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3>필리핀 근로자 폴과 플로랜스는 자유 노동자(?)입니다. 이 부부를 처음 만난것은 한 달 전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대구의료원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쳐 명함을 건냈습니다. 플로랜스는 만삭이었고,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었습니다. 간단한 목례와 함께 약간의 인사를 나눈 채 헤어졌습니다.
이들은 체류기간 5년이 넘어 자유노동자가 되었지만 한 회사에서 꾸준히 근무한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폴과 플로랜스는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곧 아기가 잉태되었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임신 7개월째부터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산달이 다되서 비교적 의료비가 싼 대구 의료원으로 병원을 옮겨 진료를 두 번 받고는 산모의 상태가 자연분만이 적합치 않아 제왕절개수술로 두 주일 전에 사내 아이(이름 레이한)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산모는 건강했으나 아기가 비정상적으로 배가 불러서 초진 결과 대구 의료원에서는 아기를 책임질 수 없어 동산의료원으로 아기를 급히 이송했습니다. 긴급상황이었습니다. 폴이 그제서야 센터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요."
동산 의료원에 입원 소속을 같이 밟고, 안절부절 못하는 아기 아빠를 우선 안심시켜야 했습니다. 의사의 소견을 듣는 것도 하루가 지나서였습니다. 현재 아기는 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숙변과 개스가 차서 배가 비정상적으로 부르고, 장의 상태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다가 보니 몇 가지 추가로 의심되는 증후가 있어 세밀한 검사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장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괴사(썩는 것)가 일어나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콩팥도 하나가 선천적으로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심장에 천공(구멍)이 작기는 하지만 몇 개 보이고, 담즙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고 있는데 이는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서 정신지체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광선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장에 대해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 가지 방법은 약물 치료이고, 두번째 방법은 수술인데, 아기가 신생아라서 장을 밖으로 꺼내서 튜브로 배변을 보게 하는 수술과 생후 6개월 쯤 다시 한번의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두 번의 수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현재는 약물치료는 안되고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폴과 플로랜스의 걱정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대구의료원은 적십자와의 제휴로 미등록 노동자들에게 50%의 의료비 감면혜택을 줄 수 있지만 동산병원은 그러한 혜택을 전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가 수술을 한다면 100% 본인부담을 해야 하는 이들의 처지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의 수술비가 필요합니다. 수술비는 대략 1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합니다.
플로랜스가 며칠 전에 성급히 퇴원을 했습니다. 한국의 제왕절개 산모들은 대략 2주정도의 입원을 합니다. 그 후에도 조리원 같은 곳에서 한 달 정도 몸을 푸는 기간을 가집니다. 하지만 플로랜스는 불쌍한 아기걱정과 엄청난 수술비의 부담때문에 본인의 몸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출산 일주일 만에 실밥을 풀자마자 퇴원을 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기가 있는 동산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추석 연휴때에도 실밥도 풀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보러 무리를 하여 대구의료원에서 동산병원까지 다녀갔습니다. 광선치료기 위에서 너무나 조그만 몸을 누이고 여리고 가는 팔에 주사바늘을 몇 개나 꽂고있는 아기를 보며 플로랜스는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흐느끼는 목소리의 필리핀어로 아기에게 사랑의 말들을 속삭여 줍니다.
폴은 그런 아내가 안스럽고, 아기가 불쌍하지만 자신이 정신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결심을 합니다. 아내와 아기를 돌봐야 하기에 회사에서 얻은 한 달의 휴가마져 커다란 짐입니다. 한 달 생활비는 무슨 돈으로 할 것이며, 아기의 수술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폴과 플로랜스부부에게 도움을 주십시요. 그들은 지금 절벽에 내몰린 심정입니다. 다른 필리핀 노동자들도 부족하지만 십시일반으로 그들의 주머니를 기꺼이 털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비가 너무나 엄청나서 더욱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우리의 위로와 기도, 또 금전적 도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