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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이 우유팩을 모아 휴지로 교환하고 있다. © News1 |
지난해 종이팩의 재활용률이 2007년 이후 7년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이는 유리병과 금속캔 재활용률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단 1%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환경부에서는 "규제할 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종이팩·종이컵의 재활용이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17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이하 자원센터)에 따르면 2014년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26.5%로 전년대비 7.6%p나 떨어졌다. 종이팩 재활용률은 2007년 29%를 기록한 이후, 2008년부터 계속 30%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7년만에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유리병과 금속캔의 재활용률이 70~80%인 것과 비교하면 종이팩 재활용률은 그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종이에 폴리에틸렌을 코팅해 방습성을 높인 종이팩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데다가 일반 폐지보다 2~3배 값이 비싸다. 또 재활용되면 미용티슈 등 고급 화장지로도 활용가능하다. 그런데도 종이팩이 일반폐지와 섞여 분리수거되면서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자원센터 관계자는 "재활용할때 뜨거운 물에 폐지는 15~30분이면 녹는데 종이팩은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돼 있어 1시간 가까이 녹여야한다"며 "결국 폐지만 재활용되고 종이팩은 슬러지로 남아 버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만 해도 중앙정부가 쓰레기 수거업무를 전담하면서 종이팩을 폐지와 별도로 분리배출했다. 당시 학교나 가정에서는 종이팩을 씻어 펼친뒤 햇볕에 말려 분리수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업무가 지방자치단체 고유업무로 점차 이관되면서 분리수거 품목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자체가 쓰레기 처리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했고, 민간업체는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 품목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원센터에선 "지자체는 환경 쪽에 투자를 안하기 때문에 청소부 지원이나 쓰레기 처리업체들을 모두 용역에 맡겼다"며 "관리가 느슨해지고 용역단가를 낮추면서 결국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종이팩처럼 재활용 의무대상이 아닌 종이컵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08년 규제개혁의 바람을 타고 재활용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현재 재활용률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한해 사용되는 약 230억개의 종이컵 중에 재활용되는 종이컵은 3억2000여만개로 1.4%에 머문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종이컵은 또 다시 종이컵만 따로 분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중작업을 감당할 만큼 종이컵 재활용 사업의 채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종이컵이 따로 분류돼 수거되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은 10%도 채 되지 않아서다. 종이컵 전면에 알록달록 새겨진 디자인으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업체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지만 홍보를 위해 화려한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다.
자원센터는 "영화관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컵이나 팝콘컵을 보면 전면이 빨갛거나 노란색이다"며 "색깔인쇄가 많게는 4번이나 들어간 종이컵들이 적지 않아 이런 종이컵은 회수해도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흔히보는 180ml 자판기용 종이컵처럼 겉면이 흰색으로 별다른 디자인이 없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서는 규제할 법이 없어 업체들과 자발적 협약을 통해 1회용컵 사용 자제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 12곳, 패스트푸드 5곳이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컵 회수에 관해 규제할 법조항이 없어 환경부로서도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며 "지자체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1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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