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양호 구청장의 개인기로 마무리된 지방선거
2. 원칙과 민주가 사라진 공천
3. 2022 지방선거가 미칠 중구 국회의원 선거 구도
4. 지역위원회 개편과 역할 찾기의 필요성
5. 당선된 구의원들에게
6. 그래도 우리는 민주당원으로서 갈 길을 가야한다.
2022년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지면 패배한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했기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후보로 나와서 최선을 다해준 모든 후보들께 유권자로서 그리고 지지자로서 감사드린다.
민주당은 구청장 선거의 경우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왔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겠지만,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자들의 실망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다행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가지 당의 역학관계까지 고려하여 지방선거가 패배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최소화한 일부 지역위원장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정치는 누구를 위해 하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며 선거운동 기간 땀 흘린 후보자와 운동원들을 생각하면 울컥해지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중구 지역위원회 역할 관점에서 지방선거를 분석해 보고 좀 더 나은 대안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역위원회는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사무국장, 상설위원장, 지역대의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는 조직 체계이고 지역위원장과 지역위원장을 보좌하는 사무국이 핵심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면 지역위원장과 사무국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지역 정당의 실세라고 보면 될 것이다. 중구의 경우 지역위원회의 문제는 사무국장에 대한 문제도 보통 함께 대두되었던 것 같다.
2018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박성준 후보가 전략공천 되었다. 당시 중구는 구청장과 구의장과의 문제, 구청과 구의회의 문제, 구의원들의 역량 문제, 지역위원회 사무국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어 있었고 이 때문에 중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전순옥 위원장의 정치력과 세평이 좋지 않아 다른 사람이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루었다. 그래서 누가 올지에 대해서만 관심거리였을 뿐 박성준 후보가 전략공천된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없었다. 어찌 보면 훌륭한 후보가 지역에 왔다고 반기는 분위기가 더 높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박성준 후보는 오자마자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했고, 전략공천으로 갑자기 중구의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기 때문에 조직도 없는 상황이라 전순옥 위원장이 구성한 지역위원회와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만 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위기감이 높았을 때라 여당에 대한 지지도(바램)가 높았고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도움까지 받아 선거는 별 어려움 없이 당선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민주당은 구청장 선거를 489표차로 패했고, 시의원 2개 선거구를 전패했다. 선거는 사실상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이 중요해진다. 선거는 결과적으로 패할 수는 있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선거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 지역위원회의 역할 중 하나여야 한다. 당헌 당규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지방선거 공천에서 지역위원회와 위원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회자된 사실이다. 구청장 공천에서 부터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지역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공천이 결정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이 중 하나로 지역위원회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가 구성되지 못한 것에 있다. 선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투시 지휘조직과 지휘관이 없다는 의미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대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선대위라고 하는 형식적인 눈에 보이는 조직체계 구성의 문제 보다는 본질적으로 지역위원회가 선거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거의 지휘자와 지원자가 없는 상황에서 각 단위 후보들은 자체적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였을 것이다.
선대위는 자체적인 선거조직 구축과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각 선거 캠프의 연계, 전체적인 선거운동 상황의 분석과 대책 마련, 중구 전체에 흩어진 조직의 재구축, 지지자의 재결집, 각 후보별 선거운동 과정 점검, 지역 여론청취 및 보완, 어려운 지역에 대한 선거운동 지원, 후보자 및 선거운동원 격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승리를 위한 선거 운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선대위를 구성하지 못했다면 지역위원회는 이를 대신할 조직 또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사무국장일 것이다. 그러나 선대위가 없는 상황에서 사무국장은 선거 지원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보통 개인적 활동을 하게 되는 사무국장은 콘트롤타워 보다는 관망자가 되거나 갑의 위치에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된다. 더 문제는 선거에서 당선되고 떨어질 사람을 미리 예단하고 특정 후보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경향도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구의원의 경우 1-나 후보 보다는 1-가 후보와 더 깊은 친밀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나 후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아 선거 기간내내 힘겨운 시간을 혼자 버텨가며 지친다.
지역위원회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선대위를 구성하고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어야 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것도 알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결집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지역위원회가 선대위를 구성하지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역위원회가 선대위 구성을 고의적으로 안했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구성을 못했다면 무능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박성준 의원은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지역을 살필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무국장이 대행으로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선거 사무를 총괄했을텐데 사무국장은 박성준 의원이 공천된 이후 중구에 온 외지인으로 중구를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짧았고 선거와 정치적 경험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국장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선대위 역할이 중요하고 시점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을 안하면서 선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구청장 선거의 경우 아쉬운 패배로 연결되었다.
