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여성총구역장 이추연 소피아
3년 전 아버지는 폐암 진단을 받으셨고, 모든 치료를 거부 하셨다. 연세도 많으시고 주변 친구분들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 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본인 몸을 아셨기에 아버지는 마음의 준비를 하신 것 같다. 이른 아침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자고 하셨다. 밤새 통증이 와서 잠을 못 주무셨다고... 그 길로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검사 결과 폐에 물이차서 약을 써야 했고,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는지 혼잣말을 하시고, 큰소리도 지르고, 멍하니 앉아있거나 하시다가 밤새 못 주무셨는지 낮에는 고통 없이 주무신다.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놀래시며 전화를 자주 하셨고 난 그럴 때마다 성당 화단에 물을 주며 마음의 답답함을 풀었다.
얼마 후 퇴원하시는 날 담당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며
이제 준비하시라고 하셨다. 우리는 그날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서는데...
아버지께서 긴 여행을 하셨는지 십자성호를 그으셨다. 그 모습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났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호스피스(완화학과) 병동에서 문자 온 것을 보고 자꾸 물으신다. 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나는 눈물을 꾸욱 참고 말씀드렸다.
”아버지 병원에서 이제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아버지 호스피스 병동 아시죠?“
아버지께서는 고개만 끄덕이시며 눈물을 보이셨고,
난 엄마한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시고 우리 딸 고생했다 하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정말 슬프고 무섭다.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실지...
아버지의 아픔을 바라보며 이해인 수녀님의
‘아픈 이들을 위하여’를 묵상해 본다.
몸 마음이 아파서
외롭고 우울한 이들 위해
오늘은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고통을 더는 일에 필요한 힘과
도움 되지 못하는 미안함, 부끄러움
면목 없음, 안타까움
그대로 안고 기도합니다.
정작 위로가 필요할 땐 곁에 없고
문병을 가서는 헛말만 많이 해
서운할 적도 많았지요?
'자비를 베푸소서!' 외우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 가난하지만 맑은 눈물
작은 위로의 기도로 받아주시면
제게도 작은 위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