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가 만들어질 수 없지만 유에서 무언가 만들어진다. 1에서 무엇이 일어날 수 없지만 2에서 무엇이 일어난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효율이 비효율을 이기는 형태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의사결정의 구체적인 방법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다섯 가지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메뚜기가 단위면적당 일정한 숫자를 넘으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올챙이도 마찬가지다. 수도꼭지에서 빠져나오는 물은 일정한 속도와 압력에서 회전한다. 외부에서 자극하면 촉매가 되어 더 빨리 반응한다. 바람은 회오리를 일으키고 물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질서가 만들어진다. 존재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도구주의가 필요하다.
앎과 실천은 다르다. 앎은 객체의 사정이 중요하고 실천은 주체의 사정이 중요하다. 안다는 것은 인간이 어떤 대상과 마주본다는 것이다. 실천은 인간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도구를 장악해야 실천이 가능하다. 도구를 장악하려면 손잡이가 필요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구조의 효율성이다. 보다 효율적인 위치를 장악해야 한다.
그런데 상호작용 구조 안에서 상대방의 맞대응에 의해 원위치 된다. 구조의 복원력에 의해 원상복구된다. 구악은 신악으로 바뀐다.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세금을 깎아준 중국과 조선은 인구만 늘었고 세금으로 70퍼센트를 뜯어간 일본은 번영했다. 일본은 마비끼라고 하는 영아살해 수법으로 인구를 솎아냈기 때문이다.
고을에 청백리가 나도 일시적으로 흥할 뿐 인구증가에 의해 다시 원래상태로 돌아간다. 하나의 밸런스에서 또다른 밸런스로 옮겨갈 뿐 문제는 본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항해는 계속되어야 한다. 개혁은 멈출 수 없다. 일정한 경사도를 유지해야 한다. 개혁의 결과로 달라진 것은 권력자의 숫자 뿐이다.
일본은 높은 세금 때문에 마비끼를 해야하므로 많은 자녀를 둘 수 없다. 흥부가 24명 아들의 인두세를 내면 집안이 무너진다. 즉 봉건영주의 권력이 흥부에게로 이전될 뿐, 민초들의 살림살이는 달라진게 없다. 더 많은 사람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작용 총량, 권력 총량을 증대시키는게 중요하다.
부단히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 그 자체가 인간의 목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권력은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을 어기면 기득권이 된다. 기득권은 자신의 효율로 지배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파괴하여 비효율로 만드는 방법으로 상대적인 효율성의 우위를 달성한다.
자신은 지식을 독점하고 민초는 지식을 획득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결과는 약해지고 약해지면 침략을 당해 죽는다. 그런데 고립된 것에서는 침략당할 일이 없으므로 기득권이 이긴다. 지금 지리적으로 고립된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구주의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혁신, 부단한 권력창출, 부단한 기득권 타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효율성의 우위를 유지해야만 도구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수가 말을 이겨야 한다. 처음에는 기수가 말을 이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말도 적응하여 같아져 버린다. 처음에는 사장이 종업원보다 낫지만 나중에는 종업원이 더 잘한다. 관계가 역전되는 것이다. 가게 하나 차려놓고 평생 꿀빨겠다는 생각을 하면 기득권으로 퇴행해 있다`. 부단한 전진이 아니면 안 된다.
최종 승리자는 도구가 된다. 인간은 승리할 수 없다. 도구가 발전하는게 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