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 전용차를 사용한 대통령은 제27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로, 재임기간은 1909∼1913년이었다. 초대 조지 워싱턴(1789∼97년)에서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1901∼1909년)까지는 마차를 썼다. 이 때문에 태프트 대통령의 승용차가 첫 백악관 공용차로 기록된다. 당시 사용한 모델은 스튜드베이커 전기차였다고. 뜻밖에도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탔던 셈이다.
그 다음 우드로 윌슨 대통령(재임 1913∼21년)의 전용차는 피어스 애로. 윌슨은 이 차를 아주 마음에 들어해 퇴임 후에 친구가 이 차를 사들여 윌슨에게 선사했다. 뒤이어 워런 하딩 대통령(1921∼23년)은 패커드. 그가 재임 중 세상을 떠나자 부통령에서 승격한 캘빈 쿨리지 대통령(1923∼29년)은 링컨을 전용차로 결정했다. 캐딜락은 1929년 재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33년)이 처음으로 골랐다.
첫 방탄차는 1942년형 링컨 선샤인 스페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1933∼45년)의 전용차는 패커드. 현재 일본의 토요타 박물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차대전 중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1942년형 링컨은 최초로 장갑을 두른 대통령 전용차였다. 후임 트루먼 대통령(1945∼53년)도 잇따라 링컨을 선정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1953∼61년)은 캐딜락과 함께 백색 크라이슬러 임페리얼을 쓰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1961∼63년)의 전용차는 링컨 컨티넨탈이었으나 취임 퍼레이드에서 사용한 전용차는 포드 선더버드 컨버터블이었다. 이처럼 링컨과 캐딜락이 전통적으로 대통령 전용차로 쓰였으나 90년대 이후부터는 캐딜락이 주로 대통령 전용차를 공급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의 전용차 역시 특수제작한 캐딜락 리무진이다. 오바마의 전용차는 보안상 자세한 제원이 비밀이다. 미국 정보통에 따르면 캐딜락으로 보이는 것은 겉모습뿐 속은 전혀 다르다. 중형트럭의 섀시에 보디를 얹고 그릴은 STS, 헤드램프는 에스컬레이드에서 가져왔다.
도어는 두께 약 20cm. 강철과 티타늄, 알루미늄, 세라믹을 겹겹이 쌓은 장갑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대전차 로켓탄 등 성형작약 탄두가 폭발하면 고온으로 녹은 금속이 가느다란 제트스트림을 만들어 장갑판을 뚫는다. 그런 다음 뜨거운 금속 파편이 차안에서 소용돌이치면 누구도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앞에서 적은 대로 밀도가 다른 소재를 겹쳐 만든 장갑판은 연소제트를 분산시켜 폭발력이 크게 줄어든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차가 바로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창문은 방탄유리, 타이어는 케블러를 보강했고, 강철제 휠은 타이어가 없어도 굴러간다. 트렁크에는 따로 산소공급장치와 소화장비가 들어 있다. 방어용 특수총과 최루탄 발사기도 갖췄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오바마 대통령의 혈액도 보존용으로 넣어둔다. 이 때문에 무게가 대단하고, 최고시속은 97km에 불과하다. 연비는 약 3.4km/L.
미국은 세계 최강의 정치·경제·군사대국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를 이끌어오며 우호국과 동시에 많은 적대국을 양산해왔다. 덕분에 미국 대통령의 생명을 노리는 세력은 국내외에 널러 퍼져 있다. 따라서 지금의 대통령 전용차는 테러 위험에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대비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컨버터블을 사용하게 될 때쯤이면 진정한 세계평화가 도래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