 외숙모로 인해 우리 원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또한 아이 부모님이 한 행동 (교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공갈 협박, 명예훼손, 원 운영방해, 정보유출) 이런 문제들과 요즘 부모님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아동학대를 먼저 의심하고 CCTV 열람부터 요구하는 신뢰가 깨진 보육현장과 어지러운 나의 마음을 어디에다 호소할 데도 없어 더욱 마음만 착잡하기만 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한 일이 일어났다. 맘 카페의 악플과 아이 부모의 해코지에도 불구하고 원아 부모님들은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부모님들은 그동안 나의 정성과 노력,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나를 믿어주는 것을 넘어 그 아이 부모의 언행을 해명해 주며 더욱 우리 원을 사랑해주기 시작했다.
원아의 손에 카네이션과 함께 “원장님 사랑해요”라고 말해주는 우리 아이의 사랑과 “원장님을 만나 우리 가족이 너무나 행복합니다!”라고 허리를 굽혀 몇 번을 인사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뵙는 순간 눈물이 나고 용기가 생겼다. 이것이 부모님과의 믿음과 신뢰이며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감사함이 다시 나를 살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동안 맘 카페에는 우리 원을 헐뜯는 그 아이와 관계되는 사람의 글이 아직 삭제가 되지 않고 (맘카페에 삭제 요청도 했지만 해결이 안됨)떠돌고 있다.
그리고 출산율 감소로 인해 원아 부족으로 주변에 폐원하는 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불안함 속에, 바뀌는 보육정책과 원아 감소로 우리 원도 내년 운영이 불확실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으며, 또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아이들과 많은 분들이 있기에 흔들림 없이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원을 운영해 가고자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덧붙여 지난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느낀 점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른 사람 일이 아니고 열심히 달려온 선량한 사람에게도 올 수 있으며, 이 상태로의 보육현장이라면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보육 교직원들이 부모님들로부터 아동학대 범죄자라는 억울하게 지탄을 받고 민원에 시달릴 때 어딘가 마음 편히 상담 받고 이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상담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박하지만 작지 않은 것을 몇 년전부터 건의를 해 왔지만 국가에서 새로 신설된 것은 지금껏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정부는 CCTV 점검을 지속적으로 나온다고 하며 현장에 있는 보육 교직원들을 예비 범죄자로 보고만 있다는 현실에 현장에 있는 보육교사로써 안타깝과 가슴 아픈 일이다. 부모와 원이 신뢰하는 사회가 된다면 무슨 CCTV가 필요할까? CCTV가 없던 시절이 더 부모님과 애듯하고 신뢰했던 것 같다. 오히려 CCTV로 인해 부모와 원에 신뢰를 깨지고 불신에 씨앗을 심어준 격이 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종종 TV에 나오는 잘못된 교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교사고 나머지 교사들은 정말 헌신과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육하는 교사들이 이 세상이 더욱더 많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알아 주었으며 하는 바랍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는 학대가 일어날 경우 중재 역할을 해주는 기관이 있다고 하는데 보육 계통은 아직도 보육기관에 중재역활을 할 전담기관이 없다 보니 개인적으로 민사소송을 하고 해결하는데 6개월 ~ 1년여 시간이 걸리고 비용 역시 많이 든다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시간동안 소문에 꼬리를 물고 물어 원의 존폐가 결정되고도 남는 시간이며, 원이 운영된다고 해도 소문으로 인해 다시 원상태로 유지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원장을 비롯해 보육 교직원은 그 시간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릴 수도 있다. 이렇듯 보육현장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과 교직원이 편한 맘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소가 생긴다면, 아이는 물론 모두가 행복한 우리의 보육현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속히 생기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발전과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키워가는 우리 보육 교직원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열악한 조건에도 항상 미소를 머금은 보육 교직원들이 이 웃음을 잃지 않는 보육현장이 되었으면 하는 큰 희망을 품으며 “내일 종말이 와도 난 한 그루 사과 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원에 미래가 불투명해 낼 폐원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있다면 난 원 없이 후회없이 아이들과 즐기며 마지막 열정을 모두 쏟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나의 천직인 보육인이기 때문이다.
띵동띵동 7시 30분
“어서와 00야 잘 자고 왔어요? 안녕하세요? 아버님!”
난 매일 아침 나의 비타민들과 인사를 할 것이다.
그리고 비타민들과 함께 웃고 울고 우리의 잔치인 재롱잔치를 할 것이다.
그것이 ‘나’이고, 지금까지 ‘나’였으며 앞으로도 ‘나’일 것이다.
그런 모습의 내가 좋다.
첫댓글 어린이집의 고충은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제가 제안하여 지난 2016년 도 쯤에 충남신문은 천안시어린이집연합회(회장 박애숙)와 MOU를 체결한바 있습니다.
이후 천안최초 촛불집회를 이끌어 냈으며, 공동주택내 민간 어린이집과 입대회와의 임대료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습니다.
(기자회견 준비 전반에 걸쳐 도움/ 이후 KBS에서 취재 협조요구에 응함)
지난 5일 전국최초 전 천안시 공동주택 민간어린이집 임대료 5%준수 협약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뭏튼
오늘도 사명감 하나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님과 보육교사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정경숙 원장님!
언론으로 접했던 어린이집에 대한 고충을 글로 접합니다.
그렇지요.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요.
원장님께서 원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원장님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온 발걸음 입니다.
하여 원장님의 앞길은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이며
탄탄대로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리 믿고 응원합니다.^^
국장님, 교수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큰 용기와 힘을 안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