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7년 7월 22일 (토)
o 날씨: 맑음 (폭염)
o 산행경로: 영암재 - 오봉산 2봉 - 오봉산 - 운암삼거리(중탈) - (묵방산 - 성옥산 - 왕자산 - 구절재)
o 산행거리: 11.6km (구간거리: 약 28km)
o 소요시간: 4시간
o 지역: 전북 임실군
o 일행: 좋은사람들 호남7기
o 산행정보: 오봉산, 묵방산, 성옥산
▼ 산행지도 (영암도로~구절재)
진짜가 나타났다!! 이번 구간(영암도로~구절재)는 실제거리가 28km에 육박하는데다 무엇보다도 크고 작은 산봉우리 25여개를 오르고 내려야 하는 빨래판구간으로 호남정맥길 중에서도 최고의 난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오늘은 여름중에서도 가장 덥다는 중복, 어려운 코스와 나쁜 여건이 겹쳐 쉽지않은 도전이 예상된다.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도착한 들머리에는 바람 한점 없이 한낮의 더위를 느낄 정도로 후덥지근하다...
▼ 영암도로 (들머리)
시작부터 몰아친다. 임도를 잠깐 따라가던 등로는 오봉산을 향해 급하게 솟구친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엄금엄금 비탈을 기어 오르는 몸과 머리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 언덕의 정점이 520봉(박죽이산)이다.
▼ 520봉 (박죽이산?)
등로는 520봉을 정점으로 올라온 것과 데칼코마니를 만들며 깊게 하강한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밧줄을 잡아야 할 정도로 급경사이며 하강하던 등로는 49번 국도의 계곡터널 위에서 멈춘후 다시 오봉산 2봉을 향해 솟구친다. 숲속에 바람 한점 없으니 습식 사우나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경사가 심해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 오봉산 2봉에 도착한다. 오봉산2봉의 공터에는 무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오봉산 2봉
오봉산 2봉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헤드렌턴의 불빛을 보고 온갖 벌레들이 달라든다. 쉬는 것도 쉽지가 않다. 등로는 이제 오봉산 3봉 방향으로 향한다. 오봉산 1봉은 어디에 있지?? 오봉산 3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다행스럽게도(?) 큰 진폭이 없다. 바람은 없지만 그래도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 오봉산 3봉
▼ 갈림길
그렇게 오봉산 4봉에 닿는다. 오봉산 4봉에 서니 아래 옥정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모처럼 쏟아지는 땀을 씻어준다. 오봉산 4봉은 건너편 국사봉과 연결되는데, '국사봉-오봉산4봉-오봉산' 코스는 붕어섬을 조망할수 있는 일반산행코스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봄철 가을철에 만나는 붕어섬의 운해는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오봉산 4봉
오봉산 4봉에서 직진하면 국사봉 방향이며, 오봉산 정상은 우틀해야 한다. 숲길을 잠깐 지나면 옥정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포인트를 만나며 바로 그 위쪽이 오봉산 5봉, 정상이다.
새벽의 물안개가 옥정호를 망망대해로 만들고 있다. 이지역이 자랑하는 붕어섬의 비경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빈 여벽이 많은 옥정호는 오히려 상상이라는 여유를 가득 채워준다...
▼ 오봉산 아래 전망포인트
▼ 국사봉(중간) 방향
▼ 붕어섬
▼ 오봉산 정상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그만 접고 앉아 신선처럼 노닐다 내려갔으면 좋겠는데...
▼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옥정호 물안개
[옥정호] 반짝이는 아침 햇살과 물안개로 아름다운 옥정호는 섬진강 다목적 댐의 건설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다. 섬진강 다목적 댐은 일제치하인 1926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1965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댐으로, 임실군으로 흘러가는 섬진강 상류를 막아 정읍으로 흘려보내 드넓은 호남평야를 적셔주도록 건설되었다. 일교차가 커서 물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봄, 가을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절정에 달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다른 인공 호수와는 달리 완만한 구릉을 따라 마을이 앉아 있고 포근한 느낌의 숲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아름다운 옥정호를 바라보는 포인트 중 유명한 곳은 두 군데로, 하나는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인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교각이 마치 천상의 다리처럼 보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국사봉 전망대로 물안개 낀 호수 전체를 조망하는 곳이다. 옥정호를 따라 순환도로를 달리는 것도 멋진 코스인데, 이 길은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 백과사전)
머뭇거리는 발길을 돌려 오봉산 정상을 뒤로하고 운암삼거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구절재로 이어지는 산봉우리가 운해사이로 언듯언듯 보이지만 잡힐듯 잡히지 않는 앞길을 의미하는 것 같다...