중구의 지역위원회 사무국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위원회는 중구 전순옥 전 위원장 시절부터 사무국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무국의 문제는 사무국장에 대한 안 좋은 여론과 사무국장의 잦은 교체, 지역에 대해 모르는 외지인 사무국장의 한계, 사무국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 사무국장의 경험 부족, 사무국장의 개인권력화, 지역당원들을 무시하는 태도, 한정적인 인력 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구 민주당의 발전과 당원(지지자)들의 화합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됨에 따라 지역위원회에 몇 가지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사무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지역을 모르는 사무국장은 특정인에 쉽게 기댈 수 밖에 없고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장은 자기 사람을 데려다가 쓰는 것이 편하고 효과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선거에서 패배하고 지역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위원장이 지게 될 것이다,
둘째, 기본적 인성과 역량이 있는 사람을 사무국장으로 써야 한다. 보통 사무국장이 임명되면 여론이 뒤숭숭하고 위원장이 자기 무덤을 판다는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무국장은 실무자로서 지역 총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무국장의 역량과 인성의 문제가 생기면 사무국장의 인격은 곧 지역위원장의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위원회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지역위원회는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상임고문, 지방의원, 각 상설위원회, 대의원 등의 조직 체계가 있다. 지역위원장이 지역에 있는 경우보다 국회와 중앙에서 활동하는 경유가 많기 때문에 지역위원회를 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중구는 일반적으로 사무국장이나 지역보좌관이 대리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은데 이는 지역위원회 조직 체계를 뿌리채 흔들고 선거 때 선대위 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지역위원회에 부위원장이 있으면 좋겠지만 조직체계상 선임할 수 없다면 당헌당규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위원장의 대리가 가능한 상임고문을 위촉하여 지역을 대리 운영하게 하여야 한다. 사무국장은 상임고문을 보좌하며 지역 사무를 총괄해서 지역 사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사무국장의 일탈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네째, 지역위원회는 지역학습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구는 서울의 중심지로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여러 아젠다가 발생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학습조직의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정치 참여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다섯째, 주민친화적 활동을 넓혀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주민들의 지역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다. 봉사활동, 문화활동, 체육활동 등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주민들과 떨어진 정치는 있을 수 없다. 다양한 만남의 장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 젊은 인재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 권리당원 경선이라는 이슈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중구는 새로운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다. 새로운 인재 없이 정치 변화와 혁신이 있을 수 없다.
일곱째. 핵심관계자(핵관)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문고리 권력을 조심해야 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특정인 스스로 공천권이 위원장이 아닌 문고리 권력인 자신에게 있다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문고리가 존재하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여덟째, 구의원들은 의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구의원들에게 사무국장이나 지역협의회장 등 당직을 맡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구의원들이 당직을 겸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시의원 한명도 없이 구의원을 통해 의회 정치를 수행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럴 때일수록 구의원 개인의 의정 전문성을 키워주고 의회에서 민주당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언론에도 나오고 하는 것처럼 의원들의 개인적 비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텐데 구의원이 행정 실무를 총괄하면 문제 발생시 누가 그들을 견제할 것이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구의원의 겸직은 핵관을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위원장을 그림자로 전락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구의원들은 사무국장의 아랫사람이 아니다. 물론 구의원들을 상하관계로 보는 사무국장은 없겠지만 사무국과 사무국장은 구의원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민들의 대표이지 사무국장이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위원장과 구의원들의 회의 테이블을 통해 중구 현안과 의정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위원회와 사무국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원칙과 본질에 충실해서 방향타를 고정하고 정해진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느슨한 연대, 서로 연결되어 작지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P.S) 앞편에서 중구 중심으로 이야기 하느라 다루지 못했으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3선으로서 구청장 임기를 중단하고 중구성동을 국회의원 후보로 조기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정원오 구청장 개인의 의지 보다는 2년 후 어려워진 정치 환경에서 일 잘하는 인기 있는 인물을 찾는 당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을 경우 정원오 구청장이 국회의원 후보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선호 박사(중구시민연대 설립자, 초대 이사장 겸 前상임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