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타이타닉 커플>이 다시 뭉쳤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로 그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동명의 원작소설이다.
결혼에 대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어디에나 흔히 있을법한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고,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무겁고 침울한 기분이 되어 간다.
읽는 사람의 처지 (기혼인가 미혼인가, 혹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에 따라 감상도 여운도 크게 달라질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을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였다. 재미있었으니까. (여주인공인 에이프릴에게 케이트 윈슬렛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서 앞뒤 안가리고 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리처드 예이츠라는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1950년대, 코네티컷주. 교외에서의 단란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동네 "레볼루셔너리 힐"에 살고 있는 프랭크 휠러와 에이프릴은, 사이에 귀여운 두아이를 두고 있는 이상적인 젋은 부부. 하지만, 군제대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프랭크는, 허무한 날들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고 있다.
한편, 한때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육아와 가사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에이프릴은 그 정열을 다시 한번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다는 일념으로 프랑스 파리로의 이주를 결심하지만, 현실에는 그것을 가로막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주위에서 보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커플. 그렇지만 변화없는 단조로운 생활속에서 날마다 커져만 가는 공허함. 이것을 그려내는 방식이 대단히 절묘하다.
작가는 과잉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의 직장생활의 묘사나, 혹은 주인공의 사소한 신변잡기나 심리의 묘사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주변상황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런 묘사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그냥 남아있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어가는 주인공의 심리변화도 비로소 납득할수 있게 된다.반면에 그와 비교하면 이런 묘사가 전혀 없는 아내가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하고 있음을 독자는 저절로 느끼게 된다. 따로 묘사하지 않아도 그 공허함이 눈에 보여온다. 이것만으로도, 갑자기 자신을 찾고 싶다는 욕구를 표출하는 아내의 행동도, 그녀가 지금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까지도 모두 이해할수 있게 된다. 이 묘사의 유무가, 이 부부사이의 엇갈림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준다.영화는 비교적 원작을 꽤 충실히 연출해 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소설에서 영화보다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 부부와 좋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웃 부부. 특히, 그 남편 셰프에 대해서 보다 깊이 파고 들고 있어서, 영화에서는 약간 충동적인 것처럼 생각되던, 에이프릴과의 차내 불륜에 이르는 과정도 명확하게 내면화 되고 있다.싸우고 난 다음날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식탁에 마주앉아 오랫만에 근사한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왜인지 모르지만 울컥했다. 감동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프랭크가 흘리던 기쁨의 눈물과도 다른,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나 할까... 이후의 전개를 이미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마지막 진행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기본적으로는 주인공의 시점이던 소설이, 결정적인 순간에 아내의 시점으로 바뀌면서 그녀의 내면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한다던가, 당혹스러운 이웃집 남자의 심리상태를 마치 한편의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행동으로 표현한다던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방법이 정말 능수능란하다.
마치 사람의 심리가 물감이 되어서 그려지는 것 같은 이런 대사나 행동들은 리처드 예이츠라는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지 보여준다. 이런 작품이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그대로 비운의... 라는 수식어가 붙고도 남을만한 일이다.여러가지 감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감만은 공통적으로 맛보게 될 것 같다. 그 갭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결국 순탄한 결혼생활의 비법이 될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고 동질감을 느끼는 커플이라면 아마도 지금쯤 무언가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는건지도 모른다. -다음에 올려진 독자 리뷰 중 -
솔직히 지난 목요일 영화를 본 이후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답답함으로 남아있다.
여운이 이렇게 오래가는 이유가 멀까 고민케 된다.
처음부터 영화를 안 보았기에 더 찜찜함이 남는 걸까??
아 다시 보기는 싫은데... 그래도 해갈 되지 않는 이 느낌.
다시 보아야 하나보다.
첫댓글 다시 봐야 하겠네요.. ^^ 그러게 영화는 무조건 처음 제목 나올 때부터 봐야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