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이라면 한창 눈이 와야 할 시기이며 계절임에도 .... 눈도 오지 않고, 비도 오지 않습니다.
겨울에 눈이 땅에 소복히 쌓여야 다음해 농사가 풍작이라고 하던데요 ..... 소리없이 근심이 생겨납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생기는 많은 현상들 중 하나가 물 부족이라고 합니다.
물을 사먹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때가 얼마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 정말 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먹고 있음에도 우리는 물 부족에 대한 섬뜩한 현실을 별로 체감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12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게 된 화제의 미디어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카이스트 교수이자 젊은 한국인 아티스트인 강이연(41)작가의 "물 부족"에 관한 미디어아트입니다.
COP28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 체험형 미디어아트는 '패시지 오브 워터(Passage of Water)'라는 제목으로 인류의 물 부족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7분가량의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위 글에서 알리고 있는 작품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단계 - 지구의 71%가 바다로 덮여 있음에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淡水)는 전체 물의 3.5%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아름다운 물방울과 지구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단계 - 나사의 2개 위성 데이터를 시각화해서(data visualization) 전세계 담수가 최근 기후변화로 얼마나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지 절실히 알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2개 위성 중 2022년에 발시된 스왓(SWOT) 위성의 데이터는 세계 최초 공개임)
3단계 - 2050년에 무려 인류의 3분의 2가 겪게 될 물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게임을 제시합니다.
강이연 아티스트는 작품의 마지막에서 이 물 부족에 대한 해법으로 해수담수화(desalination)과 빗물 모으기(rainwater harvesting)를 제시하였습니다.
해수담수화란, 간단하게 바닷물을 담수 즉, 음용 및 생활용수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하 강 아티스트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 ... 그런데 담수화는 사실 화석연료가 많이 들어가고 오염물질인 고농축 소금물이 생성되고 비용이 많이 들어요. 좀 더 친환경적인 해법을 찾던 중에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자문을 구해서 그쪽에서 제안한 것이 빗물 모으기입니다. 영상에서 집 지붕을 강조한 이유가, 지붕에서 빗물 모으는 것이 가장 쉽고 돈이 크게 안 드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
이러한 놀라운 작품을 해낸 강이연 아티스트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융합적`다학제적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아 미국 UCLA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관련 석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 미국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Arts on the Mart)'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 받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시카고의 아이콘인 거대 건물 '머천다이즈 마트' 외벽을 장식하는 작업을 해 냈습니다.
강이연 아티스트는 개념과 기술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대중과 본격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통섭적인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에 대하여 사람들이 과학인지, 예술인지, 교육인지 .... 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 것에 대하여 강이연 아티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COP28에서도 관람객 대다수가 예술이 뭔지, 미디어아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예요. 그런데 '이게 뭐야, 이거 우리 이야기네' 이렇게 흥미로워하고 공감한단 말이죠. 그게 예술이 아닌가요.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이 인류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눈에 보였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눈으로 보기 힘들게 되었어요. 모든 것이 고도화되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인류가 창조하고 초래한 것들을 인류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요. 기후 위기도 그렇습니다. 데이터가 나와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워요. 이런 때 필요한 것이 창의적으로 다리를 놓아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이연 아티스트는 소통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앞선 전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갖고 있어도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하면 그것의 가치는 인정되지 못합니다.
구글과 나사와 어려운 협업을 통해 일구어 낸 이번 작품은 기후변화 고통을 호소하러 온 여러 지역의 토착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까지 관련논문을 읽고 카이스트 동료들의 자문을 구하고 영상작업을 위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구글과 나사관계자들과의 수많은 화상회의들을 통해 강이연 아티스트가 하고자 했던 것은 관람객들의 직관적이고 쉬운 영상관람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 '물 부족의 심각성을 보다 실감나게 절박하게 알릴 수 있을까?'
소통이 되지 않으면 .... 7분 영상이라도 그 뒤의 숨은 노력과 수고가 헛되기 때문입니다.
강이연 아티스트가 사람들에게 내민 손이 과학자의 손인지, 예술가의 손인지, 교육자의 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내민 손을 잡아주는 것은 '우리가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고 대처방법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강이연 아티스트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