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낙열 시인은 시인이라는 명함을 앞질러 순한
웃음이 손에서 먼저 나오는 사람이다
수많은 순둥이파의 시인들이 있었지만
천낙열 시인은 무엇을 건네줄까
잡은 손을 놓고 손바닥을 펴보니 세레토닌이
복수초처럼 노랗게 피어있었다
그는 세레토닌의 행복 바이러스이며
전도자이다
그의 시 한 편 들어보자
나그네와 눈사람
3월이 끝나는 날에
산에 오르는 등산객이
눈 속에 숨겨진 얼음에
미끄러져도 밝게 웃는다.
하얀 신부의 걸음으로
눈송이들이 날리어 떨어지니
두 손을 벌려
얼음꽃으로 핀 설경을 반긴다.
발자국으로 수놓은
슬프도록 젖은 그리움을
통나무 집에 남겨두고
나그네는 잠시 머뭇거린다
마당에는 눈사람이 졸고
눈이 내리는 계곡을
눈이 내리는 산길을 따라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세상이 눈속에 묻혀있다.
*겨울 등산은 특히 마음을 비우고 간다고 한다
얼음에 미끄러져도 웃고 앞길을 막는 눈송이들도
하얀 신부의 걸음이라고 환호한다
눈사람조차 졸고 있는 정적으로 지은
통나무집이 나타난다
‥그것은 시인 내면의 집은 아니었을까?
통나무집에서 슬픔을 발견한 시인은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곧 길을 떠난다
젖은 슬픔이 있거들랑 망태기로 쓰고
안으로 말리며 간다
계곡으로 산길로 간다
눈사람도 나그네도 통나무집 주인도
모두가 하얀 눈세상에 묻혔다, 선한 세상에 묻혔다
흔한 소나무가지 하나 나오지 않고
오직 하얀 설경과 눈을 맞고 가는 사람과
서서 졸고 있는 눈사람을 배치해 놓았다
군더더기 없는 한겨울 수묵화를 본 듯하다
덤이 있다면 오는 눈소리
내려가는 발자국소리
하늘 무지개
하늘 높이 발버둥치는
나를 보았다
나를 위하여
일곱 빛깔 무지개를
보여 주었다.
눈을 감고
사랑을 만질 수 있었다.
눈의 계곡에서 눈사람과 만난 시인은
하늘에서는 나를 위해 피었다는 무지개를 만난다
무지개는 눈을 감고 사랑을 만져보라며
일곱가지 빚깔을 보여주고 있다
환희의 절정이다
시인이 표지에 왜 "세레토닌 1시집"이라고
붙여놓았는지 공감되었다
시집은 한 사람의 자서전이며 그가 지은 심장의 집이다
이 집에 기대시라 내어주신 천낙열 시인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