▼ 백여리 방향 운해
등로는 옥정호의 용운마을 방향으로 급강하하며 들머리에서 올라온 고도를 그대로 반납하고도 더 내려가야 한다. 호수 주변이라 그런지 숲속은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하다. 등산바지는 이미 흠뻑 젖어 비를 맞은 듯하고 바지에서 흘러내리는 땀에 등산화가 젖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비는 오지도 않는데...
▼ 용운마을 방향 등산로
숲길을 내려오면 749번 지방도로를 만나며, 등로는 곧바로 맞은편 옥정호 물안개길로 올라가 332봉을 거쳐 다시 749번 지방도로로 내려온다. 여기서 749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운암삼거리까지 수월하게 갈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호남정맥길은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330, 360, 341, 294봉 등 몇개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친후 운암삼거리로 내려서게 된다.
▼ 옥정호 물안개길 진입로
▼ 운암삼거리 방향 등산로 (우측)
운암삼거리로 이어지는 숲속 등로는 반복되는 몇개의 작은 업다운도 힘들지만 여름철 무성한 수풀은 등로를 가리고 있고 낮게 웅크리고 있는 가시덤불은 쉴새없이 온몸을 할퀴고 든다. 습도가 높으니 온갖 벌레들도 달라들고 언제 붙었는지 알수 없는 쐐기는 팔등과 목덜미에 따가운 침을 쏘아대고... 희뿌연 안개까지 가득하니 마치 정글탐험을 연상케 한다...
넘어지고 긁히고 쏘이고... 대간길에 비해 정맥길은 이런 곳이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특히 수풀이 우거진 여름철의 정맥길은 어쩌면 피해야 할 산행인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끝에 숲길을 헤쳐 나오니 저 아래로 운암대교가 보인다. 다 내려왔다 싶지만 등로를 둘러싸고 있는 무성한 수풀 때문에 몇차례 짧은 알바를 하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가시덤불 숲길을 헤치고 내려간다...
▼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
▼ 운암제
▼ 운암대교
운암대교에서 운암삼거리까지는 749번 국도를 따라간다. 도중에 있는 민가에서 수돗물을 제공해주신 덕분에 땀범벅이된 얼굴을 씻고 식수도 보충하고... 감사합니다~~
▼ 운암삼거리
운암삼거리에 도착하니 아침식사를 마친 선두일행은 다시 길을 나서고 있는데 OO형님을 비롯하여 몇분이 그냥 눌러앉아(?) 계신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1/3을 지났왔지만 앞으로 남은 2/3은 지나온 구간보다 등락도 심하고 가시덤불이 많은 난코스라 이곳에서 중탈하기로 결정하셨다고 한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기 시작하니 도저히 산행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서,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우리도 흔쾌히(?) 중탈행렬에 동참하여 749번 지방도로를 따라 구절재까지 걷기로 하였다. 옥정호를 구경하며 걷다 쉬다를 반복하지만 뜨거운 떙볕은 피할 방법이 없다. 도중에 패잔병 모습으로 히치하이킹(?)에 성공하여 편안하게 구절재에 도착한 후 아래동네 민가에서 등목으로 땀도 씻어내고...
▼ 옥정호 주변 이모저모 (운암삼거리~구절재 749번 지방도로에서)
▼ 구절재
구절재에도 바람 한점 없다. 나무그늘 아래로 햇볕을 피해보지만 폭염경보가 발령된 더위는 피할 방법이 없다. 가만이 있어도 땀이 줄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 점심식사
땡볕을 피해 나무그늘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중탈한 일행들이 한명 두명 속속 도착한다. 결론적으로 오늘 함께 시작한 일행 33명 중에서 30명은 중탈하고 나머지 3명만 완주를 하였다. 날고 긴다는 몇몇 일행조차도 온몸을 파고 드는 가시덤불 앞에서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더하여 쉴새없이 몰아치는 업다운, 그리고 바람조차 없는 한여름 중복 더위는 산행을 극한의 고행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은 일찌감치 중탈한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빼먹은 구간은 언제 어떻게 땜빵 해야 할런지??...